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타고 조선시대로 가보는 양동마을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양동마을을 둘러본 분들은 뭔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유네스코가 우리나라를 잘 봐줘서 양동마을을 세계적인 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아닐것이고 그만한 가치를 생각하고 막상 와 보니
그냥 산비탈에 죽 늘어선 우리의 고향마을 같은 낯 설지 않는 풍경과 정돈되지 않는 산만함에 한번쯤 고개를갸웃 하실것도 갔네요.
몇 년 전에도 아내와 같이 이곳 동네 둘러보는데 '뭐.. 우리 고향같네' 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이내 돌아가자고 졸랐는데
아직도 그 느낌에서 크게 벗어 나지는 못하는듯 합니다.
그러나 이런건 모두 보는 눈의 차이...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이라는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번에는 사전에 약간의 지식을 얻어 떠났기 때문에 이전과 다르게
울타리 하나 문살 하나가 조금 더 세세히 눈여겨 보여 지더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씨족마을로서 가장 역사가 오랜마을인 양동마을은 행정구역으로는 경주이지만 거의 포항에 가까이 있습니다.
포항에서 안강을 가기 전 우측으로 조금 들어가면 산자락에 기대어 마을이 죽 이어져 있는데 안동의 화회 마을과 같이
툭 터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고 꼭꼭 숨어 있다는 느낌이 드는 마을입니다.
한쪽 비탈에 이어져 있는 마을 풍경은 윗쪽은 기와집 아래쪽은 초가집들로 대략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양반집은
위에 일반 서민들의 집은 아래에 있어 옛날 조선시대 지배구조의 단면을 보는 듯 하네요.
안동의 하회마을이 풍산 유씨로 형성된 씨족마을이라면 이곳은 월성 손씨와 외가 집안인 여강 이씨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손씨와 이씨는 외가이지만 서로 통혼을 하여 인척관계를 유지하고 마을 대소사를 서로 혐력하고 있다 합니다.
마을은 약간 숨에 있지만 그 앞에는 폭 40리 길이 100리에 이른다는 너른 들판이 있는데 이전에는 양동들로 불리다가
지금은 안강들로 불리워진다 합니다. 그만큼 들판의 소유주가 양동마을에서 안강으로 많이 넘어가 버린 모양입니다.
좋던 시절에는 양동마을에 만석꾼이 한집, 천석꾼도 6집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안동의 화회마을에 들어가면 고택들 사이로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너무 많고 현대식 시설들이
군데군데 붙어 있어 카메라의 앵글을 맞추기가 불편한데 이곳 양동마을은 그야말로 고지식한 풍경(?)을 아직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을 안쪽에는 전혀 장사하는 집이 없고 외곽에 일부 식당이 보여 집니다. 마을사람들이 실제 거주 하면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집 내부를 들여다 보면 경운기나 농기구들이 보여지고 대문 입구에는 누렁이가 인상을 쓰고 지키는 집도 있습니다.
제발 화회마을같이 상업적 내음새가 풍기지 않게 오래도록 이대로 잘 관리되길 바래 봅니다.
마을 관람은 비탈길을 올라갔다 내려 왔다 하면서 구경하면 되는데 집들이 여기하나 저기하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할것 같습니다. 안내책자에는 총 소요시간을 6시간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1. 손동만씨가옥(孫東滿氏家屋)(서백당(書百堂) 또는 송첨, 중요민속자료 제23호)
2. 낙선당(樂善堂)(손영호씨가옥(孫濚鎬氏家屋), 중요민속자료 제73호)
3. 무첨당(無첨堂)(여강이씨 대종가(驪江李氏 大宗家), 이인식(李仁植), 보물 제411호)
4. 관가정(觀稼亭)(손씨대종중(孫氏大宗中), 보물 제442호)
5. 향단(香壇)(향단파종가(香壇派宗家), 보물 제412호)
6. 심수정(心水亭)(향단파(香壇派), 중요민속자료 제81호)
7. 수운정(水雲亭)(손승익(孫承翼), 중요민속자료 제80호)
8. 수졸당(守拙堂)(이종환(李宗煥), 중요민속자료 제78호)
9. 이향정(二香亭)(이석천(李錫千), 중요민속자료 제79호)
10. 이원용가옥(李源鏞家屋)(중요민속자료 제75호)
11. 이희태가옥(李熙太家屋)(중요민속자료 제77호)
12. 안락정(安樂亭)(손씨종중서당(孫氏宗中書堂), 중요민속자료 제82호)
13. 이동기가옥(李東琦家屋)(중요민속자료 제76호)
14. 이원봉가옥(李源鳳家屋)(중요민속자료 제74호)
15. 강학당(講學堂)(이씨종중서당(李氏宗中書堂), 중요민속자료 제83호)
마을입구에 있는 양동초등학교.. 운동장을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붕이 멋지네요.
마을 입구에서 본 양동마을 풍경입니다.
좌우 산기슭으로 마을이 자리하여 기와집은 윗쪽에, 초가집은 아래쪽에..
지형적 여건이 편리한 지배 구조형태를 낳은것 같습니다.
세계 문화 유산 지정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듯 방문자가 급격히 늘어 났습니다.
언덕위에 자리한 기와집의 왼편이 관가정(觀稼亭)입니다.
희미하게 걸려있는 편액이 보이네요. 풀이하면 '농사짓는 풍경을 보는 정자'라는 뜻입니다.
1514년에 건립되었고 손씨문중의 종택입니다. 현재 보물 제44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개의 집들이 현재 사람들이 거주하기 때문에 집은 오래된 전통 가옥 일지라도 현대식 이무기들이 들어와 있음은 어쩔수가 없네요.
대개가 400~500년을 지내온 전통 가옥들이라 같이 커온 정원수들도 연륜이 있어 보입니다.
그 옛날 아기씨가 술레잡이 하고 놀았을것 같은 장소이네요.
방학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습니다.
시원한 안마루에 앉아 아이들한테 이런 저런 설명을 하여 주는 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오래된 돌담.. 약간 기웃한 대문.. 그리고 꽃을 잔뜩 피운 배롱나무가 타임머신 속에 나를 태웁니다.
흙과 소나무 가지로 만든 키 낮은 담장 너머로 촌 농부네의 살림살이가 흰히 보입니다.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이 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온다고 지레 챙긴다는 것이..
이런 담 싹 허물고 반듯한 현대식 황토식 담을 짓는다던지 이끼 차고 녹 바랜 기와 걷어내고 반짝거리는
새 기와, 새 기둥으로 교체하는 그런 못난 정책잡이가 나타날까 정말 두렵습니다.
제발.. 이 정겨운 담장은 그대로 오래 오래 두길 바래 봅니다.
맨 위가 가장 사람들이 많이 관람하는 고택인 향단(香壇)입니다.
보물 제412호로서 조선 중종(中宗)임금이 성리학자 이언적이 경상감사로 있을때 모친 병 간호를 위하여
목재를 하사하여 지은 집입니다. 원래는 99칸이었다고 하나 현재 50여칸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잘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미처 비를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두 처마 밑으로 들어 갔네요.
향단(香壇)의 처마밑에 우두커니 비를 피하면서 서까래에서 떨어지는 낙수를 보니 갑자기 속이 출출해 지면서 주막(酒幕)생각이 울컥...^^
마을 앞의 연꽃밭. 빗방울이 떨어지고 연잎이 그것을 품는 모습이 너무 멋집니다.
품을 수 있는 만큼만 품다가 제 힘에 겨우면 미련없이 비워 버리네요.
정충비각(旌忠碑閣), 조선 인조 병자호란때 순절한 손종로의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비각.
양동마을 둘러보고 두어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청송 주왕산 옆의 달기약수탕.
비위 약한 사람들은 거의 마시기 힘든 달기약수물로 만든 닭백숙을 시켜 놓고..
하루 종일 참고 참았던 동동주 한잔. 편안히 앉아 온 아내가 운전대를 교대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모든 음식들이 약수를 원료로 한 것인지 맛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닭죽과 백숙도 맛이 일품. 이곳에 들리시는 분께 이집을 권하여 드리고 싶네요.
약수를 뜨는 곳입니다. 세곳에 있는데 이곳이 중간에 있는 옥탕.
비가 많이 내려 바로 옆 개울에는 도랑물이 거칠게 흘러 내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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