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詩集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에서(1980년)
반응형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아야진 - 박봉준 (0) | 2021.08.06 |
---|---|
태양이 잠드는 곳, 라싸에서 길을 묻다 - 김영화 (0) | 2021.08.05 |
키건 홀(Keegan Hall)이 연필로 그린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 장면 (0) | 2021.07.08 |
다정에 바치네 - 김경미 (0) | 2021.06.17 |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페르세포네의 납치> (0) | 2021.06.04 |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 (0) | 2021.02.24 |
연필로 그렸어요. 극사실주의, Diego Fazio의 초상화 그림 (0) | 2021.02.16 |
나뭇잎 편지 - 복효근의 시 (0) | 2020.11.08 |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의 시 (0) | 2020.11.08 |
멀리서 빈다 - 나태주의 詩 (0) | 2020.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