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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쓸모없어진 집 전화기 결국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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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던 집 전화기를 해지했습니다.

전부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걸고 받고, 그러다 보니 애물단지가 된 집 전화기.

한 달에 한 통화 정도 하려나...

 

저는 놔두자고 버티고 아이들이나 집사람은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거 하루빨리 처분하라고 윽박지르고, 그렇게 두어해 동안 실랑이 하다가 결국 안녕했네요.

사실 그동안 집 전화기는 TV 옆에서 자리만 차지하여 유용성이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많이 허전합니다.

통신사의 상담직원도 그런 제 기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주더군요.

자기 집도 전화기를 해지했는데 엄마가 아주 섭섭해하더라고..

희로애락의 애환을 간직한 전화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서랍에 넣고 나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수십년간 떨어져 있던 이들과 이런저런 내용을 주고받으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들이 최전방 군대 근무할 때 새벽에 전화가 와서

"아빠, 전 살아 있어요."

라는 목소리..

 

모 일병이 GOP 내부반에서 총을 난사하여 큰 인명 피해가 났는데 중대장이 살아있는 애들은 모두 집에 연락하라고 했다더군요. 뉴스는 아침 9시나 돼서야 나오고..

 

첫 딸 낳고 시골 어머니한테 전화를 드리니,

"에구 꼬치나 달고 나오지.. "

말을 흐리시며 섭섭함이 전해지던 그 목소리..ㅎ

아마 세월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겠지요?

 

전화기를 해지하고 나서도 약 일주일 정도는 통화가 되더군요.

아마도 통신사에서 해 주는 마지막 배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날짜가 되니 전화기는 먹통이 되어 아주 사망을 해 버렸구요.

 

지금 누군가 내 집 전화기로 안부를 물어 다이얼을 돌린다면,

전화기는 이렇게 대꾸하겠지요.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 주세요."

 

아주 오랫동안 사용했던 우리라는 연락처는 사라지고 이젠 라는 연락처만 남아서 세상과 소통이 되고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말이야, 가정집에도 전화기가 다 있었단다.'

아마 이런 이야기도 멀지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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