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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2011년 새해 첫날 지리산 일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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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설경,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새해 첫날 지리산 해맞이 산행을 다녀 왔습니다.
지리산 일출 산행은 12월 31일 밤 장터목 대피소 예약부터 시작 됩니다.
제작년까지는 새벽 2시에 입산을 허용하여 밤에 올라 일출을 감상하였지만 작년부터는 5시에 입산을 허용하여 정상 가까운 대피소에  하루 전에 올라 있어야 일출 감상이 가능한 것입니다. 예약은 15일 전부터 인터넷으로 하는데 한해의 마지막 날은 일출 산행을 계획하는 분들이 몰려 0.1초만에 135명 정원이 순식간에 동납니다.

아마 지리산을 종주 해 보신 분들은 성수기에 대피소 예약이 얼마나 힘든지 아실 것입니다.
이렇게 고시패스보다 힘들다는 섯달그믐날 대피소 예약을 무사히 해 놓고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연말이 될수록 날씨가 점점 수상하여 지더니 이윽고 폭설이 지리산에 마구 쏫아 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루 전부터 지리산 전 구역에 완전 입산이 통제되고 새해에도 입산은 불가능 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정상 부근에 눈이 무려 2m이상 왔다네요. (확인은 아래 동영상으로)
혹 입산이 허용되면 전화 연락 좀 부탁한다 해 놓고 별 기대를 안 하고 있는데 31일 오후 늦게 전화가 왔습니다.
1일 새벽 5시에 입산 허용 예정.
산악연맹과 관리소직원들이 오늘 종일 러셀(눈길에서 길을 만들어 놓는 것)을 하여 대강 길을 틔워 놓았다네요.


부랴부랴 소백산으로 향할려던 계획을 바꿔 지리산 보따리(준비물)을 준비합니다.
조용한 도로를 홀로 운전하며 지리산 중산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
근데 이 무슨 황당한 일이 ..

입산이 된다 하여 부랴부랴 달려 왔는데 그 사이 다시 기상이 변하여 무시무시한 바람과 한파로 도저히 입산이 허용이 안된다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귀신 울음소리 같은 엄청난 바람이 마구 불고 있습니다.
아무리 덩치 좋은 사람도 지금 정상 부근에서는 날려 간다네요.

back -go 하기엔 너무나 아쉬워 일단 관리소 직원들과 차 한잔하며 어그적 거립니다.

그 사이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장터목 대피소와 연락, 기상을 확인 하는데 아무래도 산행은 힘들 것 같다는 대답입니다.
정상부근의 온도는 -30 이하, 특히나 바람이 너무 심하여 체감 온도는 -50을 더 내려 갈 것이라 하네요.

그 사이 일출 산행을 위하여 모인 등산객이 약 20~30여명. 예전에는 적어도 수백명은 모였는데 올해는 입산금지가 사전에 공지되어 아주 적습니다. 5시 가까이 드디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할 수 없이 입산이 허용되었습니다.

구조대와 119가 먼저 오르고 5시 가까이 되어 드디어 산행 시작.

전 코스를 바꿔 올랐습니다.
이전에 계속 오르던 칼바위-로타리대피소-정상 코스를 이번에는 칼바위-장터목대피소-정상, 이렇게 하여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발목에 아직 시원찮아 로타리대피소에서 급 경사를 치고 오르는 것보다 장터목으로 오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장터목 부근의 설경이 휠씬 나을것 같다는 생각도 하구요. 이 예감은 딱 들어 맞았습니다.

근데 칼바위 까지는 간간 멀리서나마 랜턴 불빛이 보였는데 장터목 코스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나 홀로..

이 코스로 오르는 이는 나 밖에 없네요.
캄캄한 밤 길,
칠흙같은 어둠속에 오직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존하여 산 길을 오릅니다.
홀로 있어 무섭다는 느낌은 이상하게 산에서는 그리 많이 느껴지지 않네요. 다만 엄청난 바람소리와 추위. 그리고 눈보라.
동그란 헤드 랜턴의 불 빛.. 원 하나의 크기속으로 보여지는 전방의 러셀자국. 그것만 따라 오릅니다.
나무들이 바람에 서로 부딪히며 내는 꺼억꺼억 하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 오는 내용불상의 괴기한 소리들 ..
모두 무시합니다. 혹, 불시에 반달 가슴곰이 나타나 맞짱 뜬다는 상상도 하여 보며..


이윽고 날이 밝아 집니다.
이 코스는 숲으로 되어 있어 능선에서 일출을 맞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무 사이로 보여지는 일출은 멋집니다.

가족과 저의 건강을 가장 먼저 빌었습니다.
몇가지 소망하는 일들도 잘 되기를 빌었습니다.
이웃과 친구 블로거 여러분들의 안녕도 같이 빌었습니다.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으로 올라 로타리로 하산하여 중산리 원점으로 돌아오는 산행.
새벽 4시 50분경에 올라 하산을 오후 3시에 마쳤으니.. 10시간 정도 결렸네요.
추위와 세찬 바람으로 인하여 정상에서는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고 눈길로 인하여 피로도가 엄청났지만 아름다운 지리산 설경 하나만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2009년 지리산 신년 일출 산행 - 이곳
2010년 지리산 신년 일출 산행 - 이곳

환상의 지리산 설경.. 리얼 영상..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인데 설경이 정말 멋집니다.


 

장터목 대피소 한참이나 못 미쳐 숲 속에서 신년 새해 첫날 일출을 맞았습니다.

늘 떠 오르는 태양이지만 또 새로운 마음으로 한해의 화이팅을 다짐합니다.
이 시간에 천왕봉을 올려다 보니 운무가 가득.. 아마 이곳에서 본 것이 오히려 다행인 것 같네요.

햇살이 비치니 길이 제대로 보입니다. 한국산악연맹과 국립공원 직원들이 러셀을 해 놓은 발자국을 따라 올라 갑니다.







장터목 대피소 아래 새 한마리가 날아 와 앉아 있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 먹이도 있을 걸 짐작한 새머리 지혜입니다.

장터목 대피소. 캄캄한 밤에 줄기차게 올라온 몸을 조금 쉬어 봅니다. 베낭 안에 넣어 온 물이 꽁꽁 얼어 하나 사서 먹구요.

장터목 대피소에서 바라본 서쪽 방향 능선입니다. 좌측으로 삼도봉 노고단으로 향하는 대간길이 이어집니다.





남쪽으로는 멀리 남해 앞바다가 조망 됩니다. 사진에는 구분하기 힘든데 삼천포-창선대교가 뚜렷히 보입니다.

진행방향으로 줌을 확 당겨서 본 천왕봉의 모습입니다. 오르는 사람과 정상 부근의 사람들이 보이네요.









눈은 억수로 와 있습니다. 설경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표현 할 방법이 없음.





















그리고 드뎌 정상 가까이..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천왕봉에 도착하여 되돌아 본 풍경입니다. 좌측방향 구름아래 하얗게 빛나는 능선이 세석이고 한칸 좌측이
지리산에서 천왕봉 조망이 가장 좋다는 촛대봉, 그리고 가장 멀리 솟아 있는 봉우리가 노고단 쯤 되겠네요.

실제 천왕봉의 높이는 1916.77m. 글쎄요. 조금 솟아 오른 모양입니다.

인증샷

정상의 날씨가 난리도 아닙니다. 추위는 말할 것도 없고 차가운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고 있네요.
아래 텐트는 구조대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는 저렇게 구조대가 정상에서 활동을 하는데 저분들 정말 고생 많습니다.

너무 춥고 바람이 세차니 정상에서 사진 한장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산길, 바람에 눈보라가 마구 몰아쳐 고역이네요. 무슨 히말라야 풍경 같습니다.

한참 내려와서 되돌아 본 정상 부근입니다. 날이 밝아 아침에 올라 온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눈과 바람으로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조금 당겨 보았습니다. 눈이 많은데다 바람이 너무 세차니 진행이 아주 더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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