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호가 고려, 조선.. 이런게 있었다는건 대개 알고 있지만 대한제국이란 나라 이름이 있었다는건 모르는 이도 많습니다.
격동의 시기 대한제국..
이때의 정치 하나가 조금만 변하였어도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는게 가정의 역사입니다.
제가 조선말과 대한제국 격동기에 흥미를 가진건 중학교때 읽은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이란 소설이었습니다.
포켓판 조그마한 책 한권이 어찌 그리 흥미진진하던지요.
주인공은 이하응대감, 뒷날 운현궁의 주인이 된 흥선대원군.
어리버리한 명복의 아비였다가 조선 마지막 왕인 고종의 아버지가 되어 상왕 행세를 하였지요.
한마디로 풍운아....
이 양반이 임금도 아니면서 카리쓰마 넘치는 정치를 많이 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서원 철폐입니다.
서원은 본래 양반 자녀들의 충효예와 입신 교육이 목적이었는데 나중에는 서민들을 괴롭히는 악덕 집단으로 변해 버렸답니다.
양반네들의 모임 장소가 되기도 하고 조정의 흉이나 보는 곳이 되기도 하고,
그 후 흥선대원군이 전국에 있던 650여개의 서원을 모두 없애 버리고 그 중 권위와 명분이 있던 서원 47곳만 남겨 두었답니다.
이렇게 남아 있는 서원 중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 도산·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 이렇게 9곳이 작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이 되었구요.
명실공히 세계적인 문화재가 된 것입니다.
이 중 우리집에서 가까이 있는 도동서원은,
조선조 학자 김굉필선생을 배향하고 있는 서원입니다.
병산, 도산, 옥산, 소수서원과 함께 우리나라 5대서원에 속하고 있구요.
도동서원에 가을이 짙어지면 사람들의 발길이 유난히 잦은데 서원 앞을 장식하는 은행나무를 보러 더 많이 온답니다.
완전 킹왕짱인 이 나무의 이름은 김굉필은행나무 .
가을의 전설처럼 이맘때 노오란 은행잎으로 온통 장식하여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여주고 있답니다.
수령은 440년 정도이지만 노화가 빨리와서 나무 생김이 아주 특이하게 되어 버렸는데 이게 끌림이 되어 사진작가들의 필수 출사지이기도 하구요.
가을이 무르익는 이맘때는..
노오란 은행나무 아래서 추억을 되새겨 보아요. 만들어 보아요.
사랑의 동시성은 여기저기 널려있고....
도동서원 가는 길이 아주 편해 졌답니다.
터널이 뚫려서 그냥 씽하게 달리면 곧바로 도동서원 앞..
그러나, 될 수 있음 터널로 직진보다는 다람재로 올라 둘러가는 걸 권합니다.
도동서원과 유유한 물돌이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다람재 고불길을 올라서 재만디에서 먼저 도동서원을 내려다 본 다음 천천히 내려가면 됩니다. 다람쥐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다람재..
걸어서 넘기에는 조금 긴 거리지만 터널 지름길을 비켜 꼭히 이 다람재를 꾹꾹 거리면 오르는 자전거 라이딩을 보면 왜 이길을 올라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만뎅이(고갯마루)에서는 반드시 차를 세우고 도동서원을 조망해야 합니다.
낙동강을 끼고 달리는 도로와 도동마을의 풍경, 그리고 도동서원이 내려다 보입니다.
고갯마루에는 한훤당 김굉필의 시비와 이층 정자가 있답니다.
앞 풍경을 조금 더 시원하게 즐기기 위해 잡목의 가지치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늘 기대하는 곳입니다.
한훤당의 시비는 제목이 路修松(노수송)으로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一老蒼髥任路塵
勞勞迎送往來賓
歲寒與汝同心事
經過人中見幾人
한 그루 늙은 소나무 길가에 서 있어
괴로이도 오가는 길손 맞고 보내네
찬 겨울에 너와같이 변하지 않는 마음
지나가는 사람 중에 몇이나 보았느냐
다람재에서 내려다보는 도동서원과 낙동강.
지도에 보면 이곳에서 낙동강이 커다란 물돌이가 되어 굽어 흘러 갑니다.
도동서원 왼편으로 이어진 산자락은 대니산(戴尼山)이구요.
공자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이라는 뜻입니다.
한훤당이 이곳에 거주하게 되면서 바꿘 산 이름입니다.
아래로 도동서원입니다.
그 앞에 김굉필은행나무가 보이구요.
낙동강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주 일품이랍니다.
한발 늦게 왔네요.
은행 이파리가 반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운치 가득..
이 은행나무는 이름은 김굉필은행나무이지만 사실 한훤당 김굉필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그의 외손자인 한강 정구가 도동서원을 세우면서 심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여러 노거수 은행나무가 많지만 이곳 도동서원의 은행나무는 조금 특별한 자태입니다.
이게 한마디로 겉늙어 버린 것입니다.
가지는 아래로 쳐져 바닥에 닿아 있고 몸통은 온통 기브스하고 있고 줄기에서 나온 팔들은 제 무게를 못이겨 받침대로 이리저리 공가(?) 놨답니다.
이제 겨우 400살 조금 더 되었는데 다른 곳 천년 은행나무보다 더 나이짓을 하고 있답니다.
온 기둥은 너무나 우람하여 아마도 어린이 열명 이상은 손을 맞잡아야 한바퀴 돌 수 있을 것입니다.
은행나무가 등나무처럼 이렇게 가지를 비틀고 휘어서 자라는게 여간 특이하지 않습니다.
제가 본 여러 은행나무 중에서는 이만큼 비틀림이 심한 은행나무는 없을 것입니다.
딱 반 열흘정도 시기가 늦었는데 그래도 노오란 카펫이 깔려 있는 모습이 너무 멋집니다.
이맘때 대개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도동서원보다는 이곳에서 깜빡 시간을 모두 보내고 그냥 되돌아 가기도 한답니다.
단체 일행을 모시고 온 빨강버스 두대가 티처럼 보이지만 제가 찍은 사진은 작품 사진과는 거리가 멀어 오히려 현실감을 더해 줍니다.
노오란 은행나무가 풍기는 자태..
하늘로만 치솟지 않고 인간세상 풍파처럼 어긋나는 멋을 보여주는듯.
파란 하늘이 멋진 배경이 되어 더욱 좋네요.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라고 하였지요.
마른나무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영혼이 구비치는 바다를 어떻게 건너라는 해답은...
오늘은 은행나무를 보러 온 목적이었답니다.
그동안 이곳 도동서원은 많이 자주 드나든 곳이지만 우연찮게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때는 한번도 오지 못했습니다.
은행나무 빙빙 돌면서 이런저런 사색에 젖어 있다가 잠시 서원에 올라 갔습니다.
수월루 앞 18계단을 오르고 1780mm 키높이에 뻣뻣하게 서서는 절대 통과 할 수 없는 환주문을 지나 북향으로 지어진 중정당에 올라서 한 숨 쉴까 했는데..
방송 촬영 중입니다.
도동서원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중정당 석축의 디테일인데 오늘은 그것 감상은 생략해야 할 것 같네요.
리포터 역활을 맡은 오정해씨입니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한때는 참 많이 좋아 했답니다.
서편제 보고 반해서 청산도에 갔었지요.
김소희 국창의 마지막 제자이기도 합니다.
근데 벌써 나이가...
이야기하면서 들었지만 비밀입니다.
촬영으로 인하여 서원은 조용히 대강 둘러 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둘러 본 내용은 이곳에...
우리나라 서원 중에서 가장 디테일한 묘미를 자랑하는 도동서원.
눈여겨 볼수록 더욱 새로운게 보이는 장소랍니다.
도동서원 안쪽은 촬영으로 살며시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은행나무 앞입니다.
빨강버스는 떠나고 없네요.
그래서 다시 커다란 사진으로....
클릭하면 크게 보여 집니다.
잊지 않으리라.
내년에는 은행잎이 노랗게 제대로 물드는 날...
그날 꼭 찾으리라.
다짐합니다. 내년을...
낙동강에 반영되는 데칼코마니 가을입니다.
멀리 비슬산도 바라다 보이네요.^^
가을도 차츰 떠나 갑니다.
강물의 색깔도 조금씩 변하구요.
어쩌면 강물이 변하는 게 아니고 그걸 보는 내 눈 속에 강물이 흘러 그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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