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말미에 이틀동안 비가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이번 여름 산행에서 몇 군데 폭포를 거쳤지만 모두 가뭄탓으로 물 구경을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 비로 폭포는 수량이 엄청나게 늘어났을것 같아 폭포를 찾아 나섰습니다.
순전히 물 구경하러..
비 온 뒤 폭포 구경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는 생각으로..
찾아 간 곳은 합천의 황계폭포.
대병 삼산(三山) 중 하나인 허굴산 자락에 위치한 황계폭포는 합천 8경 중 7경인데 한 단계 높은 들판을 지나 흘러 내려 온 물이 떨어지는 것이라 청량함이나 시원함은 덜하지만 2단으로 떨어지는 시원한 폭포줄기가 장관이라 여름 내내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 곳입니다.
이곳 합천 삼가(三嘉.. 한우고기 맛나게 드시려면 이곳으로..)가 고향인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이곳 황계폭포를 찾았다가 읊은 시가 2수 있는데 그 중 두번째 시를 적어 논 시비가 이곳 황계폭포 입구에 있습니다.
황계폭포(黃溪瀑布)
(1)
投璧還爲壑所羞(투벽환위학소수) 둥근 옥(큰 물줄기)을 던져 돌아오는 것은 작은 개울의 부끄러움 일세
石傳糜玉不曾留(석전미옥부증유) 돌이 펴진 곳에 미옥이 머물수 없는 법
溪神謾事龍王欲(계신만사용왕욕) 용왕들 뜻에 따라 계신(임금)은 국정을 방종하여
朝作明珠許盡輸(조작명주허진수) 아침에 짜른 명주를 다실어 가도록 허락했구나
(2)
懸河一束瀉牛津(현하일속사우진) 달아맨 듯 한 줄기 물 은하수처럼 쏟아지니
走石翻成萬斛珉(주석번성만곡민) 구르던 돌 어느새 만 섬의 옥돌로 변했구나
物議明朝無已迫(물의명조무이박) 내일 아침 여러분들 논의 그리 각박하지 않으리
貪於水石又於人탐(어수석우어인) 물과 돌 탐내고 또 사람까지도 탐낸다 해서.
황계폭포를 둘러보고 찾아 간 곳은 인근에 있는, 요즘 핫한 여행지로 소문이 나기 시작한 허굴산 '천불천탑소원성취용바위'입니다.
지난번에 한번 찾았던 곳인데 다시 들려 구경하고 이곳에서 허굴산 산행을 하였습니다.
'천불천탑소원성취용바위' 이전 글 : http://duga.tistory.com/2595?category=261805
천불천탑을 둘러보고나서 본격적인 허굴산 산행을 하였는데 이곳 탑에서 허굴산은 그리 많이 올라가지 않겠거니 하고 간단하게 준비를 해 왔는데...
결론은, 근간에 들어와서 최악의 산행을 하였습니다.
애초 등산로가 있다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비 온 뒤 습기 가득한 숲길을 거미줄과 덩쿨을 헤치며 오르다가 만난 수직 가까운 대 슬랩..
아찔한 슬랩에서 이곳 저곳으로 왔다갔다 해 봤지만 우회로가 없어 슬랩 사이로 겨우 나 있는 틈을 디뎌 오르는데 그야말로 땀 범벅..
어느 산을 하루 독점한다는 기분과 함께 정상에서의 시원한 조망으로 그 보답은 되었지만 저녁에 꿈자리에 나타날까 겁나는 산행이었습니다.
천불천탑에서 제가 모르는 등산로가 연결이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오르고 내려오면서 확인해 봐도 등산로는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천불천탑과 정상 사이는 온통 잡목이고 중간에 아주 위험한 슬랩이 가로 막고 있어 오르기가 아주 위험한 구간,
어쩌다 혼자 치고 올라 갔지만 두번 다시 같은 곳으로 오르고 싶지 않네요.
허굴산(墟堀山)은 악견산, 금성산과 함께 합천호와 황매산을 보듬고 있는 대병면(大幷面)의 三山으로서 조망, 경관을 즐기는 산꾼들한테 인기가 좋은 산입니다.
산입구에서 보면 산중턱 굴 속에 부처님이 앉아 있는듯 보인다하여 냅따 올라가보면 부처님은 없고 허굴(굴터)만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산입니다.
높이는 682m로서 대병 삼산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정상에서는 조망이 트이지 않지만 바로 옆 성터 부근에서는 그야말로 일망무제 탁월한 조망이 트여 눈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등산로는 황계폭포나 청강사, 송정마을에서 주로 많이 시작 하는데 황계폭포 기점은 산악회에서 주로 이용하는 코스(시간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저 같이 미련곰탱이로 천불천탑에서 마구 헤집고 올라 갈 생각은 하지 마시고 청강사에서 원점회귀로 산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것 같습니다.
승용차로 황계폭포 먼저 들린 다음 천불천탑용바위에 올라가서 주차를 하고 허굴산 산행.
천불천탑용바위는 네비에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월계리 산88"로 하면 됩니다.
위 지도에는 입구까지의 도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조금 더 확대한 지도에서는 나타납니다.
입구까지 나 있는 도로에서 좁은 산길로 약 5분(차량으로)여 더 올라가야 되는데 진입 도로가 아주 좁습니다.
큰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도 됩니다.(걸어서 약 15분 정도)
먼저 들린 황계폭포
비가 와서 약간 흙탕물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입구에 있는 자연정(紫煙亭)이란 이름이 붙은 정자.
수량이 업청납니다.
이곳 폭포는 몇 번 와 본 곳인데 이렇게 많은 물이 쏫아져 내리는 건 처음 봅니다.
이삼일 내린 비 탓..
폭포는 이단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 폭포는 수량이 적으면 그냥 흘러 내리는 물로 변합니다.
상단 폭포가 진짜배기..
황계폭포.
상단 폭포입니다.
20m높이의 낙차로 떨어지는 폭포의 위용이 대단합니다.
황계폭포에서 허굴산으로 가는 길
요즘 시골길을 가다보면 이런 전동차를 많이 보게 됩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밭으로 갈 때 타고 가서 밭 일을 하고 되돌아 올 때 타고 들어 오는데..
연로하신 어른들이 마지막 기력으로 시골을 지키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천불천탑용바위쪽으로 가면서 올려다 본 허굴산
정상부와 그 한단 아래 중턱을 빙 두르고 있는 커다란 슬랩이 보여 집니다.
사진으로는 그냥 동네 얕은 뒷산처럼 보여지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걸 뚫고 올라가는데 무지 애 먹었습니다.
위 사진을 조금 더 당겨보니 숲 사이로 천불천탑이 조금 보여 집니다.
이곳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가도 되고(15분 정도) 차를 가지고 올라가도 되는데(5분 정도) 도로가 아주 협소하여 교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려오는 차를 만난다면 아주 곤란합니다.
아주 이른 시간이나 평일 외에는 차를 두고 올라가는 것이 나을듯..
천불천탑은 아직도 불사 중...
용바위와 돌탑
이곳 저곳 천천히 둘러보면 참 대단하게 돌탑을 쌓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앞으로 대단한 명소가 될듯..
큰 돌 사이에 작은 돌들을 채워 쌓았는데 중심을 기가 막히게 잡아 놓았습니다.
이 사진은 자세히 보셔야 됩니다.
돌탑의 크기를 가늠 할 수 있는 사진입니다.
숨은그림 찾기 해 보시길 바랍니다.
1분내로 찾았다면 커피 한잔 쏩니다...^^
참고로 제가 올라가 있는 저 곳과 사진 중앙쯤의 큰 돌구멍 사이는 뒤에서 올라가서 좌선을 할 수 있게 계단을 만들어 둔 곳입니다.
누구나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큰 돌구멍에서 좌선을 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12초 셀프타이밍으로는 저곳까지 뛰어가는 것이 무리라 ..헉헉...
이곳 허굴산 천불천탑용바위는 어느 스님 한분이 홀로 이 많은 돌탑들을 세우고 있는데 아마도 모든 탑들이 다 완공이 되면 특별한 명소가 될 것 같습니다.
천불천탑에서 마구잡이로 허굴산 정상을 향해 올라갑니다.
일단 초반에는 이곳 스님이 만들어 놓은 임도를 따라 편하게 올라 갑니다.
커다란 바위들이 길가에 산재해 있어 이곳까지 돌탑을 쌓아놓으면 정말 장관일듯...
임도를 따라 올라갑니다.
어제까지 비가 많이 내려 길이 많이 파여있고 습도 가득 합니다.
어느듯 임도는 끝나고 아무곳으로도 길이 없습니다.
일단 마구잡이로 치고 올라갑니다.
수많은 거미줄, 넝쿨,과 발 및 뱀도 조심할랴..
암튼 악전고투..
올라 갑니다.
아득한 슬랩을 만나게 됩니다.
좌측으로 50여m 정도 횡으로 진행하여 올라 갈 길을 탐색해봐도..
우측으로 다시 그만큼 가 봐도 올라 갈 길이 없습니다.
바위틈 사이로 겨우 겨우 비집고 초 내공으로 공중부양을 해 가면서 올라 갑니다.
내려다 보니 아찔하네요.
멀리 보이는 집들은 팬션입니다. 그 오른편 아래로는 송정마을이구요.
중앙 뒷편으로 모산재를 비롯하여 황매평전과 맨 우측으로 황매산 정상부가 조망됩니다.
한고비 올라가니 또 슬랩이 막고 있습니다.
내려가지도 못하고..
일단 또 겨우겨우 올라갑니다.
땀 범벅...
옷은 흙과 바위때가 묻어 엉망이고 팔에도 거미줄부터 시작하여 온갖 잡티들이 묻어서 거지가 되었습니다.
한번씩 멈춰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아주 좋습니다.
다시 한고비 수직 슬랩구간을 치고 오르고..
그러고 나니 앞이 조금 트여 집니다.
한참을 더 오르니 앞쪽으로 오래 된 산길이 보여지고 묵은 리본이 보여 집니다.
반갑네요.
정상부입니다.
이제부터는 룰루랄라..
바람결도 느껴지고 땀으로 흠빡 젖어 엉망인 몸이 조금 되돌아 옵니다.
정상부에 있는 허굴산성터
산성터입니다.
참 옛날 사람들..욕 봤습니다.
이 높은 곳에서 돌을 가지고 성을 쌓는다는게 ...
동북쪽 합천 방향입니다.
좌측 맨 뒤에 있는 높은 봉우리가 오도산이구요.
중간 반만 보이는 산은 악견산입니다.
우측으로 멀리 용주면 들판이 보여지고 그 뒤 합천읍이 살짝 조망 됩니다.
허굴산 정상
이곳에서는 오히려 조망이 없습니다.
잡목들이 빙 둘러쳐져 있네요.
허굴산 조망은 정상에서 동쪽으로 50여m 진행하여 만나는 바위들에서 가장 뛰어난 것 같습니다.
허굴산 정상부 조망
맨 왼편으로 합천호가 살짝 보여 집니다.
그 옆으로 우뚝 솟은 산이 악견산이구요.
악견산 뒤로 멀리 조망되는 산은 오도산입니다.
우측 동쪽으로는 용주면과 합천읍이 조망 됩니다.
오도산 약간 우측으로 솟아 보이는 산은 가야산..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올라오면서 직벽 슬랩구간에서 용을 쓰다보니 땀을 너무 많이 흘렸습니다.
나 홀로 있는 산..
윗통도 홀랑 벗고 조금 말렸습니다.
식사도 겸하구요.
위의 파노라마 사진과 같은 구역입니다.
사진에서 오른편 중간쯤이 황계폭포입니다.
조망이 가장 멋진 바위덤
그 앞으로는 산성터가 있습니다.
올라 온 구간.
바로 아랫쪽이 천불천탑용바위가 있는 곳인데 내려다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허굴산도 정상쪽은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
정서쪽 황매산 방향입니다.
맨 우측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그 왼편으로 평전이 이어지고 철쭉 군락지도 보여 집니다.
다시 조금 더 왼편으로 보이는 바위들은 모산재입니다.
그 뒤는 감암산이구요.
죽 당겨서 본 황매산 평전
우측이 정상부이고 중앙과 좌측은 철쭉 군락지입니다.
허굴산 정상의 270˚ 파노라마
서쪽 빼고 북쪽, 동쪽, 남쪽을 모두 연결한 파노라마입니다.
왼편 합천호에서 오른편 황매산까지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하산입니다.
하산도 올래갈때만큼은 아니지만 고생 연속입니다.
암튼 직벽 슬랩구간을 우회하여 빙 둘러 내려오긴 했지만 여름 숲길은 참으로 난해 하네요.
비 온 뒤...
뱀들이 일광욕으로 많이 나오는 타이밍이라 발 밑을 조심하여 걷습니다.
애네들은 지들이 일부러 사람을 해하는 경우는 없는데 자칫 꼬리라도 밟히는 날에는 할 수 없이 공격을 하니까요.
요런 요상하게 생긴 버섯 구경도 하여 봅니다.
길인가 하고 따라 내려오면 어제 내린 비가 만든 물길이네요.
올라갈때 워낙에 방향 감각없이 진행하여 내려 올 때는 정상에서 어림을 잡아 내려와 제대로 목적지를 향하는듯 합니다.
천불천탑용바위가 멀리 보입니다.
그곳 스님이 재배하는 고사리밭이네요.
아무리 덥다고 하여도 바람결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가을 바람에 익어가는 밤톨이 송글송글 맺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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