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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지 살자고 하는 짓 - 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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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고랑에서 삐긋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


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
홀로 된 여든줄 어머니 모시고 사는데
막내아들이 검정콩 베어다 마당 한복판에 쌓아놓으면
늙은 어머니는 참나무 가지로 타닥타닥 두드려 털고
막내아들이 멀리 튄 콩 주워오면 소리질렀다
놔둬라이, 한구석에 묻혀서 명년까지 있고 싶은 거여


막내아들이 갈아입힌 속옷에 새물내 나서
늙은 어머니는 코 킁킁거리며 새물새물 웃다가
막내아들이 겉옷에 붙은 풀씨 뜯어내면 중얼거렸다
놔둬라이, 혼자 못 가는 곳에 같이 가자는 거 아니겠냐


늙은 어머니가 해거름에 집 안으로 들 적에
이웃집 수캐가 어슬렁어슬렁 대문 먼저 넘어서
암캐에게 올라타려고 낑낑거리는 꼴이 민망해서
막내아들이 콩줄기 거머쥐고 후려치면 말렸다
놔둬라이, 지들 딴엔 찬 밤 길어지니 옆구리 시린 게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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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시집 - 반대쪽 천국(문학동네)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에 시 <허수아비의 꿈> 등이 추천되어 등단
김명수, 김창완, 정호승, 이종욱, 김명인과 함께 <반시(反詩)>동인으로 활동
1983년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시집 <쥐똥나무 울타리>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물의 운명>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정> <깨끗한 그리움> <님시편(詩篇)>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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