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여년 전의 어느 겨울날..

헝클어진 마음을 가누지 못하여 무작정 택시를 잡아 타고 택시 기사분 맘대로 어디든 가 보자고 하니 그분이 내 모습을 잠시 쳐다보곤 두말없이 달려간 곳이 바로 구룡포입니다.

그곳의 도착 시간이 새벽 2시쯤... 차는 되돌려 보내고 살을 에이는 추운 바닷가를 어슬렁 거리며 걷고 있는데 올때 날리던 눈발이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꼭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바닷가에서 오돌오돌 떨다가 마침 포장마차같은 곳이 보이길래 찾아 들어 갔습니다. 손님은 아무도 없고 70세 정도 되보이는 노부부가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뱅 둘러 천막으로 벽을 만들고 비닐로 창문을 내어 바깥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볼수 있는 그런 포장마차였습니다. 반 정도는 마루같이 만들어 온돌을 놓아 할아버지가 이불을 쓰고 누워 있었고 나머지 반의 장소에 의자 대여섯개와 탁자가 놓여 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거의 뱃사람들이 간이 식당으로 이용할것 같다는 짐작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가운데는 난로가 활활 타고 있어 바깥에서 떨다가 들어오니 정말로 천국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할머니께 안주와 소주 한병을 시켜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두분의 사정을 듣게 되었는데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잘 살던 이들이 아들한테 물려준 회사가 어느날부터 엉망이 되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부도가 나고 그렇게 효심이 깊던 아들도 변심하여 나머지 재산을 모조리 빼돌려 자기들끼리 살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낙심한 할아버지는 몸에 병을 얻고 두 분이 이리저리 죽을 자리를 찾아 떠 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에 와서 지내게 되었다 합니다.


그렇게 눈물과 함께 할머니의 긴 이야기를 들어면서 홀로 몇병의 술을 비우고 있는데 간간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던 할아버지가 이불을 들추고 나와 내 앞에 마주 앉아 같이 한잔 하자고 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된다며 한마디 하던 할머니도 할아버지를 잠시 보더니 옆으로 비켜 납니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할아버지의 인생 역정을 들어면서 주거니 받거니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간간 할아버지도 울고 할머니도 울고 그리고 나도 울었습니다.


그날 그 할아버지가 나에게 신신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자식한테 모두 주지 마시오. 늙어서 내 먹을것은 꼭 따로 챙겨 놓아야 합니다.'


그날 긴 밤을 꼬박 지새며 손님없는 바닷가 천막집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던 기억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새롭고 그 할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하여 몇년 지난 뒤 다시 그곳에 들려 보았는데 그 천막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뒤 겨울이 되면 숙제마냥 겨울 바다를 찾아 가는데 첫 목적지는 구룡포입니다. 그 때 그 눈내리는 밤에 그 자리에 계셨던 할아버지 할머지는 천사가 되어 있을 것이지만 그날 밤 찾아온 불청객과 밤새 나눈 이야기는 당분간 추억으로 가지셨으리라 생각하여 봅니다.


 

겨울바다 여행의 행운이랄까.. 그곳에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동네별로 나눠서 윳놀이에 여념이 없다. 말판을 움직이는 이와 윳을 던지는 이들 모두 재미있어 하지만 단위마을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자연히 고성도 들리고 탄식도 들린다.

이날 축제에는 약 30여개의 부스가 있었는데 모두 시식코너를 두어 여행객들이 마음껏 과매기를 먹을수 있게끔 해 두었다.
덕분에 포식하였다. 공짜로...

과매기 무침도 맛보고..

노래도 듣고 ..

양촌리가 어디예요..?
전원일기에 나오는 마을이예요.





바다쪽에서 바라보이는 구룡포항의 모습이다.







햇살이 물결에 반짝이는 모래밭에 갈매기들이 모여 있었다.
워~이.. 하면서 소리를 질러 보았다.

모두가 날아가 버리는데 두마리가 남았다. 한쪽 다리가 없는 장애 갈매기와 그의 연인인듯한 다른 한 마리...


아저씨 많이 잡았어요?
예, 오늘은 좀 올라 왔네요.
뭐가 많이 잡혔어요?
가재미하고 오징어죠 뭐..
가자미 맛있게 생겼네요.
요놈은 완전 100% 자연산 아잉교. 회로 먹어면 요롬만큼 맛있는겨 없지요.
요렇게 뱃대지를 뒤집어서 잡티없이 깨끗한거이 자연산이고 양식한거는 어딘가 뱃대지에 잡티가 있지요.
아,그렇게 구분하는 것이군요.
그럼요.. 근데 도회지 횟집에서 자연산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군만요.
그럼 좀 파실수 있어요?
아이구 지금은 안됩니다. 봉다리도 없고..
...................

근데 뭐랄꼬 이 추븐 바닷가에 왔능교.
겨울바다 보러 왔습니다.
에이.. 바다 거 뭐 볼꺼 있다고 뜨스한 집에 앉아 쉬는기 천국인데..









갈매기가 날으는 바닷가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깨끗한 바닷가에는 갈매기가 없다.
제주의 바닷가에서는 바다 내음이 나지 않듯이..



상생의 손 조각물이 겨울 차가운 바닷물에서 손을 내밀고 있다. 그 곳으로 솟아있는 하늘에는 낮달이 떠 있고..

구룡포 바닷가에는 어디든지 과매기 말리는 모습을 구경할수 있다.
찬 바닷바람에 말려지면서 과매기는 제 맛을 익혀가고 있다.



어묵은 국물맛인데 호미곶의 어묵은 특별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prev | 1 | ··· | 1741 | 1742 | 1743 | 1744 | 1745 | 1746 | 1747 | 1748 | 1749 | ··· | 1866 | next



▣ 전체 여행기와 산행기 한눈에 보기(클릭)
2016. 8월까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