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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연
도종환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만나던 자리에 돌아오니
가을 햇볕 속에 고요히 파인 발자국
누군가 꽃 들고 기다리다가 문드러진 흔적 하나
내 걸어오던 길쪽을 향해 버려져 있었다.
쏴하게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詩입니다.
인연(因緣)이란 말은 불가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는데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생기거나 소멸하는 데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는데 생기도 없어지는 걸 인(因)이라고 하고 인(因)을 만든 조건을 연(緣)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리하여 불교에서는 인과 연이 합하여지면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고 합니다.
지나온 세월속에서 인과 연이 합하여진 것이 얼마나 있을까?
인연에 지쳐 파인 발자국 남기도 돌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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