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 생일 행사는 막내딸 생일과 제 생일 날짜가 겹쳐서 제 생일 모임을 7월 달로 미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 때문에 제대로 생일을 못 찾아 먹은(?) 막둥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고집이 센 큰 딸에게 아빠의 그동안 쌓였던 미안한 마음을 이해시킨 후에 행사를 미뤘습니다.
평소 저는 생일이나 기념일에 대하여 무덤덤 한 편입니다.
제 개인적인 기념일에 대한 생각은 이쯤에서 접고...
좋아하는 잡채를 만드는데 전 이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침에 미역국은 먹었남? ".. 어떻게 내 생일을 아셨지?
"통닭에 맥주 한 잔 혀~ 내가 미리 통닭집에 주문을 했으니 옷 갈아 입구 나와~"
언젠가 전 이장님 형수님께서 제 생일을 여쭤 보시길래 아무 생각 없이 알려 드렸는데 기억을 하셨더군요.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통닭집에 도착을 하니, 현 이장님과 전 이장님 부부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랜만에 치맥을 즐겨서 기분도 좋았지만, 제 생일을 챙겨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슬슬 술자리가 끝 날 무렵 전 이장님 형수님께서.."여보! 오랜만에 외출했는데 노래방 갑시다~"
전 이장님 께서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더니" 그려~ 가뭄으로 울 마누라 고생도 했는데 2차 가자"
웃음이 나더군요.. 전 이장님은 인맥도 넓으시지만, 감투는 왜 그리도 많으신지..?
가끔 뵈면 그 넓은 밭에 형수님 혼자서 일을 하시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제 단점인 "남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자세가 삐딱 "하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저도 체면은 저만치 밀쳐 놓고, 오랜만에 저 스스로를 속박하던 체면은 잠시 접었습니다.
술기운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 깟 체면이 뭐가 중요 해? 나도 이젠 이곳 주민인데.."
노래방에서 나오니 아직도 날이 훤 합니다.
그냥 헤아지기는 아쉬워서 집으로 모셨습니다.
제 특기인 후다닥 상 차리기~ (술안주 용으로 아침부터 만들어 놓은 음식)
형수님께 하시는 말씀이 "남자가 어떻게 손이 많이 가는 잡채하고 갈비찜을 하셨데~ 힘든데.. 대단해요"
솔직히 딸들에게 아빠 생일날 잘 지내고, 잘 먹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만든 음식입니다.
음식은 혼자서 먹는 것보다는 확실히 여럿이 먹으니 그 맛은 배가 되더군요.
모두들 가시면서 하시는 말씀이.."자주 와야겠네~ 너무 잘 먹고 가네~"
딸들에게 통닭 대접과 노래방 사진을 보내 줬더니..
큰 딸 "아빠! 동네 어르신들께 더 잘해야겠네요"
막둥이 " 나도 갈비찜 먹구싶당~아빠! 도우미도 부르지 ㅎㅎ" 요런 녀석 ~^.^
생일날 혼밥, 혼술 할 뻔하다가 동네 어르신들 덕분에..
즐겁게 생일을 보낸 초보 촌부의 평범한 생일 보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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