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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구룡포의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본 100년 전 일본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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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는 제가 겨울바다를 구경하기위하여 자주 들리는 곳이고 구룡포읍에서 바닷가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호미곶(虎尾串)이 있습니다.

이곳 구룡포에서 조금 색다른 여행지 한 곳을 소개 합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있는 '근대문화 역사거리'라는 곳입니다.

100년 전 일본인들이 이곳 구룡포에서 집단 거주하였던 주거지로서 500여m의 골목 양편으로 그때의 가옥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제가 이곳을 오래전에도 가끔 들렸었는데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포항시는 2010년부터 이곳을 재정비하여 그때의 히름한 외모를 말끔히 단장하여 2013년 재오픈 하였는데 오히려 오래전 그때의 고즈녁한 모습이 사라진것은 물론이고 이름마저 '근대문화 역사거리'라는 것으로 변하여져 있어 늘 아쉬움을 가지고 들리는 곳입니다.

이 이름은 이곳과는 그리 딱 맞는 이름은 아닙니다.


이곳은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하였던 곳으로서 지금부터 약 100여년 전 일본의 가가와현(香川縣)의 어부들이 고기를 쫒아 찾아 온 곳이 이곳 구룡포인데 이 시기는 일제강점기와 맞물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온 어부들은 자기들의 세력을 넓히면서 일제강점기때 동해안 어업기지형태로 세력을 넓힌 곳입니다.


이 조그만 항구마을에 일본인들의 가옥수가 많을때는 300여가구가 되었다고 하니 그 세력을 짐작할 수 있는 반면 일제 강점기에서 수탈과 궁핍으로 고생하였을 우리 어부들의 고단한 삶도 같이 떠 오르는 곳입니다.


암튼 이 거리의 이름도 처음에는 일본인가옥거리로 조성이 되었으나 그 뒤 생뚱맞은 문화거리가 된 것입니다.

아픈 우리의 역사가 자칫 미화되어 그냥 아무일없이 일본인들이 와서 살다 갔다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게끔 되어 비린 것입니다.

암튼 현재 이곳은 일본인들의 방문도 많고 또 그 시절의 일본인거리를 본다는 호기심으로 많은 이들이 찾고는 있으나 이름에는 여전히 시빗거리가 있습니다.



근대문화역사거리의 일본인 가옥골목


근대문화역사거리의 일본인 가옥골목

현제 500m의 거리에 80여채의 가옥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이런저런 업종의 가게들이 현재 운영되고 있습니다.


껍질만 그때 일제의 형식의 보수하여 놓았습니다.


그때 주거하였던 가옥들이 그 뒤 세월이 변하여 주거자가 임의로 이리저리 많이 개조하였던 것은 시에서 대략 정비를 한 형태입니다.


그때 일심정이라는 이름의 요리집이었던 이곳은 현재 일본식 찻집으로 후루사토라는 이름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전통의상체험이라는 안내문이 보여지네요.
즉,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어보는 체험입니다.


휴일에는 이곳에 차량이 통제되어 그나마 사진에 이무기가 등장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때의 가옥이 온전하게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하였던 거리로서 우리로는 아픈 역사와 함께 하는 자리이고 강점기 시절 그들이 우리네 땅에 들어와 우리 민초들을 못살게 군 역사를 되돌아 보는 골목으로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구룡포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이 계단 양켠으로는 수 많은 돌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강점기시절 일본인들이 이곳에다 공적이 있는 이들의 이름을 새겨 세워 두었는데 그 뒤 일본인들이 돌아가자 구룡포 주민들이 이 비석의 글에 시멘트를 바르고 비석을 돌려놓고 구룡포의 여러 유공자 이름을 다시 새겨 놓았다고 합니다. 


구룡포 공원에서 내려다 보는 구룡포항
빨강 등대가 보이고 방파제도 보여 집니다.


그때 저곳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 나 다시 옮겨 봅니다.

(제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내용입니다.)



약 20여년 전의 어느 겨울날..

헝클어진 마음을 가누지 못하여 무작정 택시를 잡아 타고 택시 기사분 맘대로 어디든 가 보자고 하니 그분이 내 모습을 잠시 쳐다보곤 두말없이 달려간 곳이 바로 구룡포입니다. 

그곳의 도착 시간이 새벽 2시쯤... 차는 되돌려 보내고 살을 에이는 추운 바닷가를 어슬렁 거리며 걷고 있는데 올때 날리던 눈발이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꼭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바닷가에서 오돌오돌 떨다가 마침 포장마차같은 곳이 보이길래 찾아 들어 갔습니다. 손님은 아무도 없고 70세 정도 되보이는 노부부가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뱅 둘러 천막으로 벽을 만들고 비닐로 창문을 내어 바깥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볼수 있는 그런 포장마차였습니다. 반 정도는 마루같이 만들어 온돌을 놓아 할아버지가 이불을 쓰고 누워 있었고 나머지 반의 장소에 의자 대여섯개와 탁자가 놓여 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거의 뱃사람들이 간이 식당으로 이용할것 같다는 짐작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가운데는 난로가 활활 타고 있어 바깥에서 떨다가 들어오니 정말로 천국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할머니께 안주와 소주 한병을 시켜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두분의 사정을 듣게 되었는데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잘 살던 이들이 아들한테 물려준 회사가 어느날부터 엉망이 되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부도가 나고 그렇게 효심이 깊던 아들도 변심하여 나머지 재산을 모조리 빼돌려 자기들끼리 살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나 낙심한 할아버지는 몸에 병을 얻고 두 분이 이리저리 죽을 자리를 찾아 떠 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에 와서 지내게 되었다 합니다.


그렇게 눈물과 함께 할머니의 긴 이야기를 들어면서 홀로 몇병의 술을 비우고 있는데 간간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던 할아버지가 이불을 들추고 나와 내 앞에 마주 앉아 같이 한잔 하자고 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된다며 한마디 하던 할머니도 할아버지를 잠시 보더니 옆으로 비켜 납니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할아버지의 인생 역정을 들어면서 주거니 받거니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간간 할아버지도 울고 할머니도 울고 그리고 나도 울었습니다.


그날 그 할아버지가 나에게 신신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자식한테 모두 주지 마시오. 늙어서 내 먹을것은 꼭 따로 챙겨 놓아야 합니다.'


그날 긴 밤을 꼬박 지새며 손님없는 바닷가 천막집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던 기억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새롭고 그 할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하여 몇년 지난 뒤 다시 그곳에 들려 보았는데 그 천막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뒤 겨울이 되면 숙제마냥 겨울 바다를 찾아 가는데 첫 목적지는 구룡포입니다. 그 때 그 눈내리는 밤에 그 자리에 계셨던 할아버지 할머지는 천사가 되어 있을 것이지만 그날 밤 찾아온 불청객과 밤새 나눈 이야기는 당분간 추억으로 가지셨으리라 생각하여 봅니다.





도가와 야스브로 송덕비(十河彌三郞 頌德碑)

이 비는 강점기 시절 이곳 구룡포항의 방파제 축조와 도로개설에 공을 세운 일본인 도가와 야스브로(十河彌三郞)를 기리기 위해 일본인들이 세운 송덕비입니다.
이 비석의 재료를 일본에서 모두 가져와 1944년 해방전 해에 세웠다고 합니다.
그 뒤 일본인들이 돌아가고 구룡포 주민들이 이 비석에 시멘트로 덮어버려 현재 그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구룡(九龍) 조각품

이곳 구룡포의 지명 유래가 이곳에서 용 아홉마리가 승천하여 그렇게 붙여졌다고 하는데 멋진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 구룡포항과 잘 어울려 집니다.


아마 이곳에 일본인들의 신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왼편은 신사터의 초석이고 중간에 대포알처럼 생긴 돌조각은 일본인들이 전쟁에 나갈때 제사를 지낼때 사용한 것이라 합니다.

우측은 쵸우츠야로서 신사 참배 전에 손을 씻는 대야입니다.


앞쪽에 보이는 기단형태의 돌은 충혼탑의 기단으로서 원래는 일본인들의 구조물인데 당시 재정이 별로 좋지 않아 이곳에다 우리의 순국선열의 충혼탑을 세워 두었다가 그 뒤 제대로 된 기단 위로 옮겼습니다.

이 구조물은 특별히 어떤 탑의 기단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앞쪽 아래 일본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그 뒤 우리가 충혼탑으로 사용하면서 그걸 비켜 우리 이름을 적어 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아래 사진)





구룡포 공원 계단 내려 가는 길


구룡포 근대 역사관내의 정원

이곳 근대역사골목 거리에서 가장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곳이 이역사관인데 무료관람입니다.

내부에는 그 시절 이곳에서 살았던 하시모토 겐기치의 집을 단장하여 역사관으로 운영 중인 곳입니다.

이층집으로서 자재는 모두 일본에서 가져와 지었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그 시절 일본식 주택을 관찰하는데는 적격인 곳입니다.


역사관내에 전시되어 있는 일본식 통시


시간이 잠시 남아 구룡포일주도로를 타고 한바퀴 둘러 봤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바다가 뿌옇게 보여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구요.

이렇게 바위를 감싸앉은 소나무가 눈에 띄여..


이런 식으로 감싸고 있네요.
이 돌바위 바로 아래 살고 있는 집이 너무 탐났습니다.


호미곳
상생의 손
자주 본 곳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늘 갈매기가 손가락 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독수리바위


그리고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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