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얄미운 계절인 '봄'입니다.
봄은 봄인데 성큼성큼 다가왔으면 좋으련만..
새침데기 봄처녀는 얄밉게도 너무 느린 걸음으로 다가옵니다.
오늘 점심 식사 후 복돌이랑 산책을 하는데 목이 시릴 정도로 바람이 제법 매섭더군요.
초보 촌부의 성급한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봄기운을 받아서 간드러지게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켜는 매화꽃을 기다려 봅니다.
좀 더 깊숙한 봄이 되면 찔레꽃 순을 따서 말리려고 벼르는 중입니다.
휴일이면 수많은 인파로 북적일 예당호 둘레길...
봄이 슬며시 내주는 넉넉한 품으로 자연이 펼쳐 준 무대로
몰려드는 인간들을 지긋하게 바라보는 가이아님의 인자하신 마음을 상상해 봅니다.
아쉽지만 저는 아직도 자연의 주는 아름다움의 정체나 그 존재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솔직히 알려고 노력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만..
그저.. 마냥.. 봄이 펼쳐 놓은 아름다운 대상 앞에 서있으면, 자연과의 제대로 된 바라봄의 시작은 아닐까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 안에서 사유 (思惟)를 멈추고, 노곤한 마음과 육체를 잠재움에는
어설픈 촌부의 입장에서는 상큼한 봄은 나름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상추보다 더 좋아하게 된 민들레쌈..
딱히 반찬이 없어도 달래장만 있으면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고..
그래도 좀 아쉽다고 생각을 하면 조금의 품을 팔아서 머위 볶음도 만들고...
손님 오신다는 연락이 오면, 냉이 우렁 잔뜩 넣어서 냉이 된장찌개도 만들고..
달래가 좀 넉넉하다 싶으면 도시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달래전도 만들고..
봄이 오면 무진장 바쁠 것 같아서 벌써부터 싱숭생숭합니다.
정원 같은 텃밭이라고 동넷분들 놀리시지만 소일거리가 있어서 좋고~
제 텃밭에 무농약 고추 따오라고 손주를 심부름 보내는 어르신들도 가끔 계십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딸들과 지인에게 고춧가루를 덜어 주면 받는 분들이 더 호들갑(?)을 떱니다.
'와! 아빠표 무농약 태양초다~'
가끔 자연인 프로를 보면 거의 모든 분들이 무농약이라고 자랑을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게을러서 농약을 안 쳤을 뿐이고..
건조기가 없어서 햇볕으로 말렸을 뿐이라.. 대놓고 자랑을 한다는 게 좀 거시기하더군요.
소작으로 텃밭은 하시는 분들은 거의 저처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귀촌 생활 중 깨달음이 있다면..
감히 날씨에 대하여 원망을 하거나 투덜거림이 많이 적어졌다는 겁니다.
긴장마에 투덜거리고 한동안 우울해했습니다.
폭설 제설작업 작업으로 너무 힘이 들어서 낙담도 했습니다.
요즘은 조금씩 적응을 하는지.. 시간이 해결이 줄텐데.. 하면서 나름 건방을 떨어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올봄에는 텃밭에 뭘 심을까?' 고민을 하는 저를 보면..
'나는 아직도 어설픈 촌부라는 증거구나'...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하긴...'마음을 비운 자'가 된다는 건 애초부터 기대를 하고 살진 않았습니다만....^.^
이제는 제법 해가 길어졌습니다.
지난달 이 시각이면 화목난로 앞에 앉아서 불멍을 즐겼는데... 봄은 봄입니다.
집 근처에 달래와 냉이가 이젠 제법 많이 퍼져서 멀리 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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