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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여친 생긴 아들 - 인생이 다들 그렇게 흘러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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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조 양반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보수적인 친구가 있는데  

첫 애 결혼을 시키고 아들 내외가 신행에서 되돌아 오는 날 당연 큰절 받을려고 안방에 들어가 요이불 깔고 그 위에 양반다리로 앉아 있었대요.

조금 후 신행에서 돌아 온 며느리..

큰방문을 빼꼼이 열더니 얼굴만 내밀고

 

"아버님 저 왔어요!"

 

하고는 문을 닫고 나가 버리더라나..

 

곱고 고운 큰 며느리한테 사뿐한 큰절을 받을 것이라 몇일 전부터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내심 덕담 한마디 만들어 고치고 또 고쳐 대비했는데 이 모든것이 돌담 무너지듯 와르르 했으니 낙심이 오죽 했으리오.

이때부터 아들 하나는 버린 자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달 초 다시 둘째넘을 결혼 시켰는데

친구 왈,

 

"난 이제 아들 하나도 없다."

 

이러면서 애시당초 푸념을 하더이다.

야외 결혼식으로 아주 상큼하게 식을 했는데 혼주 자리에 앉아있는 친구의 표정은 그야말로 심드렁한 표정..

첫 아들을 결혼시키고 난 후의 실망감이 얼굴에 그대로 역력했는데..


아들은 장가가면 사돈의 팔촌이라 했던가?

며느리의 남편을 아직도 자신의 아들로 착각하는 ... 사람도 있다. 라는 말이 우스개로 굳어버린 세상.

그 뒷날 둘이 술잔을 주고 받으며 지 딴에는 아들하나 있는 나한테 이런저런 코치를 하는데...

 

....

 

이제 우리 아들 이야기 입니다.

 

해외 근무가 많은 아들넘이

여친 하나를 못 구해 집안 식구들한테 온갖 구박을 당하면서 

이런 저런 맞선자리를 모두 마다하고 지가 엎어버리더니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난 그녀와는 어쩐 일인지 제법 사귀는 눈치입니다.

 

매 주말마다 올라와서 만나는데 이걸 보는 우리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라 관심이 태산.

데이트를 하고 저녁에 일찍이라도 들어오는 날이면, 

왜 이리 빨리 들어오냐, 그렇게 할 일이 없더냐? 심야영화라도 보지.. 섬 여행이라도 다녀온나...

하면서 온통 구박을 주곤 합니다.


해외근무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시골 할머니한테 전화를 드리는 착한 손자.

들어 올때는 양주 한두병과 지 엄마 화장품 정도는 꼭 챙겨오는 잔정 많은 아들..

가식과 사치를 전혀 할 줄 몰라 지금도 데이트하러 나가는 옷차림이 몇 년 전에 지 누나가 사 준 남방과 겨울바지를 입고 다닙니다.

그러면서도 지 엄마 용돈은 뭉텅문텅 줘어주는 큰 손..

대구에 오면 나하고 막걸리 잔을 주고 받으며 어디 아픈데는 없느냐고 묻는 아들..


잘 생기고 키 크고 듬직하고..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요즘 다니는 회사가 조금 휘청휘청..


이런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궈고 있는데 

인생이 다들 그렇게 흘러 가듯이..

남의 아들이 되더라도, 사돈팔촌이 되더라도..

부디 예쁘게 잘 사귀어 좋은 결실을 맺게 되길 바래 봅니다.


나도 진보적이라면 진보적이지만 그래도 신행에서 돌아 온 며느리가 큰방 문 빠꼼히 열고 "안녕, 시아빠!" 하며 찡긋하고 나가버리면 기분 아주 고약 할 것 같습니다.

어찌되어건 제 아들은..

오붓이 업드려 큰절을 올리는 미래의 며느리감하고 잘 사귀고 있기를 고대하면서...





요 정도 되는 여친이기를...

(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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