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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등장하는 시를 읽다 보면 간혹 유행가를 듣는 것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는 글귀들이 많습니다.
시류의 흐름에 맞춰 인기 유발적이다는 느낌이 들구요.
그러다 보니 시가 살짝 가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흐름이고 독자의 마음을 들어다 보는 일이라 구태여 트집을 잡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습니다.
류경무 시인은 약간 낯설게 느껴지는 시인이지만 내공은 상당한 것 같습니다.
1966년 부산 동래 출신으로 1999년 나이 50이 되어서야 첫 시집을 내었네요.
이 시인의 시 중에서 가슴으로 읽는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누구나 아는 말
그 말에는
그 말의 냄새가 나지
오래 묵은 젓갈같이 새그러운
그것은 구걸의 한 양식
그것은 마치
몹시 배가 고플 때
내가 나에게 속삭이는 말과 비슷해서
그 말은
냄새의 한 장르이기도 한데
여름날 내가 바닷가에 누웠을 때
햇빛이 내게 오는 것과 비슷한 일이거나
피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속삭임 같기도 해
묻지 않아도 아는 건 아무도 묻지 않듯이
그게 어떤 냄새인지 누구나 알듯이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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