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과 그림

치마, 팬티, 옳거니

반응형






문정희 시인의 【치마】라는 시와 그것에 대한 【팬티】라는 제목의 임보 시인의 응답시는 오래 전 많이 희자되었던 詩인데 오늘 막걸리 한잔 하고 다시 보니 그 의미가 더욱 새롭게 와 닿아 한번 옮겨 봅니다.

시어들이 약간 노골적이라 "두가님이 이런 수준?" 할 수도 있겠지만 왕년에 우리나라 옛 춘화도(春畵圖)를 모조리 수집하여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어 전시한 전력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 생각 할 것입니다.


아래 시들은 발표한지 조금 되었고 두 시인 모두 우리나라의 원로 시인들입니다.

맨 처음 문정희 시인의 '치마'가 발표되고 그 뒤 응답시로 임보 시인의 '팬티'가 발표 되고나서 또 여러명의 시인들이 두 시를 보고 느낀 응답시를 많이 만들었는데 오늘 맨 밑에는 그 중 한 편만 소개 합니다.

두 詩를 보고 응답시를 적은 정성수 시인의 【옳거니】란 제목의 시입니다.




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팬티

(문정희의「치마」를 읽다가) 


임보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옳거니

(문정희 시인의 「치마」와 임보 시인의「팬티」를 읽고)


정성수





치마를 올릴 것인지? 바지를 내릴 것인지?
이것이 문제로다
그렇다
세상의 빨랫줄에서 바람에게 부대끼며 말라가는 것 또한
삼각 아니면 사각이다


삼각 속에는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이 있고
사각 속에는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가 있다고
문정희와 임보가 음풍농월 주거니 받거니
진검 승부를 펼친다


옳거니
방패 없는 창이 어디 있고
창 없는 방패가 무슨 소용이리


치마와 바지가 만나 밤은 뜨겁고 세상은 환한 것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