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問答(산중문답) - 李太白(이태백)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애주가들이 아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 이태백은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동시대 두보와 함께 중국 역사상 2대 시인으로 꼽히고있습니다.
원래 이름은 이백(李白). 태백(太白)은 호입니다.
이 양반이 술을 아주 좋아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주당들의 애칭도 주태백(酒太白)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유.
동시대 인물인 두보가 나이가 한참이나 어리지만 둘이 잘 어울려 다녀 친구처럼 지냈다고 하네요.
주태백의 술 급수를 잘 보여주는 두보의 시 한수가 있습니다.
李白斗酒詩百篇 이백은 술 한 말을 마시고 시 100편을 짓고
長安市上酒家眠 장안성 저자의 술집에서 잤다.
天子呼来不上船 천자가 오라하여도 배에도 오르지 않은채
自稱臣是酒中仙 스스로 칭하기를 '신은 술의 신선입니다'
이태백은 툭하면 산속에 들어가 은거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이 시(산중문답)를 지은것이 언제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1연에 보면 벽산(碧山)이란 용어가 나오는데 이게 '푸른산'이란 의미도 되지만 중국 허베이 안루(安陸)에 있는 산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이백에 20대에 들어가 10년정도 머물며 놀았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이 시는 그때 지은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가상적 문답으로 지은 이 시는 이백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서 요즘 산속 외딴 개울가에 살면서 밤 하늘 별을 보고 싶은 현대인에게 내츄럴리즘 욕구에 더욱 부채질을 하네요. 특히 저한테는요.
언제 저도 어느 산속에 살면서,
철없는 도회지 친구가 삼겹살 한근 사들고 찾아와
問余何事棲碧山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라고 한다면
笑而不答心自閑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옌궁다(言恭達) 중국서예가협회 부주석이 초서체로 쓴 山中問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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