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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버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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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6살 때,

동네 물레방아 정미소 국수 뽑는 기계에서 밀가루 뭉치를 떼어먹다가 손이 빨려 들어가 엄지 외에는 모두 잘려 버렸다.

그 뒤 그는 학교를 전혀 다니지 못했다.

지지리도 가난한 그의 집 형편도 있었지만 한쪽손이 불구인 그가 학교에 자신 있게 다닐 수가 없어서 그리했을 것이다.

그는 우리 뒷집에 살았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의 엄마는 농약을 마시고 죽었다.

그의 아버지도 곧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난 방학이면 시골에 내려와 지냈는데 그와 자주 어울렸다.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세근(철이 들다)이 어른 같은 그와 친구처럼 지냈다.

조그만 시골 면 지역이라 그는 또래의 아이들을 모두 알고 있었는데 나쁜 짓만 일삼는 놈팽이들이 그의 주위에는 많았다.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술 마시고 행패 부리고 부모를 낫으로 위협하는 시골 건달들이 그 시절에는 허다했다.

그들로부터 그는 철저하게 나를 보호해 주었다.

그는 그들과 잘 어울렸지만 나를 그들 무리에 휩싸이게 하지 않았고 늘 나를 자기 위에 올려 두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몇 년 뒤 시골 건달들이 모조리 삼청교육대로 끌려갈 때 그는 보호되었다.

동네 이장들이 그의 인간성을 배려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지만 그의 집은 비었고,

그는 외지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개장수가 되었다.

수많은 직업 중에 그가 선택 할 수 있는 건 몇 되지 않았다.

 

그는 합천댐 수몰지역 보상으로 나온 집값을 가지고 대구 화원 외딴 들판에 제법 커다란 밭을 하나 샀다.

그 시절만 하여도 똥 퍼다 일구는 밭이 허다했는데 이곳이 그런 곳이었다.

목적은 개 사육장을 만들기 위해.

 

이 시절만 하여도 보신탕은 최고의 여름 보양식.

똥개 한 마리 가격이 염소보다 훨씬 비쌌다.

 

그는 중고트럭 뒤에 개망을 설치하여 시골에 다니며 개를 구입했다.

그러나 사실 개를 구입했다는건 외견상 표현이고 실제로는 돌아다니는 개를 슬쩍 가져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가 트럭을 몰고 시골에 가면 지나가는 개가 그 자리에서 벌벌 떨며 꼼짝을 못했다.

개는 개장수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런 개를 올가미로 낚아서 뒷칸에 실어 대구 도매시장에 팔았다.

 

다시 세월이 얼마큼 지나고,

그의 밭 주변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다.

개발되기 시작하였고 땅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밭 주인들은 두어 배 이상 오른 가격에 모두 팔아 치웠다.

 

그러나 일자무식 이 친구는 오직 개가 전부였다.

개 사육장을 빼앗길까 누가 땅 이야기만 하여도 상대도 하지않고 만나지도 않았다.

개장수의 직업에 그는 충실했다.

그의 땅은 그도 모르는 사이 열 배가 되고 스무 배가 되었다.

그래도 그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다기보단 몰랐다.

그가 아는 건 개밖에 없었다.

 

드디어 그의 밭 인근까지 집들이 들어서고 민원이 제기되었다.

인근에 개 사육장이 있으니 냄새도 나고 시끄럽다는 ..

관에서 나와 그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그제야 그는 자기 밭이 황금으로 변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간혹 개집 옆에 있던 그의 무허가 움막집에 술 얻어 마시러 들리기도 하였다.

어느 날은 TV도 있고 장롱도 있었는데 어느 날 가 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가 얻은 여자는 소고기로 안주를 만들어 주다가 어느날은 김치찌개로 안주를 만들어 주었다.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방법 자체가 나랑은 전혀 달랐다.

아등바등 이런 건 그의 의식 자체에 존재하지 않는 삶이었다.

 

그리고, 그와 소식이 끊어진 지 한참 되었다.

그 뒤 들리는 소문으로는,

3층 건물을 하나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 풍문으로는 손자를 봤다는 이야기가 들려진다.

신나고 즐겁게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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