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대화가 중에서 그의 실력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가 있는데 이도영입니다.
1884년에 출생하여 일제강점기 때 활동한 화가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신문에 만평을 그렸구요.
윗대 집안이 엄청 화려하여 그의 부친은 그가 붓쟁이가 되는 걸 엄청 싫어했지요.
열여덟 살 때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안중식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 그림을 익히게 됩니다.
그는 뒤에 화조화(花鳥畵)와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의 고수가 되었구요.
기명절지화는 기명절지도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골동그릇이나 화훼류를 그린 그림을 의미하지만 대개의 그림들은 소재가 다양하게 그려져 있는 정물 그림을 말하는데 중국화풍이 아니고 조선에서 유행한 우리나라 고유의 미술장르입니다.
1886년에 태어난 화가 고희동 역시 집안은 끗발이 있는 편이라 어릴 때부터 좀 쎄게 나간 편인데 프랑스어를 공부하여 통역관등의 벼슬길에 있다가 그림은 1905년 을사조약 이후 나라가 뒤숭숭할 때 이도영의 스승이었던 안중식한테 배우게 되어 미술 입문을 했답니다.
그때 만난 이도영과는 벗이 되었구요.
그 뒤 일본대학에서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서양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구요.
우리나라로 돌아와 미술교사를 하면서 동양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1927년에 한국화 작품으로 출품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동양화가로 활동을 했구요.
이 두 사람이 합작한 작품인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가 있는데 정말 거실에 걸어놓고 싶은 작품이랍니다.
1915년 5월에 두 사람의 합작으로 그린 이 부채 그림은 근대 화단의 주요 작가 세 명의 손길이 함께한 작품입니다.
이도영과 고희동, 그리고 그들의 스승이었던 안중식의 발문(跋文)이 들어있는 작품이지요.
기명절지화에서 기명은 골동 그릇인데 이 그림에서는 술 주전자(막거리 주전자로 보임)가 등장하고 꽃 대신에는 술안주와 먹음직스러운 여름 음식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들의 디테일을 자세히 보면 복숭아는 반쯤익은 벽도로서 삼천 년 만에 꽃이 피고 다시 삼천년만에 열매가 맺힌다는 서왕모의 천도(天桃)이자 동박삭이가 훔쳐먹고 18만 살까지 살았다는 벽도(碧桃)를 그려서 부채 주인의 만수무강을 축원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 부채그림은 오른편은 이도영이, 왼편은 고희동이 그려서 완성한 것인데 그림을 그린 후 그들의 스승인 안중식한테 전체 그림의 제목을 요청해서 안중식은 그림 왼쪽 모서리에 두 사람의 그림과 어울리는 시를 써넣었답니다.
안중식은 이 부채에서 두 곳에다 글귀를 남겠는데 오른편 위의 여백에다 상영풍미(觴詠風味)”라고 써 줬네요.
이 부채그림의 제목이 되기도 한 글자의 의미는 ‘술을 마시며 시를 노래하고, 음식의 맛을 음미한다’는 뜻입니다.
이 글로 봐서는 아마도 몇 사람이 시회(詩會)를 벌이면서 흥취에 젖어 그림과 글로 기념한 작품으로 해석을 하고 있답니다.
안중식은 이 부채의 왼편 위에도 시를 적었는데,
酒至鮮煖菁合味(술이 오고 물고기도 익었으며 순무도 맛이 딱 들었다.)
五果嚼精(정결한 다섯 가지 과일을 꼭꼭 씹어 먹으면,)
白髮不上頭來(백발이 머리로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네.)
라는 의미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 가운데에는 고희동이 쓴 글이 남겨져 있는데 부채의 그림을 그린 날짜가 표기되어 있네요.
이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을묘년(1915년) 포월(蒲月ㆍ음력 5월)에 그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이 부채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클릭하면 좀 더 큰 그림으로 감상 할 수 있습니다. (더욱 큰 그림은 이곳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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