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갔다가 예쁜 아가씨와 바람 날뻔...


어느 미끈한 아가씨가 산행 내내 내 뒤만 졸졸 따라 옵니다.
늘씬한 키에 나름대로 팔등신은 충분히 되는듯 하고, 모자를 너무 눌러쓰고 있어 얼굴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탤런트 누구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남 땅끝, 달마산 종주를 하면서 다도해 풍경에 흠빡 젖어 보려는 애초의 의도가 약간 어긋났습니다.
이 아가씨 제 꽁무니를 놓치면 뭔 큰 일이라도 나는 듯 바로 뒤에서 숨소리도 거칠게 헥헥 거리며 따라 옵니다.
점심때가 가까워져 조망 좋은 암등에 올라 나홀로 낮술이라도 즐기리라 내심 작정하면서,
이 거머리를 떼어 놓기 위해 마구 달렸지요.
솔직히 홀로 산행의 재미에 이런 아가씨가 끼어 드는 것을 크게 마다할 이유는 없어나 생김새로 보나 차림으로 보나
일치감치 내가 대적(?)할 상대는 아닌듯 합니다.


걸음을 빨리 하여 부리나케 치고 나가는데,
- '아저씨...' 하고 거의 죽는 목소리로 부릅니다.
처음 걸어 보는 말입니다.
- '아니 아가씨 왜 자꾸 따라 오세요?  뒤에 일행도 있는 것 같던데..'
- '예.. 산악회 따라 왔습니다.'
- '그럼 일행들과 천천히 같이 가시면 되겠네요.'
   .............

한참 대답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 '아저씨, 이곳 와 보셨어요?'
- '예, 달마산은 몇 년 전에 한번 와 봤습니다.'
- '어쩐지.. 길을 잘 아시는 것 같네요. 그냥 아저씨만 따라가면 될 것 같아서요..'
- ???
- '일행 중에 자꾸 절 짖궂게 구는 이가 있습니다.'
- '어디서 오셨는데요?'
- '서울에서요..'


이야기인즉, 서울에서 내려 오면서 우연히 옆자리에 같이 앉은 이가 자꾸 유치한 수작을 건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 올라가면서도 이어질까 나름 대비한 지략이, 나 같이 산적같은 이를 여기서 우연히 만나
익히 잘 아는 사람 만난듯 그렇게 연극을 해 두어 상대를 김 빠지게 만드는 계산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 난 뭐..??
들러리..ㅎ


그렇게 이날 하루 품위있는 신사 노릇 해 준다고 정말 애 많이 먹었습니다.
미황사 절에서 기념 사진 한장 찍어 주고 헤어진 다음에서야 그녀의 알듯 모를 듯한 미소의 의미가 느껴지는것 같았지요..^^

 


달마산은 남도 끝자락 한반도의 가장 남쪽, 땅끝 바로 가까이 있는 산으로서 온통 암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높이는 489m로서 얕은 산이지만 다도해를 산행 내내 조망할수 있고 따스한 봄 바람을 가장 먼저 느낄수 있는 곳이라
이 계절에 가장 알맞은 산행지가 아닐까 합니다. 풀 코스로 종주 할려면 약 6시간 정도 잡으면 되고 뚝 끊어서
맛있는 곳만 골라 보시려면 넉넉잡고 4시간만 하면 됩니다.

달마산 자락에는 미황사라는 아름다운 절이 있고 주위에는 오래된 동백이 많아 한없이 피고 지는 동백의 자태를
눈여겨 감상할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산행 후 땅끝 구경을 하시거나 이곳 주위에 산재한 여러 곳의 유적을 겸하여 탐방 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전체 능선 길이 12km의 달마산은 나무가 거의 없는 능선길로서 뾰쪽뾰쪽한 바위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약간 위험한 산행 구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산행은 능선길의 묘미가 더해져 재미가 가득합니다.

더군다나 땅끝을 비롯하여 사방으로 조망되는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풍경은 이 산의 특별한 매력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우측으로 연결되는 섬이 완도입니다.

능선의 중간쯤에서 내려다 보이는 미황사와 남쪽 땅끝 부근의 풍경입니다.
제가 다녀본 절집 중에서 아름다운 절간 다섯군데를 쁩으라면 이 절을 넣고 싶습니다.
오래된 동백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미황사를 줌으로 가까이 당겨 보았습니다.
어느 절이나 마찬가지로 보살님들이 드나들기 쉽게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없던 대형 주차장도 생기고 산문도 넓어 졌네요.

이곳이 달마산 정상인데 인도의 고승 달마대사가 머문 곳이란 설이 있어 달마산의 이름이 만들어 졌다 하는데
원래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제자를 찾으러 간 것을 말한다고 하지만 일설에는 중국의 동쪽인 한반도를 뜻한는 것이라는
설이 있어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가 확인(?)이 되는 셈입니다.

기기묘묘한 암석이 이 산의 특징일것 같습니다.

미황사의 대웅전, 아직 단청을 하지 않아 순박하여 보여지는 느낌이 또다른 매력입니다.
뒤로 보이는 달마산 능선의 풍경은 가히 절경중의 절경으로 다가 옵니다.
달마산을 배경으로 미황사 대웅전을 보는것이 이곳 여행지의 가장 멋진 즐거움일것 같다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미황사 샘물에는 봄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흘러 내리는 물 빛깔이 벌써 달랐습니다.

대웅전 문살의 문양, 아래사진과 같은 모양과 함께 두 종류의 문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보물 947호 미황사 대웅전
미황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절입니다.
주춧돌에 연꽃무늬에 자라나 게 따위를 조각한 돌을 사용하였다는데 저의 시야는 처마 밑 엄청나게 많으 포에 홀려서
미처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동물을 조각하여 추춧돌로 쓴 곳은 이곳 뿐이라는데 보지 못하고 온 것이 내내 후회 됩니다.
내부에는 단청을 하였는데 외부에는 그대로 두어 참으로 색다른 매력이었습니다.
대웅전의 좌우 기둥에도 용을 조각해 두었다는데 이도 보지 못하였고, 내부 천장의 우물정자 모양의 다포형식속에서 정 가운데
불교용어인 범(梵)자가 눈에 확 뜨일것이라 하였는데 엉뚱한 것만 쳐다보다가 이것도 지나치고 말았네요.
사람은 항상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여 봅니다.

응진전에서 비구니 스님이 부처님전에 한없이 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속세의 흙밭에서 놀다가 온 한 중생이 뒤에서 고요히 지켜 본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

울들이 모두 외벽 돌담을 치고 그곳에는 담쟁이가 서툰 솜씨로 추상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나이든 동백과 아열대종 같은 나무들이 빽빽하여 이국적 멋도 살짝 풍기는 미황사.
달마산이 병풍이 되지 않았으면 미황사도 없었을 것이고 미황사의 품이 없었다면 달마산도 존재의 가치가 떨어졌을 것이라는
자명한 답을 느껴 봅니다.

묘령의 아가씨가 찍어 준 인증 샷..!

겨우내 피고지는 동백이라지만 아직은 일러 몽우리로 가득 하네요.
보름 쯤 지나 들리면 마음을 쉬이 훔쳐갈 붉디 붉은 동백이 반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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