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제약회사(B사) 구매부 직원 두 명이 공장 실사 방문을 마치고 나가면서 하는 말이..
'마찌꼬바 수준에서 가능할까? '..
사업 초창기 시절
A 제약 연구소 부장님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사장님! 꼭 필요한 장비가 있는데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당시 사무실 뒷 공간에 외산 장비 수리를 하는 공간만 있었던 시절.. 말 그대로 영세 사업장이었습니다.
외산 연구 장비를 수리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서 저자본으로 시작을 했지만 운영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당시 고치기 힘들다는 외산 장비를 고친 후 연구소 담당자분에게 신뢰를 쌓아 가고 있었습니다.
부장님께서 들고 오신 자료는 달랑 논문 자료와 복사한 어설픈 외형 도면뿐..
아니? 이 자료만으로 어떻게 제작을?
내용은 자세하게 설명을 드릴 순 없지만 간략하게 올립니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 산행 시 겪는 고산병은 호흡 시 산소의 흡입이 부족해집니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호흡수가 늘어나면서 혈액의 점성이 떨어지고..
혈액이 신체 곳곳에 산소를 전달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신체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 연구 장비가 꼭 필요한데 당시에는 맡길 만한 업체가 국내에서는 없었습니다.
사업 초창기라 자본도 부족했지만, 의뢰하신 부장님의 믿음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 부장님도 퇴근 후 좁은 사무실 서비스 공간에서 같이 밤을 새웠습니다)
자본도 없는 주제에 무식하게 도전을 하다 보니 문제가 너무 많았습니다.
테스트를 하다 보니 금이 가는 듯 한 불안한 소리가 들리고.. 사무실이 날아갈 정도로 위험했습니다.
테스트 용 기기를 수리를 하거나 보수를 할 자금도 바닥.. 포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음 날 부장님은 계약금 조건으로 어음을 발행해서 들고 오셨더군요(흔한 일은 아닙니다)
논문 자료인 어설픈 외형 도면은 지워 버리고 제 나름 고민을 했습니다.
구조가 약한 이유를 파악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정 후 최악의 조건으로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실험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문제는 많은 수정과 고가의 외산 부품으로 인하여 엄청난(?) 손실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웠던 건 이 개발 상황을 본사까지 알고 있었던 덕분에 개발비란 명목으로 추가 보완을 해주고
초기 계약서까지 수정을 하여 무사히 납품을 하였습니다.
납품이 끝나고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함께 고생을 했던 A 사 연구소 부장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으니 테스트 결과를 소문도 내드겠지만, 가격은 10배 정도 받으세요~^.^'
그 결과가 많은 제약회사에 소문(?)이 난 덕분에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워낙 영세했던 제 공장은 제2차 구매사였던 B 제약 회사 구매 담당자들 눈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마찌꼬바 운운은 이해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다고 기죽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때론 오기도 필요합니다.
왜냐 하면 국내에서는 그 장비를 오직 제 회사만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에 만족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계약 조건도 계약금 50 %(현금), 테스트 후 1 달 이내에 잔금 50% 도 현금으로 제시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구매 담당자는 실실 웃으면서 영세 업체 주제에 조건이 건방지다는 식으로 대놓고 말을 했습니다.
'당사는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계약금을 현금으로 지불 한 적 없습니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 나거나 기가 죽을 제가 아니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 건 귀사의 원칙이고, 저는 저 나름의 원칙이 있습니다.
그럼 없었던 일로 합시다' 하고 돌아왔습니다.
구매 담당자가 뭘 알겠습니까?
그 다름 날 출근 하자마자 B 사 연구소 소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구매부 직원을 다시 보낼 테니 잘 협상을 해 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시장 조사를 다시 하니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서 상담은 힘들겠다고 답을 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좀 미안한 마음이지만.. I.M.F 시절인 그 당시 영세 업체라고 무시를 당했던 생각을 하면 통쾌했습니다)
그다음 날 출근을 하니 공장 문 앞에서 기다리던 계약 담당자 하는 말..
'사장님! 저 이 계약을 이 번 주에 못 하면 잘립니다'
식약청에 관련된 허가 사항이라는 걸 저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후 몇몇 제약 회사에 무사히 납품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결론은 그 수익으로 제대로 된 공장을 갖출 수가 있었습니다.
아쉬운 건 식약처의 실험 방법이 나중에 수정이 되어 많은 대수를 판매를 못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고가의 기기라 대기업 제약 회사 외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세 업체였던 제 회사는 실력으로 많은 연구소에 인정을 받았다는 게 더 큰 자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제조업으로써 틀을 갖추고 많은 주문형 기기를 생산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제조업으로 우뚝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원도 빈곤하고 땅도 좁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소중한 '인력과 기술력' 뿐입니다.
물론 지금도 기초는 기술력입니다.
'공장' 하면 존재 자체에 대하여 저급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주장입니다.
(마찌꼬바란 일본어는 쓰면 안 되는 용어)
마찌꼬바 수준이구먼.. 했던 그 당시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사실... 현업에서 떠난 지 3 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자부심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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