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과 함께 소란스러워진 가을을 외면하고 나홀로 고요한 계곡 산행을 다녀 왔습니다.
일명 내츄럴 에코 어드벤처 투어(?)
우리나라에 아직도 포장이 되지 않는 도로가 남아 있을까요?
이곳에 가면 있습니다. 일부 구간만 잠시 포장이 안된 것이 아니고, 그냥 그대로 전 구간이...
차를 타고 달려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곳이..
그런 추억의 신작로 같은 길을 나홀로 차를 몰아 도착한 곳..
지도상으로는 포항 인근의 내연산 북서쪽.
그곳에는 이름도 스산한 마두교라는 초라한 시멘트 다리가 있습니다.
그곳부터 오르는 계곡산행.
아직도 시원찮은 발목에 압박붕대와 약국에서 구입한 발목 아대를 단단히 조이고 계곡을 치고 오릅니다.
이날 산행에서 만난 이는 산에 올라 능선에서 만난 일행 3명이 전부 였습니다.
덕곡 계곡으로 올라 능선을 이어타고 다시 하옥리의 마솔골로 7시간 이상 걸려 줄창 걸었는데도 전혀 사람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계곡 따라 오르고 계곡 따라 내려 올때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지 못하였구요.
순수한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숨은 비경.
입맛이 까다로운 산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물중에 보물 코스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알게 모르게 숨겨진 오지가 많은데 이런 첩첩 오지들의 특징은 교통이 아주 불편하고, 마을이 없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휴가로 깨끗하고 물 맑은 곳을 찾아 잡지부록을 들썩이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였다면
이미 그곳은 청정지역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먼 복작거리는 유원지로 변한 곳일 것입니다.
이런 좁디 좁은 대한민국에도 알게 모르게 진짜배기 무공해 청정지역이 몇 곳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곳 덕골계곡입니다.
이 이름을 대강 유추해 보건데 덕곡(德谷)이라는 이름에 곡(谷)을 골로 부르는듯 하며 이곳 몇 되지 않는 토박이 분들은 굳이
단어 뒤에 계곡(谷)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데도 덕곡계곡이라고 부르거나 덕골계곡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통상 청정지역 또는 무공해 지역이라 내 세우는 일반적인 곳과는 이곳은 그 차원이 다릅니다.
순도 100% 청정지역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계곡은 순한 트래킹코스를 연상시키는 곳도 있지만 대개가 커다란 바위나 소로 되어 있어 아주 위험합니다.
더 위험한 것은 이곳에는 전혀 안내판이나 안전장치가 없습니다. 완전 전무합니다.
계곡 옆으로는 지난번에는 없던 등산길이 희미하게 나 있어나 그건 애초 포기하고 계곡으로 들어서서 물길만 따라 오릅니다.
그럼 어떻게 길을 찾고 중간에 지류도 나오는데 제대로 찾아 올라 가는냐? 그냥 알아서 가야 합니다.
만약 초행이라면 절때 혼자 오르면 안됩니다.
계곡에는 아직 약간 이른 철이라 단풍은 별로 없지만 여름을 넘긴 낙엽수 이파리들이 잔뜩 떨어져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보는 곳마다 절경이고 흐르는 물마다 소이고 폭포이니 자연 발걸음이 빨라 지지는 않습니다.
덕곡계곡을 치고 오르는데는 약 3~4시간 정도가 소요 됩니다. 정상적으로 오르면 바로 내연산 삼지봉 밑이 되나 이 코스로는
지난번에도 한번 들렸던 곳이라 계곡의 끝 부근에서 좌측 지류를 타고 올라 770봉으로 예상되는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등산로나 이런것은 애초 없습니다. 안내판이나 주위를 조망할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오직 지도로 위치를 추정할 뿐입니다.
그 옛날 무슨 봉화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제를 모셨던 곳 같기도 한, 돌담을 빙 둘러 친 봉우리를 지나 동대산 방향으로
약 1시간 진행하였다가 동대산 못미쳐 다시 계곡으로 떨여졌습니다. 이 계곡이 마솔골인데 아무래도 덕골계곡보다는 한참이나
그 풍광이 못 미쳤지만 그래도 고즈늑한 운치가 멋진 곳입니다.
마솔골을 약 두시간 가량 내려 오면 이윽고 사람이 만든 도로가 나오고 벼 이삭이 보이는 ..흡사 종일 외계를 여행하다가
지구에 착륙한 기분같은 반가움이 울컥합니다.
그곳에는 하옥이라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모든 도로는 비포장. 하옥마을 못 미쳐 개울가에는 다른 볼일로 들어온 외지 아줌마 두명이 다슬기를 잡고 있습니다.
한 봉지씩 잡았네요.
길가 도로 턱에 한참이나 앉아 다슬기 잡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마침 내려가는 차가 있길래 얻어 타고 최초 산행 들머리인
마두교까지 왔습니다. 아침 8시 반에 올랐던 산행이 골짜기 해가 뉘엿거리는 오후 4시가 되어 있습니다.
다시 차에 올라 되돌아 갑니다.
한참이나 달려 어느 길가에 약간 큰 슈퍼에 들려 내가 유일하게 마시는 음료수..시원한 칠성사이다를 한 병 사서 마십니다.
가을하루를 만끽한 전율같은 행복이 목을 타고 넘어 갑니다.
계곡 트래킹 영상입니다. 라이브로 생생한 가을 물소리를 들려 드립니다.
별도 소음은 스틱과 등산화 자국 소리입니다.
아주 오래전 신작로의 추억이 계시는 분은 위 도로 영상을 한번 감상하여 보십시요.
우리나라에 몇 남지 않은 비포장 길입니다.
산을 좋아 하시는 분들은 위의 지도를 보시면 대강의 위치를 짐작 하실 것입니다.
마두교에서 - 계곡트래킹 - 770봉(확실치 않음) - 능선 - 마솔골 계곡 트래킹 -
하옥마을(마을은 구경 못함) - 차 얻어 타고 마두교 원점회귀
마두교에서 내려다 본 계곡 입니다. 이 계곡이 덕골입니다.
이 사진은 되돌아 가면서 찍은 사진인데 모두 비포장입니다.
계곡은 아주 험합니다. 큰 바위가 많고 소와 폭포가 연이어져 긴장의 연속입니다.
소나 벼랑을 만나면 잘 판단하여 잠시 우회 하여야 합니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들이 많습니다.
상류로 올라가면 건천이 됩니다.그러다가 다시 더 올라가면 물이 있는 계곡이 되구요.
계곡을 치고 오르는데는 약 3시간 이상 잡으면 됩니다.
계곡 트래킹 끝내고 능선을 오르니 이런 돌무덤으로 담을 빙 둘러친 봉우리를 만났습니다.
지도상으로 770봉으로 예상됩니다.믿을것은 오직 지도밖에 없습니다.
이곳에서 약 30분간 능선 진행 후 오늘 유일무일하게 사람 구경을 하였습니다.
하산을 마치고 하옥마을 아래쪽 개울에 도착. 여자분 두 명이 다슬기를 잡고 있습니다.
가족인듯 한데 남자분은 물가에서 구경하고 있구요. 냇물 바닥에 보니 다슬기가 엄청 많습니다.
차를 타고 되돌아 오면서 본 가을 산 풍경입니다. 대략 보름쯤 뒤에 들리면 계곡 단풍이 절정일것 같습니다.
바로 도로가에 차를 타고 달리다 손을 내밀면 사과가 잡힐것 같습니다. 이런 시골에는 울도 없이 과수원이 있지만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인식들이 그만큼 올라져 있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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