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모처럼 자연인 프로를 재미있게 보는데.. 동문 한 후배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동문 일에는 늘 열성적인 후배라서 가끔 보면 격려도 해 주었던 후배님입니다.
통화내용은 동문 임원 중 한 선배가 사소한 실수에 심한 욕을 했다고 울분을 토 하더군요.
자기도 나이가 50이 넘었는데...하면서..
동문일이라는게 봉사직인데..
위로를 해주고 다음 산행 때 막걸리 한잔 하자고, 마무리를 짓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오래 전 추억 하나를 풀어 보겠습니다.
첫 직장 생활 때의 이야기입니다.
품질관리부서에 배치를 받고 어리바리한 저는, 안 그래도 대충 고지식 한 성격 때문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상사 분들에게 미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장님 먼 친척이라는 분이 과장으로 발령을 받아서 오셨는데..
이 양반...처음에는 화통한 성격이 좋았는데 시간이 갈 수록 변덕도 심하고..
앞 뒤 상황을 판단 못하고 욱 하는 성격으로 전 직원들을 너무 힘들게 하더군요.
나중에 본인 말로도 감정 자제가 잘 안되서 고민이라고..ㅎ
술은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술 값 낼 때가 되면..슬며시 화장실 행 ~~ 직원들이 그 양반에게 붙혀 준 별명이 밴댕이 였습니다...^^
그러니 다 들 퇴근 때만 되면 그 양반 피하기 바빴습니다.
어느 날..
회의에 다녀 오시더니, 씩씩 거리면서 결재판을 책상에 던지고 의자를 발로 차더군요.
" 0 대리 ! 너 죽을래.. 시* 놈아.. "
사무실이 떠나 갈 정도로 고함 고함 지르고, 제 바로 직속상사인 0 대리는 엄청 깨지고..
휴 ~
0 대리님을 모시고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 한대 피우면서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 대리님..참으세요.. 퇴근 때 한잔 하시죠.."
며칠 후... 제가 대형사건을 터트렸습니다.
그 당시 회사는 군납업체로 외국의 모 가전 업체를 인수를 할 정도로 제법 큰 회사였습니다.
사장님 주제로 회의가 열렸는데, 갑자기 그 과장님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저를 데리고 사장님께서 주관을 하시는 대회의실로 데려가더군요.
전 영문도 모른 채 군기가 바짝 잡힌 일등병 처럼 차렷하고 서 있었습니다.
눈 앞에는 전 간부님들이 저를 쳐다보는데... 머릿속은 온통 하얀색만..ㅎㅎ
간략상황입니다.
불량부품이 입고되여, 완제품 검사에서 00 연구소 검사원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불량 판정으로 납품 시기를 놓치면 연체료가 어마어마 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의 품질관리 검사 업무가 아닌 군납 검사의뢰가 주 업무였습니다.
사장님 말씀 왈 ~~
" 자네 돈 받았냐 ? 술 접대도 ? "
..
아니 7 백명을 거느린 사장님 말씀이 저 정도..?
그 당시 제 주절거림입니다. 짤릴 각오를 하고 침착하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수입 및 공정검사는 샘플링 검사를 하기 때문에 100 % 불량품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 합니다.
-품질관리 부서직원들 잔업시간이 현장직원보다 2배가 넘을 정도입니다.
-정밀측정실 직원은 채 1년도 못 버티고 사표를 냅니다.
그 당시 저도 3일을 꼬박 세우다가 졸도를 하여 입원을 했을 정도로 군납업무는 힘이 들었습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전 간부님들은 고개만 끄덕거리다가..
마지막 제 말에 모두 사색이..ㅎㅎ
- 인원이 부족한 건 참고 일할 수는 있지만,
돈 받고 술 접대 받았다는 오해는 억울하다.
- 공정관리 인원 수가 적어서 관리체계가 엉망이면,
인원 충원 요청을 해야 할 최종관리자를 문책을 해야지, 왜 말단직원을 불러서 그 책임을 추궁을 하는지... ?
- 불량부품 다발 업체를 왜 자재부에서는 우수업체로 선정을 했는지.. ?
..
싸가지 없는 직원 녀석의 말이 너무 어의가 없어서 저를 물끄러미 쳐다 보시던 사장님께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 어이~ 공장장 .. QC 부서 인원 충원 시키고 자재부장만 남고 다 나가"
부서장님은 물론 과장님의 얼굴이 정말 말 그대로 백지장이 되였더군요.
사무실로 돌아오니 그 과장님은 제 멱살부터 잡더군요.
" 이 개 *식...누굴 죽일려고.."
과장님 !
제발 본 인의 능력부재를 부하직원에게 돌리지 마십시요.
그리고 욕을 하더라도, 근거가 있고 명분이 있는 욕을 하세요.
..
결론은 싱겁습니다.
그 과장님은 영업부로 가셨고 저는 짤리지는 않았습니다..ㅎ
.....
제 생각입니다.
직장이나 모임에서 상사나 선배는 지적은 할 수는 있습니다.
단... 욕은 정말 자제를 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화가 났을 때에 나오는 지적이나 욕은 본인에게는 잠시지만,
지적이나 욕을 들은 상대방에게는 오랜세월 큰 상처로 남을 수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지적이나 비판을 할 때에는 그 상대를 닮아 가는 걸 경계를 해야합니다.
즉, 자기모순도 분명히 존재함을 알아야 합니다.
전, 제 직원에게 지적을 하기 전에 잠시 생각을 합니다.
내 지적이 과연 사려깊게 내린 결론인가.. ?
내 비판이 혹여 나에게도 해당이 되는 건 아닌가.. ?
결론은,
비판이나 지적은 제 자신의 열등감이나 컴플렉스 일 수 있습니다.
즉, 저의 빈곤한 심리상태를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
저는 동문에서도 직책을 권유를 하면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냉정하게 거절을 합니다.
어느 모임이든, 후임이나 후배에게 욕을 할 정도로 저는 동문 모임에 큰 의미를 부여를 안 합니다.
모임에 깊숙히 관여를 하다보면 맨날 보는게 쌈질이기 때문입니다..ㅎ
임원진들의 모임에 대한 애정은 칭송을 하지만,
그 애정이 도가 지나쳐서 욕을 한다는 건 스스로 자제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
특히 대책없는 욕과 지적은 누구나 쉽게 할 수는 있지만,
그 지적이나 욕을 다시 거둬들이기는 힘이 듭니다.
..
월 말에 마감을 하는데 너무 일에 시달리다가 보니...
자제 구입으로 카드를 달라는 제 직원에게 저는 그만... 짜증을 부렸습니다....
물론, 제 정신을 차리고 직원에게 미안 하다고 했지만...
제 자신이 너무 미련하고, 정말 한심해서 반성의 의미로 올리는 글 입니다.
따지고 보면 예 전에 모셨던 그 밴댕이 과장님이나...저 나... 별반 다를게 없네요.
계룡산에서 정기를 헛 받았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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