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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얼마큼 추워봤니? - 소백산 비로봉의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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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영화를 보면 극한 상황의 전개가 여러 번 나오는데요.

이 영화에 나오는 한 번쯤의 극한 상황을 맛보려면 한겨울,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 소백산에 오르면 됩니다.

아마도 히말라야 못잖은 쨍!~한 추위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겨울의 소백산 비로봉은 칼바람 추위로 유명합니다.

일기예보에 바람이 많이 분다든지 기온이 내려간다는 소식이 올라오면 일부러 이곳을 찾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극 추위를 즐긴다는 것...

참으로 그리 상쾌한 산행을 맛보는 건 아니지만 바람에 사람이 날려 갈수도 있다는 걸 실감 할수있고 수천 개의 바늘이 얼굴을 콕콕 찌르는 느낌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럼 소백산 비로봉의 칼바람이 얼마나 추우냐고요?

그게 뭐 글 설명으로 표현이 될까요.

 

그냥 간단하게, 경상도 말로...

 

"어억~~수로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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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에 바람소리가 심했습니다.

일기예보에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구요.

어디 가겠다고 정하지 않고 자고 일어난 새벽..

부랴부랴 짐을 챙겨 소백산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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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주차장 - 초암사 - 갈림길 - 석륜암터 - 돼지바위 - 능선삼거리 - 국망봉 - (되돌아와서) - 능선삼거리 - 주능선 - 비로봉 - 달밭골 - 소백산자락길 - 갈림길 - 초암사 - 주차장(원점회귀)

 

산행강도 : ★★★★(날씨에 따라 다름)

산행거리 : 약 16km

소요시간 : 5시간 30분

 

 

소백산 등산지도

제가 다녀 온 구간을 기준으로 만든 등산지도입니다.

위 지도에서 빨강색으로 그려진 곳이 다녀 온 코스입니다.

 처음에는 시계방향으로 코스를 설정 했다가 아무래도 클라이막스인 비로봉의 칼바람을 나중에 맞는다는 것이 낳겠다는 생각에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았습니다.

 

 

 

 초암사 입구에 있는 등산지도

현위치라고 되어 있는 곳이 초암사인데요.

소백산의 전체 산행구간이 보기좋게 잘 표시되어 있습니다.

 

위 지도는 클릭하면 지도의 글씨가 쉽게 보여지는 큰 지도로 볼 수 있습니다.

 

 

 

 

눈발이 살금살금 내리는 날씨인데 사진으로는 맑은 날씨로 보여 집니다.

전체적으로 흐리고 뿌연 날씨입니다.

 

 

 

 

길은 모두 일가친척

걷는다는 것은 가까운 친척을

만나는 것입니다.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진눈깨비같은 눈발이 올라가는 내내 날립니다.

아직까지 등산로에는 눈이 내린 표시가 그리 나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비닐봉투에 넣고 있다가 찍을때만 꺼낸다는 것도 제법 귀찮은 일입니다.

 

 

 

 이제 등산로에 제법 눈이 쌓였습니다.

이틀동안 내린 비로 어지럽혀져 있던 눈 조각들이 씻겨 내려가고 흡사 새 겨울의 새 눈처럼 고운 태가 납니다.

등산로 내내 같이하는 계곡에는 제법 수량이 많아 물 흘러내려가는 소리가 우렁찹니다.

 

 

 

 올가는 길 옆에 으슥한 동굴이 하나 있어 기웃거려 봤습니다.

커다란 짐승이 순식간에 튀어나올 분위기...

약간 긴장을 하고 미끄러지면 내려가 확인 한 동굴 속은...

 

 

 

 이렇게 꺼꾸로 고드름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더 안쪽으로 자세히 보니 요상하게 생긴 얼음 기둥들이 자라고 있는데 분위기가 묘하여 일보 후퇴..

그냥 나왔습니다.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어...

 

 

 

 눈발이 계속 날립니다.

등산로는 온통 하얀색으로 바꿔졌습니다.

 

선등자의 발자국이 딱 하나..

나처럼 살짝 외로운 이가 또 오르고 있나 봅니다.

 

눈이 덮히기 전의 발자국이니 곧 따라 잡겠지요.

 

날씨는 아직은 포근한 편입니다.

물론 이 기분은 능선에 도달하면서 180˚로 바꿨지만요.

 

 

 

 

국망봉 아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석륜암 절터 바로 뒷편에 하늘을 날려고 하는 높이 18m 크기의 기이한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마치 거대한 봉황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봉바위라 불리워 오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 신라시대 석륜암이 있을때 이 봉바위 앞에서 주야기도를 하면 바라는 소원이 꼭 이뤄진다고 했답니다.

봉바위 옆으로는 '낙동강발원지'라는 돌비석이 보여 지는데 익히 알고 있기로는 낙동강 발원지는 태백의 황지라는 연못으로 알고 있는데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위 봉바위 사진은 한참의 앵글에 다 들어가지 않아 파노라마로 만들었습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봉바위에서 100m만 올라가면 만나는 돼지바위.

고사를 지낼때 돼지 얼굴이 쓱~ 쪼개면(ㅎ) 뭔가 좋은 징조라고 하지요.

이 돼지바위의 얼굴이 그야말로 웃고 있는 돼지입니다.

길조 돼지바위...

 

몇 해 간 산행을 하면서 아직까지 시산제를 한번도 지내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지낸다는게 그냥 지나가고 ...

이제 올해는 꼭 지낼까 하는데 어찌될지는 모르겠네요.

만약 지낸다면 아침 일찍 와서 이 바위에서 자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겉옷은 베낭에 넣고 귀마개만 하고 올라왔는데 이제 능선이 보여 집니다.

저 능선의 상항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능선을 올라가기 전에 베낭을 내려 껴 입을 옷과 모자, 장갑을 교체합니다.

이마의 땀으로 젖은 모자도 교체하고 장갑도 더 두터운 것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넥웨머와 온 얼굴을 감싸는 모자를 쓰고 동여매고 베낭을 다시 메고 능선에 오릅니다.

 

 

 

 참 사진이라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마구 붑니다.

그리고 춥습니다.

큰 장갑을 끼고 있어도 손 끝이 삽시간에 아려 옵니다.

이곳 삼거리에서 우측의 국망봉으로 향합니다.

시계가 거의 제로상태이라 초행산행자는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국망봉은 약 300m 다시 되돌아 와야 합니다.

 

 

 

 

 국망봉 가는 길....

바람소리에 정신이 아득 합니다.

 

 

 

 이틀간 내린 비..

그리고 그 이후 오늘 내린 눈으로 온통 설화 만발입니다.

 

 

 

 툭 떨어진 기온과 눈 탓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조망이 툭 트인다면 더할 나위도 없겠지만 한치 앞의 풍경만으로도 가슴 속의 회오리가 몰아 칩니다.

 

 

 

 

 국망봉 도착

사진만 찍고 얼릉 되돌아 갑니다.

너무 춥습니다.

바람도 너무 심합니다.

 

 

 

 이번 겨울에 내린 눈으로 등산로가 약 1m가량 돋우어져 있습니다.

걸어가는 내내 나무가지에 얼굴이 할퀴어지고 부딛칩니다.

 

 

 

 

 국망봉에서 비로봉까지는 약 3km 정도

1시간 반 정도가 소요 됩니다.

북쪽 능선으로 걸어가면 칼바람으로 얼굴이 따갑고 남쪽 능선으로 숨어들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조용합니다.

숨죽인 남쪽 능선에서 커피를 진하게 태워 가져 간 빵 한 조각으로 요기를 합니다.

 

 

 

 

 설화만발한 풍경이 눈을 호강시키지만 귓전으로 파고드는 바람소리는 숨소리마저 멋게 합니다.

차가운 공기를 한웅큼 머금었다가다 꿀꺽 삼켜 봅니다.

속으로 넘어가는 차가운 공기가 너무 상쾌 합니다.

 

 

 

 철쭉의 숲 속 터널 길을 벗어나 이제 탁 트인 능선에 도착하였습니다.

조망이 트인다면 바로 앞에 정상이 보여 지는데 그냥 바람소리만 요란합니다.

 

 

 

 

 제 몸무게가 그리 가볍지 않은데 휘청거립니다.

바로 걸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빨리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뿐...

 

 

 

 카메라의 뷰가 보이지 않습니다.

금방 닦으면 금방 두터운 얼음같은 걸로 막혀 버립니다.

그냥 대강 앞쪽을 보며 찍습니다.

찍는 것이 아니고 찍히겠지 하며 셔터를 누르는 것입니다.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바람과 추위가 그렇게 느끼게 하는 감성을 앗아갑니다.

그래도 잠시 멈춰 길 옆의 설화를 봅니다.

자칫 몸이 날려 밧줄을 넘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어의곡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정상으로 향합니다.

여자분들은 남자가 부축하지 않으면 날려 갈 것 같습니다.

 

 

 

 정상입니다.

연화봉쪽에서 건너오는 이들의 모습이 가까운데도 아득 합니다.

 

 

 

이제부터 정상의 풍경입니다.

 

소백산의 칼바람을 꼭 구경시켜줘야 할 이가 있는데 올해는 그냥 지나 갑니다.

얼굴을 수백개의 바늘로 찌르는 매서운 바람...

그 바람도 즐길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제법 올라 와 있습니다.

 

 

 

 전부 남쪽방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쪽으로 얼굴을 돌리면 너무 따갑습니다.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이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즐깁니다.

이번 산행에서 너무 다행인 것은 장갑 속의 손이 그리 시렵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인증샷은 찍어야져..ㅎ

 

 

 

누군가에게 부탁하여 찍은 사진인데 사진기가 작동이 잘 안된다며 장갑을 멋고 찍어줘서 너무 미안했습니다.

이런 추위에 등산장갑을 벗는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인데 말입니다.

 

 

 

 

 

 

 

 

 

 

 

 

 

 

 

 여기까지가 정상의 풍경입니다.

 

 

 

비로봉 정상의 칼바람을 실감할 동영상을 첨부 합니다.

 

 

 

 

 

 

비로사 쪽으로 하산입니다.

몇 걸음을 옮겨 내려 왔는데 정상과의 온도 차는 수십도가 나는 것 같습니다.

 

 

 

내려오는 도중에 해가 살짝 비칩니다.

 

 

 

달발골까지 이어지는 내리막도 온통 눈꽃 천지...

 

 

 

달밭골 도착

이제 여기서 비로사 방향을 버리고 소백산자락길을 통하여 초암사로 이동 합니다.

 

 

 

달밭골 풍경

이전에는 참으로 허전한 풍경이었는데 이제는 신식으로된 집들이 몇 채 보여 집니다.

소백산자락길이 개통된 덕분인듯 합니다.

 

 

 

 

 

 

 

 

 

달밭골을 지나면서 문 앞에 웅크리고 있는 강생이 한마리..

 

 

 

눈발이 하염없이 날리는데 봄 애처러워 보입니다.

 

 

 

살짝 치면 된다는 자유의 종을 정말 살짝한번 쳐 보았습니다.

"댕~~~"

하는 소리의 여운이 너무 좋습니다.

 

 

 

달밭골에서 초암사까지의 자락길은 제법 높은 재를 하나 넘어가는 길입니다.

 

 

 

중간에 이런 도인촌 비슷한것도 있는데 입구 문짝에 한문으로 수도중(修道中)이라고 적여 놨네요.

그냥 한글로 적어두지...

 

 

 

 

 

 

 

 

눈발이 마구 날립니다.

이제 자락길도 거의 다 온듯 합니다.

 

 

 

개울에 얼어있는 얼음 위로 물이 흐릅니다.

이번에 내린 빗물이 제법 많습니다.

 

 

 

국망봉과 달밭골자락길의 갈림길에 다시 왔습니다.

아침에 오른쪽 길로 올라서 이제 왼편의 길로 돌아 온 것입니다.

 

 

 

 

초암사에 도착하니 눈발이 더욱 심해 집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보내면서 이번 겨울을 떠나 보냅니다.

조금 전..

비로봉의 칼바람이 생각 납니다.

그 바람소리를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 추위를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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