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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신달자 - 여보 비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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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중학교를 거창에서 다닌 관계로 신달자 시인이 거창 출신을 알고 있습니다.

시보다는 소설을 많이 쓴 작가로 더 알려져 있는데 '물 위를 걷는 여자'를 읽어 본 기억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부간의 대화가 사라지는데 근데 사실 서로의 속마음을 비춘다면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을 때도 있답니다.

그게 의미가 있는데 무의미하게 받아들여서 그런 거구요.

신달자 시인의 '여보 비가 와요'는 이 의미를 실감 나게 표현했네요.

 

이 시는 신달자 시인이 남편이 뇌졸중으로 병간호를 하다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내고 오는 날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다가 떠 오른 시상을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

특별하지도 않은 소소한 일상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소중한 것이란 걸 알려주는 시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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