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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기

삼각산 백운대에 오르다.(정릉 -칼바위 - 산성 - 백운대 - 우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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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병자호란때 예조판서 김상헌이 청나라로 끌려가면서 지은 시조입니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패배를 당한 병자호란에서 의연하게 보여준 김상헌의 기개는 요즘 세상에서 참으로 본 받을 만 하다고 생각 됩니다.
 
근데 이 시조에 등장하는 삼각산(三角山)이 어디여???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 분도 있을것 같네요. 삼각산은 지금의 북한산을 일컷는 말로서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의 세 봉우리가 뿔(三角)처럼 되어져 지어진 이름입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1천 년 넘게 삼각산으로 불리워 지다가 1916년 일제시대 경성대 교수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총독부에 제출한 '경기도 고양군 북한산 유적조사 보고서'에서부터 북한산이란 이름이 불리워 졌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때만 하여도 단순히 한강 이북에 있다는 산의 지명을 뜻하는 것이었는데 이걸 1983년에 정부에서 삼각산 지역과 도봉산을 묶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명명하면서부터 완전 못이 박혀버린 것입니다..

北漢山 北韓山 北韓産 北閑山.. 이렇게 뭔가 좀 찝찝한 북한산이란 이름... 일제 강점기 졸지에 삼각산에서 북한산으로 이름이 바꿔버린 북한산의 명칭을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한때는 강북구청에서 애를 많이 썼으나 그 뒤 구청보스가 바뀌는 바람에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북한산은 기네스북에도 올라져 있는데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서 세계에서 탐방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 이기도 합니다..
년간 대략 850만명 이상 꾸준히 찾는 곳이지요. 기록을 보니 지난 2007년에는 1000만명이 넘었네요. 서울시민 한 사람당 한 번은 찾았다는 결론입니다.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파리 에펠탑이 년간 600만명, 중국 황산이 150만명, 일본이 자랑하는 후지산이 250만명, 엄청나게 탐방객이 많을 것 같은 히말라야의 네팔도 일년에 고작 10만명이 몰려 들 뿐입니다. 이 기록과 비교하면 북한산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 뿐 만도 아니겠지요. 일국의 수도 주산(主山)으로서 이 만큼 위용과 위세가 있는 산이 그 나라의 수도 복판에 있는 곳은 아마 이 지구상엔 어느 곳도 없을 것입니다.

일기예보에는 해가 반짝반짝 그려져 있었는데 촌넘이 밤차를 타고 한양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 부슬..
들머리 정릉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멋진 일출과 서울 야경을 찍겠다는 다부진 생각은 보슬비와 함께 일찌감치 사라지고, 컴컴한 새벽에 안개 가득한 정릉계곡을 오르니 우선 개스로 인하여 하나도 보이지 않는 주위가 너무 답답합니다.

내원사 지나 1시간여 오르니 안테나 있는 봉우리에 도착. 시간은 새벽 5시가 조금 더 지났네요. 비는 내리지 않지만 습도와 안개로 덥지 않는 날씨인데도 땀이 솟습니다. 이대로 칼바위능선 지나기엔 위험할 것 같아 6시 가까이까지 안테나 밑 바위에 앉아 땅이 보이기를 기다립니다. 주위 3m 너머가 보이지 않는 안개속의 미로에 갇혔습니다. 하늘을 쳐다보며 밝아져라~ 밝아져라~ 하고 주문을 외워 봅니다.

서울사람들은 밤에 산에 오르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조용하네요. 대구에 있는 팔공산에 가면 밤 낮 가리지 않고 돌아 댕기는 산꾼들 엄청 많습니다. (아차~ 국립은 일출 전엔 입산금진데..ㅎ..)

조금 땅이 보일 무렵, 6시.. 다시 산행 시작입니다. 칼바위 능선 지나고 산성길에 들어서니 조망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정릉매표소에서 칼바위능선 - 산성길 - 백운대 - 우이동 코스를 탐방하였는데 소요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사진 몇 장 찍겠다고 안개 걷히는 순간 기다리는 시간 땜에 더욱 시간이 많이 걸린것 같네요. 북한산에서 가장 무난한 코스가 아닐까 생각이 들고 겨울산행 하면 좋겠다는 느낌이 느는 코스입니다.
다른 사람 산에 오르는 시간인 대낮에 산행 마치고 내려와 장수막걸리 몇 병 까먹고 촌티 표 날까봐 대구로 얼른 내려 왔습니다.

베낭 속에 얼린물과 카메라를 같이 넣어 갔더니만 카메라에 습기가 올라서인지 M모드로 셋팅이 안 되어 P로 놓고 찍은 것이라 사진들이 조금 맘에 들지 않습니다만 모처럼 한양에 들러 찍은 것이니 애교로 봐 주십시요.



새벽 4시경의 정릉 매표소 입구.. 비가 부슬부슬..

비는 그쳤지만 안개는 산행내내 애를 먹이네요. 조금 걷히는 순간에 순각포착 하듯이 한 컷씩 찍습니다..



이젠 가을 느낌을 주는 풍경들이 조금씩 나타 나네요. 담쟁이 이파리가 스스로를 떨구었습니다.

민족수난의 아픔을 함께 하였던 북한산성. 북한산의 숨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입니다. 이 산성이 축조 되기 전에는 난을 만나면 임금님은 강화도나 남한산성으로 튀끼기 바빴는데 이 성의 축조로 한양은 사수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지요. 그 역사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수도 서울의 한 복판 산정에 이렇게 호젓하고 멋진 트래킹 길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대동문에 서서 한참을 쳐다 봤습니다. 커다란 돌 하나 하나를 다듬어 아귀를 맞추며 쌓아 올린 석공의 생각 속에 들어 가 봅니다.

동장대도 지나고..

가끔 안개가 걷히고 시내가 내려다 보이면 답답하던 가슴이 조금 풀립니다. 멀리 반짝반짝하는 물줄기는 양수리 팔당댐 쪽인가요?

쉬엄쉬엄 왔더니만 드뎌 위문 도착. 백운대로 오릅니다.

역시나 안개가 말썽이네요.

백운대 정상의 태극기는 누가 갈아 주는 걸까요?

정상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니 휙~하고 안개가 걷히며 인수봉이 잠시 제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하산길, 앞을 가렸던 안개가 조금씩 사라지고 시야가 트입니다. 둥둥 떠 가는 구름과 인수봉, 그리고 산 아래 도심의 풍경이 잘 어울려 집니다. 인수봉 벽에 붙어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네요.

당겨 보았습니다. 어휴.. 겁나...


뒤에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와! 가을인가봐요. 단풍이 들기 시작하네요."
그러자 그 뒤에서 남편인듯한 분의 답변이 바로 이어 들립니다.
"이그 바보야! 저건 단풍이 아니고 나무가 말라 죽은 거여."





건너편의 만경대. 조그맣게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하여 올라와 있는 사람들입니다. 안개 걷히고 조금만 햇살이 받쳐 준다면 더 없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날씨 같습니다.

구름이 발 아래 둥둥 떠 가는 모습은 산에서도 잘 볼 수 없는데 멋진 풍경입니다.

무슨 바위일까요? 오리처럼, 거위처럼 생겼네요.

백운대에서의 조망은 아무래도 맞은편 인수봉을 쳐다보는 것이 백미 같습니다.



9시가 조금 더 된 시간입니다. 내려오면서 치어다 본 백운대. 사람들이 슬슬 몰리고 있네요.



위문 옆에 있는 스타바위(?)라 카등데.. 누가 이름을 21세기형으로 이렇게 지었을까?



우이동으로 내려 가는 길. 키 170cm 이상 되시는 분은 반드시 절을 하게 만드는 굽은 나무 하나..

뒤돌아 본 인수봉..록 클라이밍 포착.



맨 위의 바위 턱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빨강티 ... 정말 부럽습니다.

절 같지도 않는 인수암은 그냥 통과.

마무리로 다시 한번 뒤돌아서 인수봉과 작별 인사 하고..

입시철을 앞두고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로 붐비는 도선사에 들려서 부처님 전 3배 올려 한양입성 신고를 하였습니다.

하산완료.. 목이 말라 물을 마실려 하다가도 억지로 참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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