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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동해바다, 춤추는 파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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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바다를 보면 가슴이 뛴다.

울부짖는 바다 앞에서 나도 목놓아 운다.

그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성난 바다에 뛰어들어 그를 껴안고 그의 속살을 문대며 같이 휘청거려본다.

파도는 마구 일렁이고 부딪치며 춤을 추고 때로는 하늘로 솟구쳐서 작은 나를 쳐다본다.

튕겨 나가던 눈물 하나가 그의 입술에 닿는다.

그의 미소를 본다.

 

바람 부는 동해바다,

그래서 더욱 유혹적이다.

 

입춘 지나고 우수인데

꽃샘추위가 닥쳤다.

대지는 갑자기 차가워지고 다시 겨울이 되었다.

 

봄을 미룬 매운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동해바다로 갔다.

바다는 역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바다가 제일이다.

눈도 손도 얼굴도 차갑지만

가슴은 용광로처럼 뜨거워지는 겨울바다 앞에

난 서 있다.

그곳은 구룡포.

 

 

구룡포는 겨울에 잊지않고 찾아가는 바다입니다.

이런저런 추억도 많은 곳이고 거리도 멀지 않다는 잇점도 있지만 겨울바다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추억 중에서는 홀로 간직해야하는 추억 속 옛 사랑도 있지만,

오래전 어떤 이야기 하나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어 되새겨지는 것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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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여년 전의 어느 겨울날..

헝클어진 마음을 가누지 못하여 무작정 택시를 잡아 타고 택시 기사분 맘대로 어디든 가 보자고 하니 그분이 내 모습을 잠시 쳐다보곤 두말없이 달려간 곳이 바로 구룡포입니다.

그곳의 도착 시간이 새벽 2시쯤...

차는 되돌려 보내고 살을 에이는 추운 바닷가를 어슬렁 거리며 걷고 있는데 올 때 날리던 눈발이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꼭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바닷가에서 오돌오돌 떨다가 마침 포장마차같은 곳이 보이길래 찾아 들어 갔습니다. 손님은 아무도 없고 70세 정도 되보이는 노부부가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뱅 둘러 천막으로 벽을 만들고 비닐로 창문을 내어 바깥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볼수 있는 그런 포장마차였습니다. 반 정도는 마루같이 만들어 온돌을 놓아 할아버지가 이불을 쓰고 누워 있었고 나머지 반의 장소에 의자 대여섯개와 탁자가 놓여 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거의 뱃사람들이 간이 식당으로 이용할것 같다는 짐작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가운데는 난로가 활활 타고 있어 바깥에서 떨다가 들어오니 정말로 천국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할머니께 안주와 소주 한병을 시켜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두분의 사정을 듣게 되었는데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잘 살던 이들이 아들한테 물려준 회사가 어느날부터 엉망이 되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부도가 나고 그렇게 효심이 깊던 아들도 변심하여 나머지 재산을 모조리 빼돌려 자기들끼리 살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낙심한 할아버지는 몸에 병을 얻고 두 분이 이리저리 죽을 자리를 찾아 떠 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에 와서 지내게 되었다 합니다.


그렇게 눈물과 함께 할머니의 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홀로 몇병의 술을 비우고 있는데 간간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던 할아버지가 이불을 들추고 나와 내 앞에 마주 앉아 같이 한잔 하자고 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된다며 한마디 하던 할머니도 할아버지를 잠시 보더니 옆으로 비켜 납니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할아버지의 인생 역정을 들으면서 주거니 받거니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간간 할아버지도 울고 할머니도 울고 그리고 나도 울었습니다.


그날 그 할아버지가 나에게 신신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자식한테 모두 주지 마시오. 늙어서 내 먹을것은 꼭 따로 챙겨 놓아야 합니다."


그날 긴 밤을 꼬박 지새며 손님없는 바닷가 천막집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던 기억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새롭고 그 할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하여 몇년 지난 뒤 다시 그곳에 들려 보았는데 그 천막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뒤 겨울이 되면 숙제마냥 겨울 바다를 찾아 가는데 첫 목적지는 구룡포입니다.

그 때 그 눈내리는 밤에 그 자리에 계셨던 할아버지 할머지는 천사가 되어 있을 것이지만 그날 밤 찾아온 불청객과 밤새 나눈 이야기는 당분간 추억으로 가지셨으리라 생각하여 봅니다.

 

 

포스팅 내용은 이곳입니다.

 

 

 

구룡포 바닷길은 길을 아는 사람은 바닷가로 잘 찾아서 드라이브를 즐기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냥 찻길로 휭하니 달려서 바다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답니다.

해안도로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 있는데 이 코스는 구룡포에서 바다를 즐기기에 가장 좋습니다.

위의 빨간색으로 표시한 구간은 완전 바닷가로 난 해안도로가 한번도 끊이지 않고 연결이 되어 정말 멋진 바다 구경을 할 수 있는 구간입니다.

 

도로가 협소하고 해안으로 난 곳이라 약간 주의해서 운전해야 합니다.

파도가 심하게 칠때는 파도가 도로로 넘어 오는 경우가 많으니 이때도 주의해야 하구요.

 

아래 사진들은 거의 위 빨간색 해안도로 구간에서 찍은 것들입니다.

 

 

성난 파도,

일렁이는 파도,

춤 추는 파도..

 

울고있는 파도를 감상하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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