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시적 화자는 바로 그러한 이미지의 겨울 바다에서 '미지(未知)의 새'가 죽고 없음을 발견한다. '미지의 새'는 곧, 그 어떤 진실의 실체로 시적 자아가 체험하지 못한 성스러움을 표상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것이 상실된 겨울 바다는 죽음과 절망의 공간일 뿐이다. 그 때 살 속을 파고드는 매운 해풍까지 불어 대기에 그간 자신을 지켜 주고 지탱하게 했던 사랑마저도 실패로 끝나는 삶의 좌절을 체험하는 것이다. 절망적인 현실 공간에 매운 해풍이라는 현실적 고난이 닥쳐옴으로써 화자는 더욱 비극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삶의 고뇌에 몸부림치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을 겪던 그는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 속의 유한적(有限的) 존재라는 것과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치유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통해 긍정적 삶을 인식하기에 이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해 경건한 자세를 가지게 된 화자는 허무와 좌절을 이겨내기 위한 뜨거운 기도를 올리며 영혼의 부활을 소망한다. 그러므로 유한적 존재임을 분명히 자각하며 다시금 겨울 바다에 섰을 때, 그 곳은 이미 죽음의 공간이 아닌 소생의 공간이 되어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가 커다란 물기둥같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이해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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