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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인 유선여관과 두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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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그리고 두륜산 산행



얼마전부터 아내에게 갱년기 징조가 다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이거 니 다해라..'


하며 화장실 서랍장에 쌓여 있던 개서답(生理帶)을 모두 꺼내어 딸 애 한테 던져 주더니,
몇 일 뒤에는..


'어.어.어....' 하며,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가 '아직 안 끝났는가봐요..' 하면서 호들갑을 부리고..
밤엔 잠이 오지 않아 고통스러워 이리뒹굴.. 저리뒹굴..
아내의 갱년기가 여느 사춘기 지날 때보다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겸사하고, 생일을 축하해 준다는 명목으로 아내를 모시고 오랜 시간동안 운전하여 남도 끝자락 해남(海南)으로 갔습니다.
대략 한 달 쯤 전에 대흥사 앞 유선여관(遊仙旅館)에 방을 예약해 두었구요.
이 유선여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여관으로 합방이 된 직후인 1915년,
백양사 법당을 지었다는 박목수라는 분이 지었는데 대략 따져도 90년은 휠씬 지난 여관입니다.
한옥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주 멋진 여관입니다.


한 두달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절대 방을 구하지 못하는 아주 특별한 여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 061-534-3692)
묵직한 놋 그릇에 담아 주는 아침상까지 받아 먹고 대흥사와 두륜산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왔습니다.


두륜산은 해남 땅끝 가까이 있는 산으로서 우리나라 다도(茶道)의 일인자인 초의선사가 말년을 보낸 곳 입니다.
산행시간은 넉넉잡고 4~5시간이면 됩니다.

유선여관의 유일한 잠금장치..

여관에서 마련해 주는 아침 상차림입니다.. 마늘쪽 4개, 자반콩 몇 알.. ㅎㅎ
묵직한 놋그릇의 밥공기, 구색을 정확히 갖춘 남도 밥상입니다. 1인분 7,000원.

여관의 마당 풍경입니다. 아침밥 짓는 연기가 지붕 뒤로 피어 오릅니다.

뒷뜰에는 장독으로 가득하였습니다.
대흥사 계곡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여관을 감돌아 나가 참으로 청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관방들의 풍경입니다. 방마다 화장실이 있다든지 욕실이 있다든지 .. 이런것 상상하고 가시면 안 됩니다.
방에는 TV도 없습니다.. 다만 8폭 병풍은 있습니다.

유선여관의 입구입니다.. 집구조는 마당을 두고 ㅁ자 형태로 사방으로 방이 있습니다.
화장실과 세면장은 따로 있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선여관에서 아침 식사 후 산행에 나섰습니다. 여관에서 피안교를 건너고 부도밭을 지나면 바로 대흥사(大興寺)입니다.
임진란때 서산대사가 이끈 승병의 본부였던 곳이지요. 뒤로 보이는 산이 두륜산입니다.
현재 박물관 공사로 한창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이곳 대흥사 사찰은 선방,
즉 도 닦는 곳이 많아 출입을 통제 시켜 둘러 볼 곳이 별로 없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곳이니 아이들과 와서 하루 지내도 될것 같네요.

다성(茶聖)이라 일컷는 초의선사(艸衣禪師)가 39세에 들어와 입적때까지 머물렀던 일지암(一枝庵)입니다.
우리나라 다도문화의 시발점이라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두륜산 중턱에 있습니다.

일지암(좌측)과 오른편의 선원(禪苑).
선원의 한쪽은 난간을 두어 주춧돌 모양의 여러개의 돌을 겹쳐 기둥을 만들어 연못에 담겨져 있습니다.
누군가 망치로 중간 돌을 쳐내면 집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 없는 걱정을 하여 보았네요.

만일암지 5층석탑.일지암에서 정상부근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습니다.
고려중반때 만든 것이라 하는데 절은 없고 탑만 우뚝하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 마루 가까이 오르면서 건너다 보이는 모습입니다.
건너편에 보이는 단체 등산객들.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보여 집니다.
뒷쪽 먼 곳으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수 있는 고계봉(638m)의 전망대가 보여 집니다.
각 봉우리들이 모두 로프나 안전장치등을 이용하여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을 하여야 겠습니다.

두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련봉(703m)입니다.

한 코스 건너 노승봉(685m)에서 바라본 가련봉입니다. 누구 한 사람이 올라가 있네요.
전체적으로 암봉과 절벽이 많아 산행시 각별히 주위를 하여야 겠습니다.



산을 한바퀴 돌고 내려 오면서 들린 북암입니다. 원래 이름은 북미륵암이구요.
위의 그림에 보이는 목조전실인 용화전(龍華殿)내에 마애여래좌상(庵磨崖如來坐像)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용화전 내에 봉안되어 있는 국보 제308호인 마애여래좌상.
이 불상은 거대한 바위에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어며 고려시대 마애불로서 높이가 무려 4.85 m나 됩니다.
원래 보물 제48호로 지정되었으나 용화전을 해체보수하던 중 건물에 가려졌던 천인상 모습이 드러나면서 국보로 승격되었다 합니다.

시간이 약간 남아 강진만(康津灣)의 철새를 보러 갔다가 다산초당(茶山草堂)에 들렸습니다.
다산이 유배되어 18년동안 머문 곳으로 다산선생의 저서들은 거의 이곳에서 집필되었다 합니다.

다산초당에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선생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각종 사료와 전문가의 고증, 진술 등을 통해 가장 표준이 되는 상(像)이라는데 김호석 작가의 작품이라 합니다.

카메라를 바짝 당겨 보았습니다. 온후한 모습이지만 쌍까풀과 안경을 낀 모습이 왠지 낯이 섭니다. 
여름에 파리가 앉아 선생의 용안(容顔)을 버릴까 걱정을 하여 보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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