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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가을의 기도(祈禱) -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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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기도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시라서 그런지 이 시를 풀이할때 기독교적인 시각을 보는 분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단순하게 본답니다.

4,5,6으로 행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아주 맘에 와 닿게 순수와 고독을 풀이했습니다.

 

남자의 계절이라는 가을..

나라는 주체를 한껏 낮추고 가을에 대하여 저항하지 않고 가을속으로 깊이 한번 빠져보는 것.

겸허함이 나를 둘러싸고 칭찬을 해 줄때 나는 가을속에서 조금은 대견스러워 하며 나만의 기도를 해 봅니다.

가을에는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를 백번 정도 되뇌고, 겨울이면 김남조의 '겨울바다'를 백번 정도 되뇌이면 쉽사리 계절이 지나가네요.

뒤돌아 보니 모든게 금방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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