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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가족의 글

우울증과 무기력증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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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철이 없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수시로 하는 말..

"노년이란 단어가 두려운 나이다"라는 말에 동의를 해 본 적 없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소 몸살이나 감기를 제대로 걸려 보았던 적이 없어서 아직도 객기가 남아 있다는 증거인지?

어차피 먹는 나이 구시렁거려 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 때문인지?

뭐.. 이런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고, 머리 아픈 주제이오니 대충 넘어갑니다.

 

지난주 아침에 일어나니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

평소 습관처럼 눈을 뜨자마자 물 한잔 마시는데.. 물을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물 한잔은 커녕 침도 못 삼킬 정도였습니다.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처음 당해 본 일이라서..

일단은 정신을 추스를 겸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셨더니 목이 조금은 풀리더군요.

 

그 누구를 만나서 긴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런 기억은 없고.. 늘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는데..?

어차피 코로나에 걸린 것 같은데,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당장은 절실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슬슬 온몸이 쑤시기 시작하더니 두통까지 괴롭히기 시작을 하더군요.

언젠가 코로나가 극심할 때 막둥이가 주고 간 비상약 통을 뒤져보니

온갖 약들이 들어있어서 복용을 했습니다.

 

입안도 까칠하고 침도 삼키지 힘들었지만, 억지로 점심을 먹고 나니 다시 정신이 혼미해지더군요.   

눈을 뜨니 새벽 2 시.. 다행히 편도선은 부드러워져서 물은 벌컥벌컥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새벽 2 시에 달빛만 고고히 흐르는 거실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서 그런가.. 목탁 소리와 죽비로 손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 놈~~ 평소 운동도 게을리하고 그런 주제에 건강을 자신하면서 오만방자하더니..

이제는 죽비로 몇 대 맞고 나니 제정신으로 돌아오느냐? ".. 

 

평소 건강에 대하여 근거 없이 자만을 했던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감기나 몸살에 걸려서 약을 챙겨 먹는 분들을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 누군가가 아프다고 하면 그 아픔을 어림짐작만 했지 실제로 피부로 느끼진 못 했습니다.

글쎄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는 안일한 생각이 원인이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다행히 이틀 동안 심하게 앓고 나서 삼 일 후에는 90 % 컨디션을 회복했습니다.

문제는 된통 아프고 난 뒤 우울하고 무기력증에 빠져서 꼼짝도 하기 싫었습니다.

밥도 하기 싫어서 떡을 잔뜩 사다가 두유랑 먹고.. 그 좋아하던 막걸리도 쳐다보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겨우겨우 복돌이 녀석 사료만 챙겨주고, 하루 종일 소파에만 누워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으로 한동안 무기력하고 우울증으로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누군가와 말을 나눌 상대도 없고.. 엄살을 피우고 싶어도 받아 줄 사람도 없고.. 

딸들과 지인들에게는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완쾌했다고 말을 했지만..

의욕이 전혀 없다는 게 이렇게 괴롭고 힘든 줄 정말 몰랐습니다.

 

제일 좋은 치료법은 두가님 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면 완쾌가 빠르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지난주 평소 자주 뵙는 분은 아니지만, 연락도 없이 갑자기 방문을 하셨더군요.

전혀 예상도 못 했는데 오토바이 뒷좌석에 싣고 오신 마른 고추 열 근을 주시고 가셨습니다.

얼마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성의를 무시하는 거라고 하시면서 화를 내시는데.. 고맙다는 말씀도 못 드렸습니다.

 

그분도 저처럼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서 사시는 분인데 산책 중 뵈면 인사를 나눌 정도였습니다.

지난달 복돌이랑 산책 중 저를 부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아주머님이 아프셔서 천안 병원에 가야 하는데 (아들은 교통사고로 입원 중) 삽교역까지 부탁을 하시더군요.

가끔 전동 휠체어를 타신 모습을 뵙기는 했는데..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이왕 도와 드리는 거.. 천안 병원까지 모셔 드렸고, 치료 후 댁 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나중에 어르신 아들 부부 제 집 방문)

 

어르신께서 주신 마른 고추 포대를 보고 있으니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을 차려입고 이발소에 가서 짧게 이발을 하고, 선짓국 한 그릇 먹고 귀가를 했습니다.

거실에 돗자리를 펴고 고추 한 포대를 쏟은 후 꼭지를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마른 고추 약 6 Kg을 씻고 다듬는데.. 5 시간 걸리더군요.

허리도 아프고 다리에 쥐가 났지만, 오기로 쉬지 않고 모두 다듬었습니다.

 

방앗간에 가서 빻으니 약 4.5Kg으로 올 김장 고춧가루와 반찬용으로 넉넉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냥 넙쭉 받고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금액으로 환산을 한다는 게 예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고추 시세를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맘이 편치 않다고 억지를 부리고 식당에 모시고 가서, 저도 잘 먹고 어르신 대접 잘하고 왔습니다.

 

 

 

 

그다음 날부터는 배추와 무 고랑 잡초제거도 하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코로나로 추석 때 못 오게 했던 딸들이 이 번 주말에 온다고 하여 슬슬 음식 준비도 할 예정입니다.  

아이고~ 그러고 보니 할 일이 태산입니다.

화목난로 연통 청소도 해야 하고.. 참나무도 한 트럭 사다가 겨울 대비 준비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할 일이 있다는 게 즐겁습니다.

 

언젠가는 나의 인생관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으로 이끌었다는데 대하여..

스스로 칭찬을 하는 날이 오리라 믿어 보는 오늘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아직도 남아있는 여분의 삶에 큰 어려움이 닥치지 않아서..

좀 더 평온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음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부터 홍삼액도 챙겨 먹고, 모처럼 막걸리 두 병을 사 왔습니다~~^.^

주제도 없는 횡설수설 글.. 오랜만에 올리는 안부 인사로 이해를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말괄량이 공주님 안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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