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다양한 작물을 심어야지 했는데..
막상 하지감자 고추 방울토마토 상추 오이 호박 옥수수를 심었는데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하면 허전해 보입니다.
그 이유는 청양 고추를 말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올 해는 먹을 만큼만 심었기 때문입니다.
예산 장날에 고구마 줄기를 사러 갔습니다.
에휴~ 서너 고랑만 심으려고 했는데, 최소 수량이 들기도 힘들 정도의 큰 다발 묶음입니다.
십분지 일도 못쓰고 다 버려야 하는데.. 포기를 하고 잔치국수만 먹고 왔습니다.
텅 빈 텃밭을 비워 둘 수는 없어서 옥수수로 메꿀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 이장님 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바빠? 안 바쁘면 고구마 줄기가 남는데 심어 봐~"
..
원하면 이루어지리라~~^.^
아직은 어린 모종들이지만, 제가 봐도 이제는 제법 텃밭 티가 납니다.
홍성장에 가서 참소라와 주꾸미를 사 와서 요리를 했습니다.
상차림이 좀 부실하다 싶어서 소고기 샤부샤부도 준비하고..
전 이장님 아주머님께서는 오후 내내 1,000 주 넘는 고추 모종을 심느라 피곤했는데..
오늘은 저녁상을 안 차려서 편해서 좋다고 하시면서 웃으시는데..
어설픈 요리 솜씨지만 저도 나름 상차림 준비로 피곤했던 마음이 사르르 ~
전 겨우 20 주 심고 힘들다고 엄살을 피웠는데..
부모님 농사일 도와준다고 온 큰 아드님은 남은 밥을 열무김치에 맛나게 비벼 먹고..
올봄 텃밭 고랑 작업을 어영부영하면서 한동안 미뤘습니다.
겨울 내내 굳어진 땅을 일일이 삽으로 고랑 작업을 하려니.. 힘들고..
그렇다고 관리기를 사자니.. 일 년에 반나절 쓰는 걸 구입을 해서 녹슬게 할 수도 없고..
장터 구경 갔다가 수많은 모종을 보고, 이러다가 텃밭 농사 망치겠다 싶어서 하루 종일 고랑 작업을 했습니다.
햇볕이 잘 안 드는 곳에는 옥수수를 올 해는 50 주를 심었습니다.. 작년에 5 주를 심었나??
상추와 옥수수는 일부러 비닐 멀칭을 안 했습니다.. 왠지 비닐을 쓰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서..
(작년에는 어설프게 대나무로 만든 오이 지지대를 올 해는 담장 철사로 업 그레이드를 ~^.^)
텃밭 농사 준비를 얼추 끝내서 텃밭을 바라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끔 전 이장님 댁에 식사 초대를 받아서 배 부르게 먹고 와서 감사하고 죄송했는데..
식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늘 뭔가를 챙겨 주셨습니다.
청란도 싸주실 때가 있고.. 청국장 고들빼기김치도 주시고...
제 작년 11월에는 제 벗인 복돌이 녀석도 잘 키우라고 주시고..
이 날은 밀린 숙제를 한 듯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한 어설픈 촌부의 평범한 일상을 수다로 풀어 보았습니다.
네~모든 동네 어르신들이 다 친절한 건 아닙니다.
어떤 분은 제가 선의로 한 행동을 건방지다고 하시면서 이웃분들에게 제 욕을 하면서..
혹시나 사기꾼일 가능성도 있으니 다들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졸지에 사기꾼이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전 이장님께서 그분에게.."나이 값 좀 하라"고 크게 언성을 높이셨다고 합니다.
짐짓 무심한 척하려다가 저를 졸지에 사기꾼으로 만들어 주신 분과 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런저런 부탁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내용은 생략합니다.
오늘 오전에 제 집에 들르셨습니다.
저를 텃밭으로 불러 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이렇게 냅뚜면 안 되네~ 고추 모종 심은 자리에 흙을 덮어 줘야 혀~~"
하시면서 직접 손으로 고추 모종 심은 구멍에 황토 흙으로 메꾸시더군요.
마침 점심시간도 되어 그분을 가까운 주민센터 근처 식당에 모시고 가서..
시원한 열무김치 국수를 대접을 했습니다.
사는 게 뭐 별거 있나요..??
엉킨 실은 가위로 자르면 편하지만, 느슨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풀어도 되는 삶을..
천천히 배우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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