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분명 가을인데 가을의 느낌은 9월 말쯤 되어야 느낄 수 있는가 봅니다.
초록 잎들이 바래지고 들녘에 벼들이 누렇게 익어갈쯤 되어야 '아, 가을이구나!' 하면서 또 한 계절의 의미를 다시 새겨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2016년의 가을은 살금살금 창 앞까지 다가와 이제 막 문턱을 넘어와 있습니다.
가을맞이 산행의 첫 코스로서 전남 담양의 추월산을 찾았습니다.
아직 단풍은 물들지 않았지만 산 곳곳에는 가을 색깔로 조금씩 변해지고 있어 성급함으로 이른 가을을 담아 보았습니다.
추월산(秋月山)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을 느낌이 물씬 드는 산입니다.
전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로서 산고(山高)는 그리 높지 않지만(731m) 기암절벽의 경관과 높고 낮은 산 그리메의 조망이 일품인 곳입니다.
인근에 강천산과 내장산이 있어 모두가 가을 산행지로 유명한 곳이라 연계산행이 가능하고 들머리 입구에 있는 담양은 대나무와 메타세콰이어길이 있어 가을의 중간쯤에 들리면 정말 멋진 곳입니다.
추월산은 얕은 남도 산자락의 구비구비 물결치는 모습을 조망하는 재미도 좋지만 이곳만의 특징으로서 두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상부 능선자락 아래 있는 보리암(菩提庵)이고 또 하나는 산행 내내 조망되는 담양호입니다.
아찔한 낭떠러지 벼랑에 세워진 보리암은 주 등산로에서 살짝 비켜져 있어 약 100여m를 일부러 찾아 들어 가야 합니다.
고려때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데 그 오래된 역사에 비해 위낙에 자리터가 좁아서인지 암자는 요사채와 대웅전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아래로 내려 보이는 담양호와 강천산이 바로 건너다 보이고 우측으로 약간 비켜서는 금성산성이 조망 됩니다.
지눌스님이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하여 지리산에서 나무로 된 매를 만들어 날려 보냈는데 이곳과 가까운 백양사와 송광사, 그리고 이곳 보리암에 그 매가 내려 앉았다고 하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산행은 담양호국민관광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무료) 보리암으로 올라 암자를 구경하고 보리암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추월산 정상을 밟고 다시 약간 되돌아 나와 월계리로 하산하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리 특별히 위험한 구간은 없지만 퇴적암의 부스러기로 된 작은 돌들이 바닥에 많아 미끄러짐을 주의해야 합니다.
주차장 입구와 오르는 길목 두어곳에 등산로가 표시된 개념도가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는 1,2,3,4 등산로가 구분이 되어 있는데 이건 등산로 초입에만 있고 산에 올라가면 이런 표시가 없어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만 능선에서의 조망이 뚜렷하여 목표한 길이 헷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추월산 주차장
추월산 주차장에 조그맣게 세워져 있는 등산안내도
숫자로 표시된 등산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대개의 산행이 보리암을 거쳐 능선에 오른 다음 추월산 정상에서 월계리로 내려오거나 이와 역순으로 이뤄지는것 같습니다.
산행거리도 그리 길지 않고 시간도 적당하여 월빙산행코스로 좋을 것 같습니다.
추월산 주차장 한켠에는 여름꽃의 백미 배롱나무(백일홍) 꽃이 아직도 피어있고 그 뒤로는 가을을 알리는 단풍이 여름 색깔을 버리고 오색의 단풍으로 물드는 풍경이 겹쳐 보입니다.
오르는 길목에서 만난 꽃무릇.석산이라고도 하지요.
상사화와 닮았지만 상사화는 늦봄에 피고 꽃무릇은 초가을에 핀답니다.
둘 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구요.
다시 조금 더 오르니 이런 샘터가 보여집니다.
목마른 길손을 위한 표주박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할 수 없이 주뎅이를 갇다대고 한 모금 마셨습니다만 물 맛은?
그냥 물맛입니다.
다시 한 구간 더 올라 만난 안내판.
이거 최초에 누가 지은 것인지 모르지만 인터넷에서도 가끔 검색이 되는 문구들인데 이참에 조금 지적을 하고 가야 하겠습니다.
2번 문구에서 하루 산행은 8시간 정도..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약 15km이상이 되는 상급 산행입니다. 하루 산행은 4~5시간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4번 문구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것입니다. 30kg이면 지리산 3박4일 종주 무게입니다. 일반적인 당일 산행에서 보통 베낭 무게는 5kg~10kg 내외 입니다. 30kg이면 조금 약간 이들은 이걸 메고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하루 산행을 하는데 내용물에 뭘 채워 30kg을 만든다 말인가요? 참 황당한 문구입니다.
6번도 꼭 지적을 해야 할 문구입니다. 등산화는 발에 맞는 것보다 살짝 큰 것이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좋은걸 신어라고 되어 있는데 설마 비싼걸 말하는건 아니겠지요?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그냥 '발이 편안한 걸 신어라.'라는 문구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왼편으로 올라가면 2등산로인데 보리암을 거치지 않고 보리암 정상으로 향합니다.
대개 1등산로로 보리암을 거쳐 올라갑니다.(우측 등산로)
올라가다 보면 이런 굴이 나타납니다.
굴 깊이는 약 5m
굴은 별다는 의미가 없는데 이 굴 옆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돌비석 하나가 눈에 뜨입니다.(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보리암 중창 공덕비라는 것인데 보리암 재건시 도움을 준 분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입니다.
여기서 보리암까지는 아직도 한참이나 가야 하는데...
왜 이 비석이 이곳에 세워져 있을까?
나름대로 해석을 하여 보니 이 무거운 비석을 인부들이 메고 올라 오다가 이 이상은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하여(아니면 품삯이 맞지 않았거나) 이곳에 절퍼덕 꽂아 둔 것입니다.
나중에 보리암에 올라 이 내용을 사실임을 스님으로부터 확인하고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ㅎ
갑자기 단체로 올라오는 일행을 만났습니다.
조용하게 호젓한 산행을 기대했는데 흥이 깨졌습니다.
일부 선두그룹은 앞서가고 후미그룹은 뒷 쳐지니 그 중간에 낑겨서 ... 영..ㅎ
마구 치고 올라가는 이들을 보면서 속으로 혼자말을 합니다.
'대략 30분 뒷쯤이면 거의 내 뒤로 쳐질 것이다'라고..
이렇게 마구잡이로 치고 올라가는 일행들은 얼마가지 못하고 쉬어야 합니다.
한번 쉬기 시작하면 그 뒤로는 더 자주 쉬어야 하구요. 산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분명히 이깁니다.
전망대에 도착.
가뭄으로 담양호가 말랐습니다.
근간에 비가 조금 왔는데도 이 모양이니 올 가뭄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뿌옇게 대기의 미세먼지로 조망이 트이지 않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조금 당겨 본 주차장의 풍경
그 뒤로 담양호 상류를 가로질러 설치한 목교가 보여 집니다.
다리 아래로 물이 가득하면 정말 멋질것 같은데요..
위로 치어다 보이는 보리암.
하얗게 보이는 건물은 대웅전과 함께 보리암의 유일한 건물인 요사채입니다.
절벽 가까이 자라고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정말 일품입니다.
이는 절에서도 그 가치가 돋보이는데 한 뿌리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 올라온 연리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조금 당겨서 본 보리암
주 등산로에서 보리암은 우측 소로를 통해 약 50m정도 들어가야 합니다.
보리암 전경
좌측이 요사채이고 중앙이 대웅전입니다. 우측의 수령 700년 느티나무가 이 절집의 가장 명물인것 같습니다.
스님은 딱 한분이 계셨는데 위 사진에서 우측 담장에 계신 분입니다.
위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보리암의 700년된 느티나무
느티나무 중간 가지 사이에 아주 멋진 붓꽃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데 큰 화분 형태입니다.
봄에 파란빛 나는 붓꽃이 피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이 느티나무는 한 뿌리에 두 그루의 가지가 자라 올라서 연리목이라 설명되어 있는데 이 말은 조금 이해가 아리송합니다.
대웅전 앞에는 커다란 무쇠로 된 솥단지가 하나 놓여져 있는데 이건 솥이 아니고 방화수(防火水)를 담아두는 용기입니다.
아주 연식이 오래된듯 한데 ..
이것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 무거운 솥을 이곳까지 운반하기 위하여 장정 여러명이 매달려 메고 올라 오다가 동굴(위에 사진 있음)쯤에 와서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고 팽개치고 내려 갔는데 이튿날 자고나니 이 무쇠솥이 절 마당에 도착해 있더랍니다.
무쇠솥 중앙에는 구명이 똟려 있습니다.
아마도 방화수를 따르는 구명이 아닐까 짐작이 되네요.
대웅전 법당 내부의 모습인데 크지 않는 부처님의 자태이지만 위엄이 있어 보입니다.
살짝 소란스러운 모습에 뒤돌아보니 젊은 여성분들이 단체로 올라 왔습니다.
20-30 청춘산행이란 삼각깃발이 돋보입니다.
2~30대 앳딘 숙녀분들이 이렇게 모임을 가지면서 산행을 그 빌미로 한다는게 정말 예뻐 보입니다.
속으로 "화이팅!"을 여러번 외쳐 줍니다.
좋은 말 ...
보리암에서 내려다 보는 담양호입니다.
십자모양으로 생긴 물줄기의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날씨가 좀 더 맑고 수량이 풍부했더라면 얼마나 멋질까 .. 약간 아쉬움을 가져 봅니다.
산자락 여기저기 색깔이 변하여 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정말 빨리도 지나가는데 이제 쏜살같이 변해버린 산 빛깔이 아래로 내려 가겠지요.
보리암 입구에 있는 약수
사실 물 맛은 별 생각없이 마시면 거기가 거기인데 조금 맛을 음미하여 보면 이런저런 맛이 있습니다.
이곳 물 맛은 아주 부드럽고 입에 촥 감기는것이(?) 제가 마세 본 물 맛 중에서 으뜸입니다.
우담바라(!) 발견..
보리암 입구 안내판 상단에 자라고 있는 우담바라(아님 말고..)
보리암에 한참을 머물며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단체로 온 산악회분들 다 올려 보내고 천천히 다시 올랐습니다.
조금 더 올라서 내려 다 본 보리암. 지붕이 살짝 보여 집니다.
정상부에는 이런 계단이 무수히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조금 지겹습니다.
요즘 어느 산이든 이런 계단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무릅각이 커져서 오르는 것이 등산로보다 휠씬 더 피곤합니다.
아빠를 따라 온 학생인듯한 여자아이가 힘들게 오르는 모습이 보여지네요.
내려다 보이는 동네는 하산 날머리인 월계리입니다.
보리암 정상
이곳부터는 그리 가파른 고비가 없는 능선길입니다.
무슨 꽃(?)
자연 화원에 무수히 많이 피어있는 꽃이나 나무..
그 이름들을 알아 기억하여 둔다는게 참 잘 되지 않네요.
추월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
앞에서 두번째 붕우리가 정상입니다.
오찬으로 기린회사에서 나온 크림빵과 밀크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약간 기를 모아 돌 하나를 세워두고 다시 출발입니다.
산에서 조금만 신경 쓰서 보면 쉽사리 보여지는 연리목
아까 절에서 본 느티나무는 이해불가였는데 이건 확실한 연리목입니다.
능선은 이런 편안한 산죽길로 되어 있습니다.
전날 밤 비가 약간 내렸는지 능선길이 시원 합니다.
추월산 정상
정상석 주위에는 먼저 올라온 2030 청춘들이 제각기 다양한 포즈로 인증샷을 찍고 있는데 다시 봐도 모두 예쁩니다.
"청춘산행"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요..!
담양호 반대편의 풍경은 아늑 합니다.
한쪽이 호수와 산으로 연출이 된다면 다른 한쪽은 들과 마을들이 멋지게 이어져 있습니다.
정상에서 약 10여m 다시 되돌아 나와서 월계리 방향으로 하산을 합니다.
20여분 내려 오면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려 오는데 아마도 이제 내린 비로 수량이 조금 더 늘어났나 봅니다.
또다시 연리목 발견..
아랫부분도 연리목 형태로 되어 있는데 한 나무가 두곳이나 붙어 있다는게 놀랍습니다.
단풍나무와 계절목이 많아 가을에는 아주 예쁠것 같습니다.
청아하게 흘러 내리는 계곡 물소리와 함께 지루하지 않게 하산길을 마무리 합니다.
별장형 팬션들이 아주 여러동 지어진 말 그대로 타운이네요.
모처럼 보는 구지뽕 열매
그냥 뽕나무 열매를 오디라 하는데 이건 익으면 색깔이 바알간(?) 색이 됩니다.
약재로 쓰이기도 하구요.
내려와서 올려다 본 보리암 정상부와 보리암
찾기가 힘들까봐 노란 원으로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담양호에 설치된 목교
목교를 건너서 오른편으로 호수를 끼고 도는 둘레길이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건너편 절벽 위에 뭔 인공시설물이 보이는데..
죽 당겨서 확인을 해 봐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에는 동네 인근 산에 오르면 적군의 침략(?)을 대비한 참호가 간간히 보이긴 했는데 이건 뭘까요?
목교에서 올려다 본 추월산
왼편 높게 보이는 정상부가 보리암정상이고 오른편이 추월산 정상입니다.
담양호
인공호수 중에서는 가장 물이 맑다고 하는데..
물이 가득하면 보기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담양까지 왔는데 대통밥은 먹고 가야져.
한상근대통밥집이라고 조금 알려진 집인데 메인 전에 나오는 죽순무침이 일품이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다면 담양 이곳저곳을 한번 둘러보고 오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메타세콰이어(이게 표준말로는 메타세쿼이아).. 죽녹원. 관방제림...
차 운전 걱정 없다면 시원하게 죽향도가에서 나온 막걸리도 한사발 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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