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후배에게 시골 생활에 대한 문의를 받았습니다.
비록 자격 미달이지만,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게으름을 즐길 수는 있지만, 그 게으름을 떨칠 순간에는 과감하게 떨칠 용기가 필요하다고..
시골 생활은 스스로를 다스려야 하는 삶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스스로 해결을 할 의지가 없으면, 지루하고 힘든 시골 생활이 된다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이해를 못 하더군요... 하긴 저도 2년이 다 돼가는 요즘도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이니..
요즘 시골 생활은 연금이나 기타 자산으로 도시 생활만큼 편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 생활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휘둘리는 삶에서 벗어나 본인 스스로 다스리는 삶을 살기 위해서 귀촌을 하는 건 아닐까요?
네.. 물론 그 기준은 각자의 철학으로 다 다릅니다만.. 저는 이도 저도 아닌 적당주의라고나 할까요?
텃밭도 하다 보면 욕심이 납니다.. 이것저것 심어보고 싶고,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내 능력에 넘치는 농사는 꿈도 안 꿉니다.
그저 나 먹을 정도와 자식들 챙겨 줄 정도면 만족을 합니다.. 물론 늘 부족하지만..
내가 심은 작물이 부족하면, 잠깐 차를 몰고 가서 사다 먹으면 됩니다.
농약을 치고, 보관이나 관리하기 힘든 농기계까지 구입을 하면서 농사를 짓고 싶진 않습니다.
혼자서 지내다 보니 마늘도 반찬용 외에는 많이 쓰지도 않는데 굳이 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더군요.
설명이 너무 장황합니다.
결론은 "내 능력 안에서 심고 키우면서, 적당히 게으름도 즐기면서 살자"가 제 시골 생활의 취지입니다.
미뤄도 될 일은 미루고, 절대 미뤄서 안 되는 일은 팔을 걷어붙이고 해야 합니다.
이젠 시골도 많이 편해졌습니다.
추운 겨울 빨래 건조가 힘들면, 빨랫감 한 차 싣고 빨래방에 가서 뽀송뽀송하게 건조까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잘한 빨래는 손빨래나 세탁기를 쓰곤 합니다만..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 편하다는 생각입니다.
주말에 동치미 담그고 무청을 삶아서 시래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무청이 많아서 작은 냄비로 데치기에는 멍청한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양은솥을 구입을 하려고 외출 준비를 하려다가 잠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솥을 걸 화구도 사야 하고.. 그리고 큰 솥을 일 년에 몇 번을 쓸까요?
그러고 보니.. 잘 쓰지도 않는 농기구와 공구 외 많은 물건을 사놓고 쓰지도 않고 있습니다.
번잡하고 귀찮아도 제일 큰 냄비에 소금을 넣고 몇 번을 데치니 생각보다 일찍 시래기를 만들었습니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수시로 따먹던 청양 고추를..
겨울철에 사 먹으려니 왠지 모르게 억울(?)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에 고춧가루를 만들고 남은 청양 고추를 그대로 방치하기가 아까워서 냉동실에 보관을 했습니다.
요즘 된장찌개나 각종 요리에 요긴하게 잘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동치미를 담그고 남은 무를 소금물에 살짝 익힌 후 밀가루를 입혀서 무전을 만들었습니다.
오~ 미묘한 맛이 납니다.. 고소하기도 하고.. 아린 무맛도 전혀 없고.. 네~막걸리 한 잔 했습니다.
(최대한 얇게 썰어야 합니다)
시골 생활에 미숙하다 보니 이런저런 살림 도구 외 작업 공구가 제법 많습니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고 생각이란 것을 챙겨서 지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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