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가창면 가창저수지를 끼고 올라가 헐티재로 넘어가는 8번 군도(郡道)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아주 멋진 곳입니다.
이 길을 달리다가 미나리 재배 단지를 지나고 대구미술광장에서 바로 좌회전하면 승용차 한대 겨우 통행이 가능한 좁은 산길로 접어 드는데 이 길을 따라 약 20여분 올라가면 이런곳이 있나 할 정도로 깊은 산중에 조그마한 동네가 나타나고 이곳에 오래된 짚으로 지붕을 인 오래된 초가가 있습니다.
달성군 가창면 정대1리의 깊은 산중에 자리하고 있는 조길방가옥(趙吉芳家屋)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가집'이라고 제목을 붙여놓고 보니 사실 조금은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초가집이라는 것이 해마다 이엉을 올려서 지붕을 바꾸는 식이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되었다고 장담할 수가 없고 기와집이나 절집과는 달리 처음부터 조금 초라한 형식으로 지어지기 때문에 잦은 보수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뭔가 의미가 남다르다 싶어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가집에 어디인지 검색을 하여보니 특별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고 현존하는 초가집 중에서도 오늘 소개하는 달성 조길방가옥만큼 공식적으로 밝혀진 연대에 지어진 것으로서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되어 달성 홍보블로그의 직함으로 이 고즈넉한 초가에 대하여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가집이라고 감히 공언하고자 합니다. 제 주장이 사실과 일치 된다면 달성군에서도 이런 의미를 부여하여 더욱 보존의 가치를 높이면 어떨까 생각하여 봅니다.
조길방가옥의 대들보 상량문에 의하면 1784년 지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조선 정조임금 시대가 되네요. 그리고 이 기록으로 인하여 이 가옥은 공식적으로 올해 지은지 228년이 되고, 지난 1984년 지은지 꼭 200년이 되는 해 문화재청에서 중요민속문화재 제200호로 지정하였습니다. 200이란 숫자가 묘하게 맞아져 참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근데 이 공식적인 기록은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고 이 집의 내력을 역 추적하여 올라가면 상황이 더 달라집니다.
이 집은 입향조(入鄕祖, 동네에 처음 들어와 살게 된 사람)인 함안조씨(咸安趙氏) 조광국(趙光國)이란 분이 집안에서 생긴 분란으로(家禍) 총각의 몸으로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된 것이라 하는데 이분의 연대가 1708년~1776년으로서 공식적으로 지어진 집의 연대인 1784년과 맞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씨 집안에서 전해지는 이 집의 내력을 역추적하면 대략 1730년대에 지어졌다고 되어 있어 지은지 280년 정도가 되어지고 있습니다.
최신공법과 기술로 지은 아파트가 기껏 수명이 50년 정도이고 현대식으로 폼나게 지은 집이래도 이 보다 조금 더 오래 간다 뿐이지 100년 200백년을 버티는 집은 거의 없는데 우리네 옛 나무로 지은 집들은 100년이 넘는 것이 수두룩 합니다. 특히 임진란으로 불타버리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사찰들은 모두 세계문화유산이 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이 와중에 허접하고도 초라한 초가집이 무려 300년 가까이 버티고 있고 지금도 거주하는데 별 불편이 없을 정도로 튼튼한 이곳 조길방가옥은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조길방 가옥이 있는 이곳은 지금도 깊은 산중이지만 그때쯤 정말 깊은 골이 아니었을까 짐작이 되는 곳입니다. 해발 약 800m 지대로서 온통 산으로 둘어싸여 있고 서쪽으로만 약간 트여서 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동네 전체가 서향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가옥이 생기고 동네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전에는 조그만 마을로 형성되어 있다가 지금은 몇 가구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봐서는 사람이 거주 하는 집은 두서너가구가 전부인것 같네요.
조길방가옥이란 이름은 조광국의 후손으로 이 집에 살던 분의 이름이며 오래전에 사망하였고 지금은 그 후손이 대구에 거주 하면서 주말마다 들려 이 집을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깨끗이 관리되어지고 있었고 초가지붕을 새로 이은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지붕이 더욱 산뜻하고 파란 가을 하늘과 함께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은 본채와 아랫채 그리고 사랑채로 되어 있고 이 외 별다로 문간에 집을 한 채 더 지었는데 모양새로 봐서는 근간에 지은듯 합니다. 모두 초가이지만 양반집의 격식을 대강 갖추었다고 느껴지고 특별하게 눈에 뜨이는 것은 변소가 따로 지어지지 않고 아랫채에 붙어 지어진 것이 눈에 뜨이네요.(아래 사진 설명 참고)
특히나 이 집을 설명하는 글들에서 모두 눈에 뜨이는 것은 "현 소유자의 조부는 이 집이 '싸리기둥에 칠기봇장(칠기나무로 된 보)집'이라고 늘 마을사람에게 자랑하였다" 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현 소유자의 조부는 집의 이름인 조길방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추증되며 그 분의 말에서 이야기되는 싸리기둥과 칠기봇장에 대하여 좀 설명을 드려야 합니다.
싸리나무는 시골에서 자란 분은 다 알것이지만 아무리 굵어도 어른 손마디 두개 정도가 가장 큰 나무입니다. 이 나무를 가지고 기둥을 세웠다고 하니(아래 사진 참고) 참으로 가당찮은 이치입니다. 그럼 싸리나무가 뭔 나무일까요? 여기 등장하는 싸리나무는 사리나무, 즉 사리함(舍利函)을 만들때 주로 사용한 나무, 느티나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사찰에 간혹 싸리나무로 기둥을 만들었다고 되어 있는 곳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사리함을 만든 느티나무의 의미가 맞을 것입니다. 칠기봇장은 칠기나무로 된 대들보를 의미 하는데 칠기나무는 칡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니까 대들보를 칡나무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도 좀 비약적인 내용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칡처럼 굽은 나무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추증됩니다.
아무튼 싸리기둥에 칠기봇장으로 된 집 구경은 아래 사진으로 찬찬히 구경 하시고, 첩첩 산중에 조그만 초가집에 근 300년을 원형 가까이를 버티고 있다든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래는 8번 군도 드라이브 지도입니다.
약간 희미한 동그라미 속에 숫자가 보일 것입니다.
1번은 가창찐빵
2번은 달성조길방가옥
3번은 운흥사...
아래 사진들은 드라이브 구간 중에서 위 장소들을 찾아 사진을 찍은 곳들입니다.
가창은 대구와 인접하여 먹거리로 유명한 곳들이 참 많지만 이런 유명한 먹거리 식당 외에도 진빵이 유명합니다.
일명 가창찐빵이라 하여 가창 저수지 입구에 너댓집에 있는데 요즘같이 날씨가 약간 쌀쌀한 날 이곳에서 진빵을 구입하여 드라이브를 즐기면 완전 제격입니다.
요것이 3,000원치입니다.
맛이 달고지근한것이 딱 제 스타일입니다. ㅎ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지요?
가창 저수지
늦은 가을이지만 주변 산들은 아직도 단풍이 곱습니다.
호수와 어울려지는 풍경이 아주 멋지네요.
우측에 동지미술관이라는 안내판이 보여집니다.
카페와 미술관을 겸하고 있는데 잠시 들려 구경 하였습니다.
미술관 내부는 촬영하지 못했고 마당에 있는 돌조각이 마음에 들어 담아 왔습니다.
감나무에 감이 무지무지 많이 달렸는데 아마도 따지는 못할것 같네요.
이곳 가창 정대미나리.. 시원하고 상큼한 맛으로 삼겹살와 찰떡궁합이구요.
달성조길방가옥을 나타내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곳에서 좌회전.
길은 좁지만 승용차로 무난하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오르막 길 옆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서 있고 그 옆에는 돌탑이 있습니다.
동네 입구 도착.
입구에는 조그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조길방 가옥.
맨 우측에 보이는 초가는 아마 지은지 얼마되지 않는듯 합니다.
중간에 보이는 초가가 아래채와 사랑채.
본채
초가 뒷편에서 잡은 정경
왼편이 본채이고 멀리 보이는 집에 사랑채. 그리고 오른편이 아래채.
비록 초가이지만 양반의 격식을 갖춰 지은듯 합니다.
아래채.
패트병과 지저분한 현대식 소도구가 널려있어 약간 치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약간 측 방향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특이한 것은 변소가 아래채에 딸려 지어졌다는 점입니다.
옛날에는 통상 화장실(변소)는 따로 떨여져 지었다고 알고 있는데 특이합니다.
사진의 맨 왼편 뒤로 약간 툭 튀어 나온 부분이 변소입니다.
저도 집 뒤로 돌아가서 이것이 뭔가 확인하다가 알아 낸 내용입니다.
아래채의 집 뒷편 전경입니다.
맨 오른편이 변소.
요강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변소의 문은 따로 없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본채
280년전의 초가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니 놀랍습니다.
이 집의 가장 핵심은 역시 싸리나무기둥과 칠기봇장..
이걸 확인하기 위하여 사진을 가까이 찍었습니다.
싸리나무 기둥..
밑 부분은 썩어서 잘라내고 아랫부분을 다른 나무로 고아 놓았네요.
싸리나무에 대하여는 위 본문에 설명을 하여 두었으므로 생략...
중앙의 청마루 벽에는 6장의 교지가 걸려 있습니다.
사람이 드나드는 문은 아닌듯 하고 아마 통풍이나 햇살을 쪼이기 위하여 만든 창틀로 여겨지는 예쁜 문살창..
꽃사과만한 열매가 잔뜩 떨여져 있는데 뭔지 모르겠네요.
탈곡기, 곡식풍로, 소 여물구이...
가운데는 어처구니가 빠져 달아나고 없는 맷돌임에는 알겠는데 양쪽에 있는 것은 뭔지 모르겠네요.
노랗게 익은 모과..
내려오는 길목에서 바라다 보이는 비슬산 자락
대구미술광장.
실내 전시물은 현재 없고 실외 전시물만 있습니다.
내려 오면서 들린 운흥사.
멀리 올려다 보이는 최정산
운흥사 경내
절 마당의 오래된 고목. 오른편 나무에는 금줄을 둘렀습니다.
부처님께 인사도 드리고,,,
고요한 산사 건너 산자락으로 늦가을 짧은 햇살이 넘어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