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 산행기는 사실 불갑사 꽃무릇의 덤입니다.
순전히 불갑사 꽃무릇을 보기 위하여 대구에서 전남 영광까지의 먼길을 달려 갔었고 불갑산은 꽃무릇만 보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 부록으로 끼워 넣어 올라가 본 곳입니다.
불갑산 상사화 - http://duga.tistory.com/2188
꽃무릇을 보기 위해 찾은 불갑산이지만 그래도 산행기를 적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건망증이 그리 심한편은 아닌데도 어디 다녀온 산을 기억을 잘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엔..
대략 20대 후반부터 산을 찾아 다녔으니 이리저리 좀 다닌 편인데 그 시절 다녀 온 곳은 그렇다 치고도 근간에 다녀와서 제 블로그에 자랑삼아 올려논 곳도 가 본 곳인지 안 가 본 곳인지 도무지 헷갈릴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허접한 산행을 하였더라도 산행기를 적어 올려 두어 다음에 헛발질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산행 장소를 찾지 못하다가 겨우 맘에 드는 산을 택하여 갈려고 검색을 하다보면 제 산행기가 뜬다 이겁니더..ㅠㅠ)
불갑산은 아주 단순하게 둘러보는 산입니다.
그리 위험한 구간이나 등산로가 헷갈리는 구간 같은 곳은 거의 없습니다.
대개의 탐방객이 이맘때 꽃무릇을 실컷 구경하고 겸사로 불갑산을 올라 하루를 쉬어 가는 그런 코스입니다.
불갑산 등산코스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대개가 불갑사에서 올라서 정상인 연실봉에 도착 한 다음 다시 불갑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입니다.
불갑사에서 약간 되돌아가서 해불암을 거쳐 내려가는 코스가 일반적인데 구수재까지 갔다가 내려가는 코스도 있습니다.
이 외 구수재에서 용천봉과 도솔봉을 모두 거친다음 불갑사로 하산하는 경우도 있구요.
저는 이날 날씨가 아주 좋지 않아 연실봉에 오른 다음 해불암을 거쳐 불갑사로 하산을 하였습니다.
산행코스 : 불갑사 - 덪고개 - 노적봉 - 범성봉 - 투구봉 - 장군봉 - 연실봉(정상) - 해불암 - 불갑사 (원점회귀)
산행시간 : 약 4시간 정도
산행강도 : 약(★)
위험구간 : 거의 없음
불갑산 등산로는 불갑사를 들리지 않고 해탈교를 건너서 담장을 따라 나 있는 왼편길을 따라 오르면 됩니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가운데 우비를 입고 한손에는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하여 우산을 쓰고..
등산로 곳곳에도 꽃무릇이 활짝피어 날씨만 좋았다면 탄성이 여러번 터졌을것 같습니다.
우중 산행은 여러모로 고역입니다.
일단 우비를 착용하면 옷은 비에 젖지 않을지 모르지만 땀으로 비보다 더 흠뻑 젖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산을 쓰고 산행을 하면 한 손을 뺏겨 안전사고 우려도 있습니다.
이곳저곳 나무사이에 많이 부딫혀 우산을 쓰고 산행 하는건 참 불편 합니다.
차라리 비가 많이 쏫아 질때는 오히려 비를 홀딱 맞아 보는 것이 휠씬 상쾌하게 느껴질때가 많구요.
정상까지 오르는데는 몇 곳의 봉우리를 넘나드는데 그리 심한 파도타기는 아닙니다.
고만고만한 고개에는 각각의 이름이 있고 거의 정상쪽 보다는 능선쪽으로 우회로가 있어 수월 합니다.
등산로는 키가 큰 참나무가 많고 군데군데 그리 굵지 않은 소나무들이 하늘로 키 높이를 하고 있습니다.
전혀 시야가 없는 가운데 미로같은 등산로를 따라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꽃무릇이 산 능성이에도 가득 합니다.
불갑산은 전체가 꽃무릇 동산입니다.
기온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 후텁지근하여 땀이 많이 납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 장수를 만났습니다.
세개 이천원..
한개 천원...ㅎ
햇살은 없지만 그래도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노루목..
안내판이 많고 등산로가 그리 길지 않아 날씨만 좋다면 누구나 쉽사리 올라 와 즐길 수 있는 곳 같습니다.
불암산 바위들의 특징은 이렇게 공구리(?) 형태로 된 바위들이 많다는 것인데 오래 전 단단해 지기 전에 솟아 올랐나 봅니다.
정상 가까이 가다보니 좌측으로 '위험구간', 우측으로 '안전구간'이라고 적힌 푯말이 있길레 당연시 위험구간으로 갔는데 정말 위험구간이네요.
밑으로 천길벼랑..
안개에 비까지 내려 자욱하게 안 보이니 더욱 으스스 합니다.
위험구간
위험구간
우측편으로 낭떠러지가 매우 높습니다.
저 구녕 속으로 뭔가 보여야 하는데 날씨 탓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정상인 연실봉.
정상석이 외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이 앞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하여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일출은 경주 토함산, 낙조는 영광의 불갑산이라 하여 이곳 불갑산은 서해 낙조 조망으로 아주 좋은 곳이라 낙조뿐만 낮에는 서해 바다를 비롯하여 조망이 아주 좋다고 알려진 곳인데 오늘은 아쉬움만 가지고 되돌아 갑니다.
정상석 앞..
마침 식사 시간이라 점심을 즐기는 이들과 잠시 쉬는 이들로 북새통.
하신길을 서둡니다.
비가 굵어졌다가 가늘어 졋다가...
자칫 미끄러지면 엉덩이 쫙~~~
내려갈수록 꽃무릇이 많아 집니다.
날씨가 좋고 햇살이 들어 온다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비가 오는데도 ..
탁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낭만적인 여유..
이런 우중 산행도 어쩌면 멋이라면 멋인데 말입니다.
바위 아래 작은 막대기를 공가(?)놓는 우리네 산꾼들의 자비는 어디서 시작 된 것일까요? ㅎ
엄청나게 많은 막대기들..
저것 다 빼 버리면 바위가 굴러 떨어지겠죵..
하산길 마무리..
길이 편안해 졌습니다.
저수지 아래로 불갑사가 보입니다.
불갑사 경내에는 아직 꽃무릇이 몽우리로 있는 곳이 많습니다.
신기한 것은 지대가 높은 산 능선에는 꽃무릇이 활짝 피었는데 이곳 산 아래 절 부근에는 아직 몽우리 형태가 많다는 것입니다.
벼와 같이 날씨가 차가운 곳이 먼저 피는(익는) 것일까요?
인도 므시기 그시기를 뽄따서 만든 것이라 하는데 요란스럽게 맹글기는 하였지만 전혀 의미가 없어 보여 통과...
유명 관광지에 흔히 있는 느림보 우체통
일년뒤에 도착한다는데 ...
절 입구에는 위엄있는 호랑이 상이 하나 있는데 1908년 어느 농부가 덪을 놔서 잡은 호랑이라고 합니다.
이걸 껍데기를 홀라당 벗겨서 박제를 만들었는데 이게 지금도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보관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남한에서 잡힌 실물 호랑이 박제는 이것밖에 없다고 하네요.
이게 목포유달초등학교에 전시되어 있는 그 박제 호랑이입니다.
(사진은 프라임경제에서 인용)
약간 살쾡이 느낌이...
시골 제 고향집에도 호랭이 박제가 벽에 하나 걸려 있는데...
아주 오래 전 지인한테 선물로 받은 것인데유..
이게 실제 호랭이 껍데기가 아니구..
송아지 가죽에다가 호랑에 물감을 들린 것이랍니다.
그래도 얼핏 보면 호랭이 느낌이..ㅎ
이번에 들린 불갑산 산행은 불갑사 상사화 축제와 겹쳐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이지만 사람들이 참 많이 찾았습니다.
입구에서 한참이나 걸어 들어 가면서 이런 저런 축제 구경도 하고 온통 천지로 피어있는 상사화(꽃무릇)도 보면서 나름대로 우증이지만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올 가을은 유난히 큰 대풍이라 하는데 농민들은 오히려 시름이네요.
제 아는 친구의 부모가 시골에서 사과 능사를 짓는데 사과가 풍년이 되면 오히려 손해가 난다고 합니다.
반면에 흉년이 되어도 안되구요.
그럼 어떨때 돈을 버냐구요?
딱 한가지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다른 지방에 태풍이 오거나 가뭄이 와서 완전 흉작이 되고 내 과수원만 잘 될 때...
에구..
황금들녘의 풍경을 즐겁게 바라보며 기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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