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좀 잡아주세요

Posted by 두가 글과 그림 : 2010.12.18 09:58



내 손 좀 잡아주세요



우리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각박한가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옆집에서 사고가 생겨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의 무심함에 대해 걱정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내가 본 장면은 그런 걱정과 전혀 상관없는 듯 했습니다.
내가 탄 버스에는 전신이 불편해 보이는 장애인 한 분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몸은 비틀리고 불편해 보였지만 눈빛이 맑고 깔끔했습니다.

그녀가 내릴 차례가 되어 힘겹게 뒷문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벨을 누르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힘이 드는 모양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긴장 속에서 그녀는 마지막 계단을 내려섰습니다.
나는 머뭇거리며 그녀의 목 뒤에 흐르는 땀방울을 바라보았지요.
그녀는 미처 내려서지 못한 채, 앞을 내다보며 거리의 사람들에게 외쳤씁니다.

"제 손 좀 잡아주세요!"

아, 그 순간, 나를 비롯한 버스 안의 사람들과 거리의 사람들이 그녀에게로 달려갔습니다. 마술의 주문이라도 되는 양 우리는 그녀의 두 손을 앞다투어 붙잡았습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밀어주었고, 버스 밖에서는 그녀의 손을 이끌어 안전하게 내리도록 도와주었지요.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오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던 모든 기회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들이나 낯선 사람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다가왔던 많은 순간들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끝이 없습니다. 자신의 재능과 마음을 바치는 것부터, 나보다 약한 이를 물질적으로 도와주는 일 역시 자신의 삶을 아름답고 활기차게 만드는 일입니다.

산다는 것은 들을 수 있는 귀와 볼 수 있는 눈, 서로를 잡을 수 있는 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것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공간이나 꿈, 그리고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어도 충분할 만큼의 사랑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그들의 손을 붙잡아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손이 두 개인 이유는 두 사람과 맞잡기 위해서 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내 손을 좀 붙잡아달라고 외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입니다.
나는 오늘 그녀에게 먼저 내가 당신의 손을 붙잡아주겠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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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랑 닮은 친구에게 주고 싶은 책(이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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