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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사량도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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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옥녀봉 아래 열길도 더 되는 수직 벼랑 중간쯤에서 궁뎅이가 산 만한 아지매가 밧줄을 잡고 우는 목소리로 "살려 주이소!"..."살려 주이소!" 한다.
놀란 산잽이들이 위에서는 밧줄을 타고 내려가 팔을 끌어 당기고 아래에서는 서너명이 궁뎅이를 떠 받쳐 올린다.
결국 다리를 달달 떨던 아지매를 보쌈하듯 옥녀봉에 메다 앉혀 놓으니 그때까지 진정되지 못한 팔다리는 풍에 걸린 듯 달달 떨리고...

겨우 한마디 한다는 소리가 "이노무 산에는 다시는 안 올란다." 그러고는 우는건지 웃는것지 풋풋풋 한다.
놀란 눈물 자국이 햇살에 반짝이고 그때서야 주위 일행들이 죽네 사네 웃는다고 난리 법석이다.
10여년 전의 사량도 산행에서 본 광경이다.

11월이 되면 전국의 산하는 일시에 자물통으로 걸어 잠그고 출입을 금한다.
바로 산불 경방기간이기 때문이다. 마른침을 넘기며 입산이 가능한 몇 몇 산을 훑어 보지만 눈아래로 깔려 보이는 산들 뿐이니...
산꾼들은 이때가 일년중 가장 더딘 시간이 된다. 그러다가 문득 무릅을 탁 치며..
" 맞다 ..! 사량도 옥녀나 만나러 가자."
하며 의기투합하여 내리 달려 도착하는 곳이 바로 경방과 전혀 관계없이 년중 무휴 산행이 가능한 사량도 지리산이다.

최초 산에 입문하는 계기는 주로 바람잡이에 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스토리로 말이다..

일요일은 남동쪽으로 베개를 하고 발가락 끝으로 리모컨을 조정하며 일주일의 피로를 푼답시고 아내를 하녀 부리 듯 작정한 푼돌이,
'섬에 회나 먹으러 가자'는 산잽이 친구의 뀜에 빠져 무작정 따라 나섰겄다.
천당인지 지옥인지 모르고 배에서 내려, 벼랑을 기어 오르고, 칼능에 가분다리(진드기)같이 붙어 좌우를 보니 천길 만길 벼랑이라..
그 긴 하루를 지내고 사량도 옥녀를 원망하며 이를 부드득 갈았는데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도 전에 그 능선이 새록새록 떠 오르더라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되어 산꾼으로 변했는데..

그렇듯 대개의 산잽이들이 처음에는 소가 닭보듯 머뭇거리다 일단의 계기를 만나 스스로 취해 산에 입문해 버린다.
그 계기가 되는 산 중에서 가히 사량도 지리산이 가장 '왔다'가 아닐까 한다.

사량도를 이용한 바람잡이 역활은 두가도 자주 하는 편이다.
그저께도 뒷다리에 힘이 부치는 아랫동서를 뀜해 사량도 풀코스 능선맛을 들여 놓으니, 그새 전화가 와서 "형님 이번 일요일은 어느산에 가세요?" 한다. 맛 들인 것이다. 또 한명의 산꾼 탄생이다.

오래 전의 사량도 능선은 안전 시설이 부실하고 위험 하였으나 계속 보완되어 이제는 매우 깔끔하게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다.
스릴을 즐기는 곳은 그것을 만끽 하게끔 그대로 두고 위험한 능선은 모두 우회로를 만들어 두어 이제는 누구라도 쉽게 즐길 수가 있다.
웃음 소리가 능선 자락에 끊이지 않고,이산 저산에서 느끼는 모든 잔 재미를 모둠 셋트로 즐길수 있는 곳이다.

山..!     ..별 관심없이 멀뚱하게 쳐다보는 체질이더라도 사량도 옥녀봉까지의 풀 코스 한번만 '땡기면' 바로 산꾼이 될 것이라고 장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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