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입니다.
이맘때쯤 깊은 산에는 눈이 1m쯤 쌓여 높아져버린 등산로땜에 나무가지에 머리가 부딛치기 일쑤인데 올해는 이곳저곳 눈 소식을 알아봐도 그리 맛깔스런 산행지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찾아 간 곳이 산청의 왕산과 필봉산.
두 산은 1km정도의 지척간에 이웃하고 있어 대개의 산행에서는 이 두산을 연계하여 산행을 하는 곳입니다.
왕산자락에는 금관가야의 10대 왕이자 가야제국의 마지막 왕인 양왕(구형왕)의 피라밋 돌무덤이 있는 곳.
이전부터 이 돌무덤에 대한 내력이 참 궁금했답니다.
구형왕릉(仇衡王陵)이라고 알려진 돌무덤은 공식적인 명칭으로 전구형왕릉입니다. 앞의 전자는 전해질 전(傳)자 입니다. '傳仇衡王陵'으로서 이전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신라에 패망하여 나라를 잊어버린 마지막 왕이 그 비참함으로 결코 흙으로 묻힐 수 없다하여 돌로 덮어두라는 유언으로 이런 돌무덤이 되었다고 하는데 암튼 상당히 신기한 형태의 무덤구경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구형왕의 증손자가 신라 삼국통일을 이룬 김유신인데 이들의 유적이 이곳 왕산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왕산(王山)이 된 듯 하구요.
왕산에는 구형왕릉과 함께 또 다른 볼거리가 있는데 류의태 약수터입니다.
조선 중기의 명의이자 동의보감 허준의 스승이기도 한 신의(神醫) 류의태가 탕약의 물로 사용했다는 약수입니다.
저도 위염이 살짝 있는듯하여 이 물을 배 터지게 마셔 봤는데 물 맛은?
그냥 물맛입니다.
왕산과 필봉산은 조망 하나는 끝내줍니다.
동서남북 막힘없는 조망이 정말 눈을 즐겁게 하여 주는데 서부경남 인근의 산자락에 고스란히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지리산이 병풍처럼 다가오는 곳입니다. 지리산동부능선이 눈 앞에 가득하고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지리산 갈래능선들이 물결처럼 일렁입니다.
겨울 한 복판인데 산자락에는 눈이 한 조각도 없습니다.
그런 밋밋한 엄동에 찾은 왕산과 필봉산은 그런 아쉬움을 몽땅 씻어주었습니다.
온통 탁 트인 조망을 즐기며 육산의 포근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구형왕릉 위치입니다.
산행코스 :
구형왕릉주차장에 주차 - 구형왕릉 - 수정궁터 - 류의태약수 - 망경대 - 망바위 - 소왕산 - 왕산 - 여우재 - 필봉산 - 여우재로 되돌아와서 - 동의보감촌 - 택시를 타고 구형왕릉주차장으로(택시비 14,000원)
소요시간 : 약 5시간
왕산과 필봉산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조망입니다.
그리 높지 않는 산이면서도 주변의 모든 산들을 조망할 수 있는, 특히 지리산 조망이 아주 좋습니다.
위 산행코스와 거의 흡사합니다.
류의태 약수터에서 왕산 정상으로 빨리 오를 수 있는 코스가 있는데 위 구간대로 오르면 망경대를 겨쳐 오르기 땜에 지름길로 으로는 것 보다 시간이 좀 더 소요 됩니다.
덕양전을 담 너머로 찍은 사진.
문이 닫혀 있어 들어 가 보지를 못했습니다.
구형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곳이라 합니다.
구형왕릉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채비를 하여 포장도로를 따라 오릅니다.
20여m 정도 오르면 바로 구형왕릉입니다.
청학동 삼성궁이 연상이 되는 곳입니다.
사적 214호로 관리되고 있는 구형왕릉은 높이 7.15m로서 7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양편에 문무인석상이 나란히 세워져 있습니다.
그 앞 입구에는 석수가 지키고 있네요.
문인과 무인의 석상.
무덤 양쪽에 한쌍씩 세워져 있습니다.
상당히 디테일하게 조각이 되어 있네요.
돌무덤 뒷편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이 많은 돌들을 어디서 가져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나요.
돌로 만들어 놓으니 관리는 참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참이나 구형왕릉을 구경하고 왕산으로 오릅니다.
이곳에서 산길을 약 20여분 오르면 임도와 만나고 임도따라 다시 10여분 오르면 유의태약수터 입구(수정궁터)에 도달합니다.
수정궁터
가야가 신라에 접수되고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이곳에 수정궁을 짓고 살았다고 하는데 이곳에는 현재 사리탑 4기가 있습니다.
몇 발자국 더 오르면 오른편으로 왕산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터가 있는데 정말 볼 거 없으므로 그냥 통과하는게 좋습니다.
류의태약수
아래로 물이 떨어지는 샘터 속에는 작은 도룡뇽 한마리와 새우 한마리가 정답게 살고 있습니다.
물맛은 그냥 물맛인데 먹고 나니 배가 시원한 느낌..ㅎ
류의태약수터에서 곧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좌측으로 망경대를 거쳐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망경대방향은 산 옆구리를 타고 한참이나 이동해야 합니다.
왕산에는 소나무가 아주 많습니다.
수령이 거의 비슷한 걸보니 아마도 3,4십년 전에 산불로 모두 불타고 새로 조성된 나무들 같습니다.
능선길에서 만나는 망경대(望京臺)
앞쪽의 바위가 망경대입니다.
망경대
고려가 망하고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할때 고려 마지막 공양왕 예의판서를 지낸 민안부가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 이곳에 올라 개경을 향해 절을 했다는 곳입니다.
망경대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조망입니다.
가까이는 필봉산.
그 뒤로 웅석봉과 좌측으로 황매산..
그리고 멀리 기백산과 금원산.. 오도산이 뚜렷하고 그 뒤로 가야산이 조망 됩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중간 중간 제법 가파른 오름길도 있습니다만 눈이 없는 밋밋한 겨울 산길은 영 멋이 없습니다.
아랫쪽으로 한방관광단지인 동의보감촌이 내려다 보입니다.
동의보감촌
엄청난 규모인데 조금 썰렁한 느낌입니다.
걸어가는 앞쪽으로 지리산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늘 봐도 그리운 산입니다.
가운데 천왕봉이 솟아 있고 그 앞에 중봉이 오뚝 하네요.
써리봉 능선이 우측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너편으로 곧 가야 할 필봉산이 흡사 처녀의 젖가슴처럼 솟아 있습니다.
유두봉이란 이름으로도 불리워지기도 한다는데..
소왕산.
이전에는 이곳을 왕산이라고 불렀다고 하여 가짜왕산이라고도 합니다.
조망이 아주 좋습니다.
가로 5,000px의 파노라마 사진입니다.
좌측의 천왕봉부터 우측의 황매산까지..
180˚ 파노라마입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지나온 망바위
죽 당겨 본 북쪽 능선 자락인데 말발굽처럽 보이는 저 산이 남덕유산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지리산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왕산 정상
왕산에서 조망되는 지리산
중봉에서 써리봉 능선으로 이어져 떨어지는 대원사 계곡입니다.
천왕봉 정상
몇일 전 일출산행으로 올랐던 ...
뒷쪽이 천왕봉입니다.
앞쪽은 중봉..
가야할 필봉산입니다.
대략 1km 거리..
지리산 둘레길 코스 중 기억에 많이 남는 수철마을입니다.
다락논들이 구비구비 인상적입니다.
필봉산 가는 길 중간의 여우재입니다.
필봉산도 역시 지리산이 배경입니다.
지리산 동부능선이 장쾌하게 이어지고 있네요.
좌측 뒤가 지리산.
가운데가 왕산, 우측으로 소왕산이 있고 맨 우측이 망바위입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필봉산에서 지리산 조망
필봉산에서 여우재로 되돌아 와 동의보감촌으로 하산 합니다.
동의보감촌에서 올려다 본 필봉산
동의보감촌은 좀 썰렁합니다.
엄청난 규모인데...
어디로 돈 새어 나가는 소리가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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