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오봉산을 올해 시산제 장소로 염두에 두고 준비 했는데 혼자 차리고, 혼자 집사하고, 혼자 축문읽고, 혼자 절하고 ..
아무리 나홀로 산악회지만 집사라도 한 명 있어야 할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고 그냥 산행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경남 함양읍과 남원의 인월면 경계에 있는 오봉산(五峰山)은 높이 879m로서 함양군에서는 상산(霜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암봉으로 된 다섯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어 부르게 된 이름이구요.
커다란 암릉구간이 위협적으로 솟아 있는 오봉산은 어쩌면 설악의 어느 한 부위를 옮겨놓은듯 여겨지기도 합니다.
오봉산 위치
산꾼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오봉산은,
가장 큰 특징으로서 정상부에 짜릿한 암릉구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오금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정답없는 절벽구간..
물론 상당히 위험한 구간으로서 입구쪽이나 산 정상부 출구쪽에도 밧줄을 쳐두고 위험이란 안내판과 함께 등산로가 아니라고 적어두고 있습니다. 릿지등반의 경험이 없거나 고소공포로 자신이 없다고 여겨지면 이 구간으로 오르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기술등반의 고 숙련도가 필요한 클라이밍은 아닙니다. 수직벼랑으로 오르는 구간에서 집중력과 약간의 체력, 그리고 밧줄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구간은 여러곳의 다양한 등산로 중에서 딱 한 코스에만 해당하는 것이므로 오봉산 산행에서 이 구간을 피하여 걷는다면 얼마든지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암릉 구간만 지나면 나머지 등산로는 편안하고 푹신한 육산 형태의 흙길이라 참 걷기가 좋습니다.
오봉산은 다양한 산행코스가 있어 본인의 체력이나 시간에 맞출수가 있는데 대개 단체산행은 들머리를 일월면의 팔랑재로 택하여 능선산행을 하게 되는데 이때는 릿지 구간을 피하게 됩니다. 릿지등반의 묘미를 만끽할려면 가재골농원에서 시작을 하여야 합니다.
가재골농원은 함양에서 인월방향(남원방향)으로 난 24번 국도를 따라가다 인월 6km 표시된 조그만 안내판을 지나면 우측에 있는데 요즘은 네비게이션이 있어 지점으로 표시하면 쉽사리 찾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산행은 가재골농원 가운데로 난 임도를 따라 약 20~30여분 오르면 커다란 등산안내판이 나오고 이곳에서 좌측방향으로 출입을 막는 위험표시가 된 안내판이 있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직진하면 정상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에서 만나게 됩니다.
좌측 위험표시와 줄이 쳐진 곳을 넘어서 약 2~3분정도 오르면 우측으로 태조리지라고 표시된 안내판이 보이는데 이 길은 전문클라이밍 구간입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오르면 됩니다. 본격적인 된비알 오름길이 30여분 이어지고 난 후 능선 1봉에 도착하는데 이후부터 밧줄잡이가 시작됩니다.
첫 1봉에서 정상까지는 약 30여분이 소요되는데 이 후 긴장되는 밧줄구간이 이어지는데 줄이 살짝 짧아 오금이 저린곳도 있고 천길 낭떠러지 절벽 구간을 밧줄 하나로 의지해 올라야 하는 긴장 백배 스릴만점(?)의 아찔한 구간도 있는데 모두 상당히 주의해야 할 곳들입니다.
정상부터 옥녀봉을 거쳐 천령봉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정말 걷기가 좋습니다.
특히 발에 와 닿는 포근한 느낌은 전형적인 육산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여 잠시 세상의 고민을 모두 잊게 하는 시간입니다.
이정표도 잘 되어 있고 능선은 거의 외길로 되어 있어 길찾기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하산지점에서는 수시로 다니는 함양 관내버스(20~30분 간격)를 이용하여 가재골로 쉽사리 돌아 올 수 있어 자가 산행으로도 멋진 코스입니다.
산행코스 : 가재골농원 - 사방댐 - 안내판갈림길 - 좌측(위험표시구간) - 태조리지갈림길에서 좌측 - 1봉 - 바위길 리지구간 - 오봉산 정상 - 능선길 - 헬기장옆 바위 전망대 - 옥녀봉(고추봉) - 능선 - 천령봉 - 뇌산마을 - 천령유차원 앞 도로 - 함양관내버스 이용 - 가재골농원
소요시간 : 약 5시간 이상
위험구간 : 1봉에서 정상까지 밧줄 릿지구간 매우 위험
함양 오봉산 등산지도. 함양 오봉산 산행지도
위 구간의 노란색 구간이 제가 산행한 코스
가재골농원
등산로 입구입니다.
군에서 장교로 제대한 주인 할아버지 내외와 아들 내외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주 멋지게 꾸며두고 있습니다.
나무도 이렇게 운치있게 가꾸고 있구요.
아침 이른 시각에 도착하여 홀로 오르는데 주인 할머니가 뭘 찾는다고 정신이 없습니다.
복실이(기르는 개)가 아들 신발 한짝을 어디론가 물어다 버렸다네요.
약 30분 정도 임도를 따라 오르면 이런 안내판을 만나게 됩니다.
직진하면 오봉상 정상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연결이 됩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이렇게 위험 표시가 있고 막아 둔 밧줄이 보입니다.
단체로 오는 분들은 이 구간 비추천입니다.
연두빛 새싹들이 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제 잿빛 산색이 바뀌겠지요.
갑자기 온 산에 진달래가 가득 합니다.
불과 얼마전에 눈 산행을 했는데 언제 이렇게 변한건지..
진달래 뒤로 태조리지
초반부터 완전 된비알입니다.
낙엽들이 많아 미끄럽기도 하구요.
끙끙거리며 30여분 오르면 1봉에 도착 합니다.
밧줄 시작입니다.
일단 배낭을 벗어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스틱도 접어 베낭에 넣습니다.
모자를 벗어 턱끈을 내어 목에 겁니다.
이곳에서 모자 날려가면 찾을 길이 없습니다.
다시 배낭을 메고 허리끈을 동여매고 가슴조임도 단단히 합니다.
장갑 손목 졸임을 한번 더 하고 ..
출발 !!
온 산에 사람이라고는 나 혼자..
정신 차리고..
고소공포가 유난히 심한 나.
그래.. 위만 쳐다보면 되지 뭐...
난 코스 구간도 이렇게 사진으로는 별 느낌이 없습니다.
밧줄만 걸린 답없는 구간...
중간쯤 올라와서 내려다 보니 아찔합니다.
다시 봐도 아찔한 구간입니다.
멀리 산자락으로 산골의 평화로운 풍경이..
전방으로 정상부 봉우리들이 보입니다.
중간쯤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봉입니다.
좌측 바위 벼랑이 자라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눈에 확 들어 옵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집니다.
이건 싯가 100억..
이건... 99억..
두그루 모두 정말 멋집니다.
산행 내내 앞쪽 산자락의 마을 풍경이 그림처럼 보여지는데 참 보기가 좋네요.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반대편으로는 가야할 옥녀봉이 멀리 보여집니다.
중간 봉우리의 정상부 하얗게 보이는 곳이 헬기장인데 그 옆에 암봉이 조망처로 아주 좋습니다.
아래에 그곳에서 찍은 이곳 정상부 봉우리의 모습이 올려져 있습니다.
오봉산 정상
정상석이 아주 단단합니다.
정상석 뒤로 멀리 옥녀봉이 보여집니다.
중간 아래쪽이 들머리 가재골입니다.
좌측 멀리 옥녀봉, 우측 끝이 오봉산 정상입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이곳 오봉산에서 옥녀봉, 천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온통 생강나무 천지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창 피기 시작하여 진달래도 너무 곱구요.
노란 생강나무와 진분홍 진달래가 너무 잘 어울립니다.
소나무도 빛깔이 달라졌습니다.
겨우내 말라있던 나무들이 온통 생기가 돋아 싱싱하게 보여 집니다.
헬기장 옆 바위전망대에서 바라 본 오봉산
대략 다섯개의 봉우리로 보여지는데 여차하면 여섯개입니다.
장상 밑으로 커다란 암벽이 두개 나눠져 내리는데 태조리지입니다.
정말 엄창난 규모입니다.
인수봉보다 더 클라나?
좌측 끝 옥녀봉과 우측 끝 오봉산.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바위 전방대에서 조망되는 오봉산 정상부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태조리지의 위엄
전문 클라이밍 암장입니다.
다시 한참 걸어서 뒤돌아 본 오봉산
아득하게 멀어 졌네요.
옥녀봉
옥녀봉 정상석 옆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안내판은 옥녀봉의 설명인데.. 옥녀봉이라 쓰고 고추봉이라고 읽어야..
고추는 남자를 지칭하며 어쩌구 저쩌구...
두번이나 읽어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안내판.
너희 둘은 어쩌면 이리도 닮았니?
혼자 걷기 아까운 꽃길.
온갖 詩, 온갖 노래가 떠 오릅니다.
멀리 지리산으로 넘어가는 지안재가 보이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숲 속에서 시커먼 짐승 한마리가 십여m 앞으로 쏜살같이 지나 가길래..
일단 습성적으로 카메라를 on 시키고 정신을 집중하여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데 아랫쪽에서 예비군복을 입은 사냥꾼 등장..
짐승은 사냥개였습니다.
천령봉 정상
성화 채화탑이 세워져 있고 그 앞으로 정상석.
멀리 함양읍이 환히 내려다 보입니다.
뇌산마을 도착
커다란 지킴이 정자나무가 우람합니다.
이제 곧 잎이 피어나겠지요.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 차를 세우고 멀리 지안재를 잠시 구경했습니다.
※ 오늘 저녁 E채널 '정상회담' 프로그램에 제 모습이 조금 소개 되었습니다.
(저는 못 보고 친구 딸이 보고 찍어서 보내 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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