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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성탄절 새벽에 태어난 둘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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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태어난 아이, 그리고 죄인이 된 나 ..
 
2005년 6월.. 어느날
새벽에 곤히 자고 있는데 군에 있던 아들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아니 이 새벽에 웬일이냐?" 고 물어니,
 
다짜고짜 하는 말이
 
"아빠, 저는 괜찮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놀라 물어니,
부대안에서 신참이 총기를 난사하여 많은 병사가 죽고 다쳤다고 합니다.
이른바 한동안 큰 잇슈가 되었던 최전방 GP에서 발생한 김일병 총기 난사사건입니다.
제 아들이 그 부대에 있었고 아마 부대장이 모두 집으로 안심전화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놀라 일어나 TV를 켜니 아직 그 소식은 뉴스로 나오지 않고
한참을 기다려 아침 무렵이 되니 속보로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아들이 태어난 날이 198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 새벽입니다.
이 아이가 태어나는 그 날, 전 아내한테 평생 씻을수 없는 죄를 지어 버려 아직도 그때 이야기만 나오면 죄인이 되어 움추려드는데,
그 기막힌(?)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아이를 낳은 곳은 개인 산부인과,
그곳에서 아이를 씀방씀방 잘 낳는다고 누가 일러주어 찾아 갔는데
3일 동안 아이는 나오지 않고 아내는 무지 고생하여 아주 난산을 하였더랬습니다.
 
그리하여 둘째는 좀 시설이 좋은 곳에서 생산하자고 하여 출산 예정일인 12월 중순..
괜찮다는 병원들을 알아 보고 있는데
아이는 나올 기별이 없고 아마 해를 넘기나보다 하고 생각하는데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갑자기 진통이 와서 가톨릭병원에 부랴부랴 입원을 하였지요.
이전 첫 아이때 개인병원에 입원한 경험을 살려 이불보따리와 자질구레한 출산 준비물을
한 보따리 같이 싸들고 병원에 갔는데 글쎄 여기는 종합병원이라 그런 것 다 필요 없으니 집에 갔다 놓으라고 하더군요.
 
아내를 일단 입원 시켜놓고 싸들고 갔던 이블보따리등을 다시 집에 부랴부랴 갔다놓고
병원으로 되돌아 가려는데 큰길 입구의 포장 마차에서 누가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헤이, 두가님..!!"
 
여기서 두가란 말은 그때 이름과 직책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되돌아 보니 직장 동료와 상사들이었습니다.
회사 부근에 집이 있었기 때문에 마침 퇴근하던 직장동료들이 포장마차에서 간단히 한잔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두가님, 어디 그렇게 바쁘게 가세요?"
 
"예, 제 집사람이 애기 놓는다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 여차저차하여....."
 
그러자 그 중 상사되는 분이 손짓으로 부릅니다.
 
"에이, 두가씨!.. 일단 일로 들어와 보이소..!, 애기 그것 그렇게 빨리 나오는 거 아닙니다.."
 
지난 번 첫 애 때도 삼일만에 아이를 낳은 경험도 있고 하여 저도 애가 그렇게
쉽사리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또 크리스마스이브날의 분위기도 있고 하여
뭔가 빨려 들어가듯이 포장마차에 들어갔고..
이후, 입가심으로 간단하게 한잔만 하고 나온다던 포장마차에서 발동이 걸려 차순을
이어 달려 1,2,3차까지 마무리를 짓고 나니 다음날 성탄절 새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분좋게 병원에 도착, 아내한테 가니 병실 문 앞에서 간호사 몇 분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뭔 일이세요?"
 
뭔일인가 물어 보았습니다.
"아빠 되시죠? 축하 드려요.. 아주 건강한 남자 아이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
 
"허걱- "
 
병실로 뛰어 들어가니 아내는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도끼눈으로 쳐다보고 있더군요.
아이는 옆에서 새록새록 자고 있었구요..
그 날 성탄절 새벽에 태어난 그 아이..
지금은 뭐 할까요?
 
이제 대학 졸업만 앞두고 있고 지금 울산에 있습니다.
아마 날 닮아 오늘 내일 술 약속이 무지 많을 것이라 짐작은 되지만 참으로 착한 아들입니다.
내일이 생일인데도 오지 못한다 하네요..
 
여러분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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