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그만 텐트와 야영장비를 짊어지고 비슬산 정상 천왕봉에서 백패킹을 하고 왔습니다. 1,084m의 적막하고 고요한 산 정상에서 오직 자연과 더불어 하룻밤을 지내는 맛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으나 이런 경험을 맛 보기 위하여 대략 20kg 정도의 베낭을 짊어지고 여름 낮에 산 정상까지 올라야 하는 고통도 같이 맛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산 정상에서 밤을 지샌다는 건 무리일것 같아 같이 산에 자주 다니는 친구와 함께 했는데 백패킹을 묘미를 한껏 살릴려면 제 셍각엔 세 명 정도가 한팀이 되어 장비를 분산 준비하여 오르면 산정에서의 백패킹은 고생이 조금 덜 할 것 같습니다.
백패킹(Backpacking)이란 뜻이 "짊어지고 나른다."인데 베낭에 야영장비를 갖춰 짊어지고 하룻밤 이상의 별밤 여행을 즐기는 것을 말합니다. 꼭히 산에서 지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개는 산에 올라서 야영을 하는 것을 백패킹으로 그 의미를 많이 받아 들이는 것 같습니다. 산에서 백패킹을 할려면 본인이 마음에 드는 산 아무곳이나 마구 올라서 야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여 산 중 야영이 금지된 곳이나 국립공원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실컷 보고,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나 아침 일찍 노래하는 새소리를 듣고, 산정에서 보는 황홀한 일몰 장면이나 누구보다도 먼저 맞는 여명과 일출..
이런 멋진 것들을 경험하는 백패킹의 묘미 속에는 적막하고 인적이 전혀 없는 곳에서 밤을 지내야 하는 일상적이지 않는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신경을 쓰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준비물이 아닐까 합니다.
백패킹에 필요한 준비물(순전히 제가 챙긴 것들로 고가제품이나 전문가 스타일 전혀 아닙니다.)
텐트: 소형 1~2인용 - 반고 소울200
베낭 : 45L - 텐트와 매트리스를 베낭 외부에 부착하여 용량 부족하지는 않음.
침낭 - 3계절용 2개. 한 여름에는 고가 침낭 전혀 필요 없음. 2~3만원짜리 침낭도 많던데 그냥 적당히 가벼우면 될 것 같음.
버너, 코펠, 캠핑가스, 의자
조명등, 손전등, 헤드랜턴,
휴지, 물티슈, 주방티슈
숫가락, 젓가락, 컵, 일회용 그릇, 라이타
햇반, 라면, 고기, 반찬류, 양념류, 행동식, 기타 먹거리
식수(작은병 얼린것 두개), 커피, 술, 3.5L의 물통을 준비하여 야영장소와 가장 가까운 샘터나 식수대에서 물 준비
휴대폰, 카메라, 폰보조밧데리, 카메라보조밧데리, 삼각대, 예비 건전지
모자, 장갑, 여벌옷, 수건, 손수건, 팔토시, 선글라스, 스틱
치솔, 선크림, 노끈, 로션, 모기향, 다용도 비닐봉지, 쓰레기봉투
다용도 칼, 상비약, 메모도구, 시계
이상 제가 준비한 것들인데 산에서 여름 백패킹을 할때는 뱀 퇴치를 위하여 백반 같은 것도 가져가면 좋을 듯 합니다.
샌들도 가져가면 좋을듯 ..
어째든 많이 가져가면 좋긴 한데 최대한 짐 무게를 줄이는게 또한 관건이라 백패킹의 여건에 맞춰 가장 실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비슬산 백패킹은 애초 참꽃군락지에서 하려 했습니다.
비슬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까지는 셔틀(반딧불이 전기차)이 운행되기 때문에 베낭무게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참꽃 군락지에는 나무로 된 커다란 데크도 두군데나 있고 대견봉 가까이 팔각정도 있어 텐트를 설치하기 아주 편합니다. 또한 바로 가까이 대견사가 있어 식수를 쉽사리 구할 수 있고 사람 인기척이 가까이 있으므로 뭔가 불안요소가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근데도 꼭히 천왕봉으로 간 이유는 일몰과 일출을 모두 구경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참꽃군락지는 내려앉아 있어 산그리메로 떠 오르는 일출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략 오후 3시쯤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하여 30분정도 반딧불이전기차로 대견사까지 올랐습니다. 대견사에서 3,5L 물통에 식수를 담아서 천왕봉으로 향하였는데 폭염 속 작렬하는 태양볕 아래 무거운 베낭을 메고 걸으니 땀이 비오듯...
젊은이들의 전유물인듯..
무거운 베낭을 메고 산에 올라 별을 보며 하룻밤을 지낸다는 것..
그것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오래 전 지리산 아무곳에나 야영을 하던 시절.
그때 삼각텐트와 석유버너와 쌀을 지고 올라서 산에서 야영을 하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그 뒤 산에서 간간 지내곤 해 봤지만 이제는 세월이 저만치 흘러간 이야기라 다시 백패킹이란 용어로 산에 올라 하루를 지낼려니 설레임과 불안이 교차합니다.
제가 그린 백패킹에 도움이 되는 비슬산 개념도입니다.
자연휴양림에서 대견사까지는 전기자동차가 운행이 되는데 주말과 휴일에는 20분 간격입니다. 여름에는 오후 5시까지 운행이 되고 편도소요시간은 30분.
요금은 편도 5,000원
천왕봉에서 백패킹을 위해서는 대견사에서 셔틀을 내려 정상까지 약 3km이상은 걸어야 합니다.
능선길이지만 오르내림이 제법 심해 약 1시간 20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대견사.
초파일 연등이 아직도 마당에 그대로 달려있어 미관상 보기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절 경관도 모조리 가려 버리고...
대견사 마당 석축에 피어있는 산나리와 대견사 3층석탑
대견사와 비슬산에 관한 글들은 제 블로그에 아주 아주 많이(ㅎ) 올려져 있으므로 검색창을 활용 하시면 됩니다.
대견사 본전 뒷편에는 부처님 사리를 모시는 계단을 만드는 불사가 한창입니다.
이 계단이 완공되면 비슬산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두곳이나 모시고 있는(용연사와 함께) 특별한 곳이 됩니다.
조화봉 관측소 건물 위로 흐르는 구름이 너무 멋있어서 한컷 찰칵!
멀리 비슬산의 정상인 천왕봉이 조망 됩니다.
이곳에서 저곳까지 가야 합니다.
베낭무게에 짓눌린 어깨에 힘을 주고 출발입니다.
오후 4시 30분...
땀을 비오듯 흘리며 천왕봉 도착.
옷이 땀으로 홀빡 젖었네요.
오후 5시 30분쯤..
요즘 여름 날씨가 왜 이 모양인지???
날씨는 무지 더운데 스모그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연일 뿌옇게 대기가 흘려 있습니다.
아랫쪽으로 흐르는 낙동강 50km의 조망이 별로입니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낙동강의 구불구불한 모습은 정말 일품인데...
한 무리의 까마귀떼가 산 정상 주위를 맴돌며 유희놀이를 하고 사라집니다.
아마도 오후 늦게 찾아 온 손님을 반기는 절차가 아닐까 생각 됩니다.
여름 꽃들이 산정에 만발 합니다.
패랭이와...
원추리와 산나리꽃이 이곳저곳에 많이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비슬산 정상의 명물인 억새가 잔뜩 피어서 또 다른 풍경을 그리고 있네요.
뿌연 날씨로 기대하고 고대하였던 멋진 일몰이 사라졌습니다.
일몰을 찍기 위하여 무거운 삼각대를 일부러 가져 왔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이전에 이곳 천왕봉에서 일몰을 보기 위하여 일부러 올랐다가 찍은 사진들로 대신 합니다.
http://duga.tistory.com/1907 (한 겨울, 비슬산 정상인 천왕봉의 일몰 산행)
이 정도 그림으로 일몰의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일몰 풍경 감상을 위해 미뤄뒀던 야영준비
정상석 바로 앞 바위 위에 급하게 텐트를 치고...
바닥에 고르지 않아 잠 제대로 자기는 틀렸지만 그래도 이곳에 마음에 듭니다.
어느듯 석양의 붉은 빛도 사라지고..
산자락 아래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의 불빛이 많아지기 시작 합니다.
하늘엔 쪽달의 운치가 가슴으로 와 닿구요.
백패킹의 또 다른 재미..
산정만찬..
술이 빠질 수가 없겠지요.
내려다 보이는 야경
대구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인데 주거지역이 먼저 들어서는 바람에 아파트의 불빛과 상가지역의 불빛이 먼저 돋보입니다.
하늘에도 쪽달 주위로 별이 하나 둘 새겨지기 시작 합니다.
멀리 대구 시가지의 불빛을 바짝 당겨서 찍어 봤습니다.
대기의 스모그로 사진들이 맑지를 안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별을 보고..
달을 보고..
밤 늦게 친구가 되어 주는 풀별레와 바람소리를 벗하여
밤을 지냅니다.
이 산의 주인인 움직이는 것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것들..
그들과 함께 합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기상
꼭히 긴 밤을 푹 자지를 못했습니다.
다리 끝에 뭉퉁하게 솟은 돌이 밤새 잠자리를 불편하게 했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에도 살짝 예민해 지기도 하였습니다.
5시 반쯤 예상되는 일출을 보기 위하여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어제 저녁의 일몰은 꽝이었는데 다행히 새벽 날씨는 좋습니다.
동쪽 하늘로 여명이 밝아오고...
산자락 아래 도시도 잠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멀리 대견봉과 조화봉을 넘나드는 운해가 너무 멋집니다.
죄측부터 조화봉, 대견봉, 관기봉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앞쪽으로 KT통신탑이 세워져 있는 최정산이 보입니다.
그 뒤로 붉게 여명이 밝아 오고...
대구 앞산방향입니다.
저곳까지 몇 번이나 종주를 하였는데 야간종주를 한 추억이 새롭습니다.
조화봉을 넘나드는 운해는 많아졌다가 적어졌다가 순간순간 그 풍경을 달리합니다.
5시 40분이 지나고..
이제 거의 일출 순간입니다.
일출.
산에서 맞는 일출은 어디서나 멋지고 벅찹니다.
늘 보는 태양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처음 맞는 새 하루의 새 태양입니다.
천왕봉 정상석과 일출
천왕봉 정상석은 동쪽에는 한글로 서쪽면에는 한문으로 천왕봉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정상석 뒷편으로 백패킹의 텐트가 보여 지네요.
6시가 지나고...
위낙에 일찍 일어나 버리니 아침(라면)을 먹고도 시간이 7시가 채 안된 시각..
오늘은 스톤발란싱 2단쌓기에 도전입니다.
성공..
정상석과 함께 2단으로 쌓은 제 작품(?)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조금 후 바람이 불면 하나는 한쪽은 사라지겠지요.
짐을 챙겨 하산입니다.
올때와 무게가 별 차이가 없는 베낭짐입니다.
멀리 저곳까지 다시 무거운 베낭을 메고 갈 생각을 하니...
암튼 산정의 백패킹은 무게와의 싸움입니다.
비슬산 정상 천왕봉에서의 1박 2일..
백패킹의 추억을 만들고 집으로 돌아 갑니다.
이번 경험에서 느낀 것들을 보완하고 무거운 짐을 최대한 줄여서 올 여름에 한번 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볼까 계획하고 있습니다.
별이 더욱 빛나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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