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달이 되면 산행처 잡기가 좀 어중간합니다.
국립공원이나 유명산들은 대개가 산불경방기간으로 입산이 허용되지 않고 산빛마저 희색이라 그리 반갑지가 않습니다.
남녘에는 아직 꽃 소식이 일러 어디갈까 망설이기가 일쑤이지요.
그런 이유, 저런 이유로.. 이맘때 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바로 통영 사량도입니다.
날씨가 따스하고 봄 내음이 풍기는 3월 중순이후 사량도 산행을 위하여 섬에 들어가는 인파는 엄청납니다.
사량도를 들어가는 배편은 고성의 맥전포선착장이 거리상 가장 가깝고 경남 통영의 도산면 가오치항에서도 출발하며 이외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천포항에서도 출발합니다.
이 중 가장 많은 인원을 한참에 실어 나르는 곳이 삼천포입니다.
커다란 배에 한참에 1,000 여명을 실고 들어가는데 오전 산행 시간에 맞춰 들어 가서 산행객들을 부린 빈 배는 바다 가운데 멍청히(?) 기다렸다가 오후 산행 시간이 끝나면 다시 실고 나옵니다. 삼천포에서 출항하는 시간은 오전 10시 반.. 산행 마치고 섬에서 나오는 시간은 오후 4시 30분. 배를 타고 들어가거나 나오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편도 50여분입니다.
엄청난 인원이 조그만 섬에 일시에 들어가지만 섬은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산행코스가 다양한데다 산행을 하지 않고 횟집에서 때우는 이들도 있고, 섬 둘레로 난 도로를 따라 한바퀴 걷는 이들도 있고, 요즘 같은 철에서는 앗싸리 과도를 들고 들어와 양지바른 곳에서 쑥이나 뜯어 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근데요!
머가 좋아 사량도에 그렇게 많이 간대요??
사량도는 윗섬과 아랫섬으로 나눠져 있는데 윗섬에는 능선 거의가 바위로 되어 있습니다. 낚시꾼이 바늘에 걸린 괴기를 낚아채는 맛을 손맛이라 하는데 이곳 사량도는 산맛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스릴 넘치는데다 체력적으로도 크게 부담도 없는 곳이라 남녀노소 많이 찾는 곳입니다.
금상첨화로 산행내내 사통팔달 시원한 바다가 발 밑으로 내려다 보이니 그동안 막혔던 가슴이 뻥 뚤리는 곳이기도 하지요.
요즘은 우회로가 잘 되어 있고 안전 시설도 갖춰져 있지만 이 곳에 제가 처음 찾은 90년대 초만 하여도 완전 간 떨리는 곳이었습니다. 벼랑에는 팍삭 삭은 쇠 계단이 90도로 놓여져 있었고 곧 떨어질것 같은 밧줄이 겨우 매달린 곳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우회로도 없었구요.
그 뒤 갈때마다 시설이 보완되어져 이제는 제법 많은 인파가 몰려도 무난히 진행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량도는 이곳 윗섬 말고도 아랫섬(하도)의 산행도 아주 맛이 좋습니다. 산행시간은 비슷하게 걸리고 흙길이 많아 운치가 있습니다. 다만 비암(snake)이 엄청 많으니 참고 바랍니다.
통상 내지에서 하선하여 지리산, 불모봉, 옥녀봉.. 이런 순으로 종주를 하는 것이 기본 코스이지만 중간에 올라도 되고 중간에서 내려도 됩니다.
제가 찾은 이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배가 내지에 접안을 못하여 대항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내지까지 꺼꾸로 한참이나 걸어 간 다음 지리산 다음 구간의 능선으로 올랐습니다.
산행시간은 종주시 4시간 정도.. 밀리지 않는 경우입니다.
일본이 원전 54기 중 1개 빼고는 모두 가동을 멈추고 화력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다는데 눈 앞의 화력발전소가 새삼 눈여겨 보입니다.
좌측이 사량도, 우측은 수우도,
그리고 태평양..
산행 스케쥴이 확 틀어지는 순간입니다.
저와 같은 코스로 동행을 한 대전에서 온 부부와..
봄바람이 일찍 당도한 남쪽나라.. 마늘이 거의 다 올라 왔습니다.
네발로 산행하는 곳입니다.
궁디 무거운 아짐매들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멀리 오늘의 하이라이트 옥녀봉이 보이네요.
그냥 밧줄 하나로 매달려서 죽어라고 위만 쳐다보고 올라가야 합니다.
상습정체구간..
옥녀봉 가까이 다가가면 등산객들은 모두 뭐라 수군수군 거리는데..
이곳에는 거 뭐시기.. 말로 담기 쬐끔 거시기한 전설이 있습니다.
옥녀봉이라 불리게 된 내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량도는 옛날부터 혼례식에 대례를 하지 않은 관습이 있었는데, 대례를 하면 반드시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이 섬에는 홀아버지와 딸이 살고 있었는데 딸은 예쁘게 자라서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처녀가 되어, 사람들은 그녀를 모두 옥녀라고 불렀다.
그런데 딸을 키워 오던 홀아비가 아름다운 딸에게 욕정을 품게 되었고 비바람이 몹시치던 어느날 욕정에 눈이 뒤집힌 아버지가 딸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니 옥녀는 놀라 비명을 지르면서 눈물로써 호소하며 말하기를,
"아버지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러실수가 있습니까? 정히 아버지가 이러하시다면 소녀가 저 산 위에 있겠으니 아버지는 등에 소 멍석을 쓰고 소 울름소리를 내며 올라오시면 소가 된 마음으로 소원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라고 울면서 말했다.
설마 소처럼 기어서까지 나를 탐내시지는 않겠지 라는 일말의 희망으로 산 위에 서 있던 옥녀는 엉금엉금 기어오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자 더 이상 어쩔수 없음을 깨닫고 아래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이후에 사람들은 죽은 옥녀를 위로하기 위하여 이곳에서 행해지는 혼례식에는 대례를 하지않고 옥녀가 죽은 산을 옥녀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기는 별거 아닌것 같은데 아짐씨들 오줌 지리는 곳.
"아이구, 시컴뭇따..! "
현재 다리발 공사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