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 튀김)
딸들이 내려오면 음식 장만으로 좀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큰 딸이 채식주의자(비건) 라 된장찌개를 만들면 한 냄비에는 멸치육수 외 우렁을 빼야 합니다.
그렇다고 비건을 고수하는 딸에게 잔소리를 한 적은 없습니다.
비건을 실천하는 이유를 저도 얼추 알고 있기 때문에 응원은 해 줍니다.
조건은 비건을 안 하는 주변 분들에게 불편을 드리지 말아라.. 정도입니다.
그나저나.. 이곳으로 이사 후 제가 생각을 해봐도 요리 솜씨가 늘긴 늘었습니다.
지난번 딸들 방문 시 막둥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빠! 된장찌개 전문점 해도 되겠네.. 헤헤~ 아빠가 라면을 끓이면 매번 푹 퍼져서 겨우 먹었는데.."
요리 솜씨 향상은 각종 요리 프로와(좋아하는 음식은 꼭 메모를 합니다) 블로그의 레시피 덕분입니다.
요리 욕심으로 저울과 각종 요리 도구도 구입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뭔 강박관념 인지는 모르지만, 찌개와 국을 늘 준비를 한 후에 식사를 했습니다.
요즘은 귀찮아서 그런가..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 만으로 식사를 하곤 합니다.
요령도 늘어서 콩나물 국을 끓이고 난 후에는 찬 밥을 넣어서 콩나물 죽을 만들면 두 끼는 너끈하게 해결합니다.
가끔은 신메뉴에 도전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막걸리 안주가 부실하다 싶으면 표고버섯 튀김을 합니다(첫 사진 참조~^^)
감자는 열무 한 단에 한 개 정도를 으깨서 넣습니다.
남은 감자는 간식으로~~^^
지난주 큰 딸과 통화 중에 하는 말이..
"아빠! 작년에 아빠가 해 준 열무김치를 예서가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올 해는 안 담가요?"
"응! 귀찮아서 올 해는 안 했는데.. 왜?"
"아빠! 솔직하게 말할게요.. 열무김치를 시부모님께서 주셨는데 맹숭맹숭해서 전혀 못 먹겠어요~"
에휴~ 예산 장터에서 열무 두 단과 얼갈이 두 단을 사 왔습니다.
평소 할아버지 노릇도 못 해서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왕 하는 김에 오이소박이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육아와 동시에 일을 하는 딸에게 냉정하게 "앞으로는 네가 해라" 할 수가 없더군요.
그러고 보니 제가 딸에게 뭐라도 크게 해 준 것처럼 생색을 낸 것 같습니다.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를 택배로 받고 즐거워할 딸과 공주님을 생각하면 흐뭇합니다.
하루 종일 씻고 다듬고 양념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솔직히 한동안 게으름을 피운 제가 좀 한심 했습니다.
그리고 열무김치 한 통으로 마치 아빠 노릇과 할아버지 노릇을 다 한 것처럼 생각을 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잠깐의 수고로 인하여 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소한 삶의 즐거움인데..
요즘 그 즐거움을 제가 잠시 망각을 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택배 박스에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 그리고 잘 익은 오디 열매를 넣어서 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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