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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정두리의 詩 -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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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다보면 눈물 나도록 그리운 사람이 있답니다.

술 잔뜩 마시면 울컥 생각이 나고..

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 한켠 쌓아 두었던 기둥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도 같이 들린답니다.

산다는건 결국 왔다가 가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는 것 같습니다.


 

정두리 - 그대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못할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아! 한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이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 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 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 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 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 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 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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