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 이야기입니다.
여자 친구가 면회를 왔다는 위병소 전화를 받고 면회실로 열심히 뛰어가는데..
이상하다.. 다음 주 휴가 간다고 편지를 보냈는데..??
여자 친구 배웅 후 부대 앞 구멍가게에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났습니다..
눈을 뜨니 내무반.. 제가 술에 만취를 해서 동기들이 저를 업고 왔다고 하더군요.
미국에 이민 간 오빠의 초청으로 공부하러 간다는 그 녀를 저는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군 제대 후.. 저도 뉴저지에 사시는 형님의 초청으로 한동안 형님 댁에서 지냈습니다.
휴일에 인맥을 넓히라는 형수님 제안으로 교회를 갔습니다.
아~ 무슨 인연인지요..
교회를 나오는데 누군가 제 어깨를 툭 치더군요.
저녁에 허드슨 강 주변에 있는 멋진 선상 카페에서 그 녀를 만났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테킬라라는 독주를 마셨습니다...
딱! 한 잔.. 흐트러지기 싫어서..
이런저런 제안을 하는 그 녀에게 한마디 말을 해주고 카페에서 나왔습니다.
"약혼남이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에게 충실하시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리고 존댓말로 했습니다.. 냉정을 유지하려고)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친정에 일이 있어서 서울에 온 그 녀에게 간접적으로 만나자고 연락이 왔지만 거절을 했습니다.
서로가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지만.. 그 당시 제 마음은 전혀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만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차 한잔 하면서, 그동안의 안부를 즐겁게 나눌 순 있겠지만..
오랜 세월 덕분인지.. 첫사랑은 곱게.. 그대로 이쁘게 접어 두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젊은 연인들 헤어진 후 상대방에 대한 행동들이 너무 살벌합니다.
한 지질한 녀석은 서로가 합의 후 헤어지고 나서 온갖 못 된 행동을 하다가.. 그만..
여성도 문제입니다.. 헤어진 후 남자가 잘 나간다고 해서 근거도 없는 비방질을 하고..
서로가 안 맞아서 헤어졌더라도 한동안은 눈만 뜨면 보고 싶고..
여행 사진이나 생일 선물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저리고..
핸드폰 카톡도 수시로 열어 보거나.. 많이 그리울 겁니다.
현실을 부정을 하다가 자책을 하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현실을 수용하게 되는 게 현실이지요.
그래도 한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앙심을 품고 저지른 행동으로 잠깐은 시원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런 행동 뒤에 남는 건 무엇일까요??
세상에는 자신과 호흡이 척척 잘 맞을 좋은 남, 녀가 많습니다.
좋은 남, 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자기 계발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냉정하게 현실을 수용해야만 합니다.
네~생각도 좁고, 전형적인 꼰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찌질하게 물고 늘어지고.. 야비하게 뒤통수를 향하여 욕을 하지는 맙시다..
본인 인성만 무너지고.. 남는 장사(?)가 절대 아닙니다.
앞으로 펼쳐질 넓은 세상과 밝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월이 흐르니 쉽게 뜨거워지던 가슴도, 열정도 세월 속으로 슬며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추억의 앨범을 펴면, 환상을 사랑하던 철없던 청년의 모습이 보여 즐겁습니다.
늘 그 청년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 주던 그 녀...
청년 손을 끌고서 왕십리 튀김가게에서 배고픈 청년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던 그 녀..
낡은 신발을 보고 남자는 외모가 단정 해야 한다고 구둣방으로 끌고 가던 그 녀...
포장마차에서는 안주부터 먹고 술 마시라고 하던 그 녀..
지금도 눈이 내리면..
광무극장 앞 버스 정류장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리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만나자고 연락이 왔을 때....
당시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반만이라도 너그럽고 성숙했더라면...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여는 나눔의 대화를 나 눌 수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그 녀가 건강하고, 노년의 평온한 삶을 유지를 했음 하는 마음뿐입니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철부지 청년은 사랑을 받기만 하고, 주는 법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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