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떨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향기 없이 피는 꽃이 또한 있을까
잠깐의 찬람함으로 오만하게 세상 살다가
일순 허무하게 등진 꽃들이 어디 한둘이랴
여름내 온몸 달구어 꽃잎 매달고 있다가
바람이 떠난 빈자리 이승 환히 밝히는 꽃
꽃잎 떨구지 말기를 석달 열흘 지나도록…
- 박천호의 '배롱꽃'
지난 봄 밀양 표충사에 꽃 구경을 갔다가(이곳) 마당에 잔뜩 자리잡고 있는 배롱나무를 보고 다가오는 여름에 꼭 한번 와 봐야지 하고 벼루고 있다가 온 대지가 펄펄 끓는 오늘 배롱나무 꽃 구경을 다녀 왔습니다.
기왕 나선 김에 표충사 뒷산인 천황산과 재약산 산행도 겸하였구요.
천황산과 재약산은 산꾼들 사이에서도 명칭으로 혼돈을 일으키는 산인데 천황산(1,189m)을 사자봉이라고 하고 재약산(1,108m)을 수미봉이라고 하는데 지형도나 대부분의 등산지도에는 이 두 산 이름이 따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천황산이 일본넘들이 붙인 이름이라 하여 현재 통일된 내용은 전체 산 이름은 재약산이고 주봉은 천황산인 사자봉입니다. 그리니까 재약산 사자봉, 재약산 수미봉.. 이렇게 불러야 정상인 것입니다.
근데 입에 달린 산 이름이 어찌 교과서대로 쉽사리 바꿔지지 않으니...
암튼 지글지글한 무더위속에 이열치열이란 말을 되새기며 두 산을 다녀 왔습니다.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에는 시원한 폭포가 있어 물맞이를 할 수 있을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계곡이 거의 말라 폭포가 실가닥이 되어 오히려 안스러울 정도여서 물맞이는 포기하고 그나마 조금 흐르는 계곡물에서 족탁을 하며 쉬다 내려 왔습니다.
더위를 피하여 조금 일찍 산행을 시작하였는데 다행히 정상에서는 바람결이 있어 홀빡 젖은 옷을 말려 주었습니다.
얼른 하산하여 표충사 배롱나무 꽃을 본다는 즐거움을 간직한채 제법 긴 시간의 산행을 그리 힘들지 않게 마무리 했습니다.
한더위에 표충사를 찾은 이들이 꽤 많았는데 모두 계곡에 피서를 온 인파들...
산행은 표충사를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아 다시 표충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를 하였는데 날씨 탓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렸습니다. 재약산 정상부터 층층폭포 계곡으로 하염없이 설치된 나무계단은 정말 짜증이 났구요.
무릅팍 질금거리게 만든건 그렇다치고 언젠가 일시에 파손이 되어 한꺼번에 수리 보수를 해야하는데 그 뒷감당을 어이할런지 ..ㅠ
배롱나무 꽃은 지금 한창 피는 꽃인데 여름내내 100일동안 핀다고 하여 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화초와 구분을 위하여 목백일홍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배롱나무꽃으로 유명한 곳은 담양의 명옥헌과 안동의 병산서원, 그리고 선운사등이 있어나 이맘때쯤이면 거의 전국 고찰에는 고목 배롱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어느곳을 들려도 화사한 백일홍을 구경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산행코스:
표충사 주차장(주차비 3,000원) - (금강동천 계곡길) - 금강폭포(한계암) - 천황산 - 천황재 - 재약산 - 지리지리한 나무계단 - 사자평 - 층층폭포 - 흑룡폭포 전망대 - 계곡 족탁 - (옥류동천 계곡길) - 표충사 - 배롱꽃 구경 - 주차장 (원점회귀)
소요시간 : 약 6시간
천황산, 재약산 등산지도
제가 산행한 구간은 위 노란색 표시 구간입니다.(시계방향)
표충사 주차장(주차비 3,000원) - (금강동천 계곡길) - 금강폭포(한계암) - 천황산 - 천황재 - 재약산 - 지리지리한 나무계단 - 사자평 - 층층폭포 - 흑룡폭포 전망대 - 계곡 족탁 - (옥류동천 계곡길) - 표충사 - 배롱꽃 구경 - 주차장 (원점회귀)
아침 일찍 도착.
아직은 기온이 많이 올라있지 않지만 그래도 햇살은 벌써 따갑습니다.
표충사 뒤로 천황산이 내려다 보입니다.
처음에는 표충사 사내 암자인 한계암 못미쳐 계곡까지 포장이 된 임도를 따라 오르게 됩니다.
올려다 보이는 천황산(좌)과 재약산(우)
핫한 올해 여름.
이제 40˚라는 기온에 익숙해지고 있는듯 합니다.
오늘도 40˚ 언저리까지 예보가 되어 있는데 이열치열의 깡으로 올라갑니다.
한창 칡꽃이 필 때입니다.
꽃향기가 아주 좋은 칡꽃.
약 1km정도의 임도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이 됩니다.
천황산까지 끊임없는 오름길입니다.
오늘도 길하게 .. 두꺼비를 만났습니다.
아주 덩치가 큽니다.
아마도 벳속에 알을 품고 있는듯.. 아니면 과식을 했거나..
길 가운데 꼼짝않고 있어 사방으로 둘러보며 자세히 관찰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복두꺼비가 되었길 바래 봅니다.^^
금강동천 계곡
금강동이란 글귀가 보여 집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계곡물이 실개천으로 흐릅니다.
금강폭포
폭포 위로 한계암이 보여 집니다.
한계암 건너가는 구 다리.
한계암
한계암 앞의 온류폭포
한계암 앞 금강동천 계곡에 놓인 새 다리는 보기보다 엄청나게 흔들립니다.
자세히 보니 바닥에 긴 철골이 없습니다.그냥 위의 줄이 나무판을 걸고 있는 형국이라...
중심잡기 애매한 다리네요.
한참 더 진행하면 아주 널찍한 너덜지대를 만나게 됩니다.
초행자는 조금 헷갈릴 것 같은데 돌들이 납작하게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곳이 등산로입니다.
무턱대고 올라가면 길 잃어 먹을것 같습니다.
조망이 트이는곳에 오르니 건너편으로 엄청난 암괴류가 보여 집니다.
돌들의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대구 비슬산 암괴류(돌강) 못잖습니다.
천황산 정상
이곳에서 두어명의 여름 산꾼을 만났습니다.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로 가는 길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 이곳 천황산까지는 거의 식은 죽 먹기입니다.
영남 알프스 대표 산군의 파노라마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우측 볼록볼록.. 간월산과 신불산을 기준으로 만든 파노라마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좌측 운문산(좌)과 가지산(우)을 대표로 만든 파노라마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건너편 재약산
아래쪽으로 천황재가 보여 집니다.
벼랑위에서 내려다보니 표충사가 조망 됩니다.
천황재
건너편 간월재와 함께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재약산 도착,
역시 햇살을 피할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건너편 간월재와 간월산, 신불산을 바짝 당겨서...
더 당겨 본 간월재
뒤돌아 본 천황산
천황산을 기점으로 만든 파노라마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얼음골에서 타고 올라오는 케이블카 상부 시설물
재약산에서 사자평까지 지리지리하게 나무계단을 만들어 놨습니다.
정말 미친짓이네요.
벌써 중간중간 계단이 파손되어 내려앉고 있습니다.
과연 이게 자연을 보호하는 게 맞는것인지...
등산로 훼손을 방지할려면 차라리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지연석을 이용하여 길을 다듬는것이 나은데...
계단 중간에 있는 데크에서 점심으로 싸 온 편의점 도시락..
모처럼 진수성찬이라고 싸 왔는데 베낭 안에서 지 맘대로 굴러 다녔는지 개밥이 되어 있네요.
도저히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아 쳐다보고 있는데 날개미들이 마구 날아 듭니다.
에라이 모르겠다.. 니들이라 배 터지게 먹어라...
사자평에서 나무계단이 끝나나 했는데 ..ㅠ
옥류동천길도 마구마구 계단입니다.
지금도 열심히 계단 공사 중이구요.
층층폭포(하단폭포)
멋진 폭포가 아래위로 두개 나눠져 있는데 둘다 물이 바짝 말랐습니다.
이곳에서 물맞이나 할려고 여벌옷도 준비했는데..ㅠ
폭포 조망대 설치 공사가 한창입니다.
층층폭포(상단폭포)
흑룡폭포
폭포 아래로 사람들이 보이는데 어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이 많으면 정말 멋지겠는데요.
계곡 하단부로 내려오니 물이 제법 많은 곳이 있습니다.
자기야... 어쩌구,,
부럽습니다.
표충사 도착
봄 꽃 핀 지난 봄(아래) 사진과 비교입니다.
천황산과 재약산을 배경으로 한 봄 사진(아래)과 여름 사진(위) 비교입니다.
모두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표충사 배롱나무
80% 만개입니다.
지금부터 8월 내내 피어 있겠지요.
표충사 경내 파노라마.
지난 봄(아래) 사진과 여름 사진(위)의 비교입니다.
둘 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뜨거운 햇살아래 눈이 지겹도록 구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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