글과 그림
2008. 12. 5.
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꼿고 산들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에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단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