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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전화 한 통화라는 것은..







"한 놈도 전화도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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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셋째가
휴대폰을 하나 사서 노모께 드렸습니다.

팔십이 가까운 촌 노모의 휴대폰 사용을 위하여
다시 막내 여동생이 하루를 날 잡아 시골에 행차하여
목 쉬도록 교육을 시켰습니다.

예전 같지 않게 몸이 쇠약해 가는 아버지도 걱정이 되고,
시골에 그렇게 노인 두 분만 계시기 때문에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뒤로는 약간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어느 명절에
전화기를 잘 사용하고 계시나 하고 여쭈어 보니...

아뿔사..

몇 달 그동안, 자식 놈이 여럿인데
모두 휴대폰으로는 한 놈도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집 전화로는 간간 하였겠지요.

휴대폰은 장농 속에 쳐박혀 있었습니다.

처음 몇일간은 시골 동네 친구 할머니들께
자랑도 하고 으스대었으나
이게 전혀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버리니
목줄을 돌돌 묶어 장농 속에 휙 던져 버린 것입니다.

그리하여 명절때 다시 손빨 좋은 손주를 대령하여
단축 번호를 입력하였습니다.

1번은 큰아들, 2번은 둘째, 3번은 셋째, 4번은 넷째 아들
5번은 막내둥이 딸....

다시 11번은 큰 며느리, 12번은 둘째 며느리,13번은 서울 며느리
14번은 창원 며느리,15번은 강서방 ...
하나 있는 사위입니다.

또 하루종일 키 눌러대는 연습을 시켰었죠.
물론 119번호도 연습도 여러번 시키고..

그렇게 시골 판무식의19세기의 할머니가
20세기 이무기를 다루게 되고 난 뒤 부터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야.. 엄마다, 나 잘있다. 걱정하지 마라. 별일 없제?.. 그럼  끊는다."

자식들한테 안부를 먼저 이야기 해 버립니다. 흡사..
전화질이 자주 없는 것을 경고라도 하는 것 처럼.

그렇게 하여 아무리 바쁜 일상의 자식들이지만
전화를 자주 하는 도리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이제까지 전화비가 시골로 청구 된다는
노모의 생각을 바꿔 놓은 것도 큰 역활을 하였습니다.

"어머니. 전화 마구 해도 됩니다. 전화비는 셋째가 내니 걱정 마세요."

"그래? 그럼 알았다!"

그 뒤부터 일절 시골 집 전화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간간 전화를 드리면 경노당에서 고스톱을 치는 소리로
왁지지껄 합니다.

시골의 자랑꺼리 없는 노모께는
관중이 가득한 경노당 노인판에서
자식한테 걸려온 전화 한 통화는 아마
그날 쓰리고에 피박 덮어 쒸운것 만큼 기분좋을 것입니다.

오늘 점심때 쯤..
전화를 날려 봅니다.

무슨 어지러운 소리 가운데 노모께서
전화를 받습니다.

"누고..?"

"아,예.. 큰앱니다."

"응.. 그래. 잘있나? 내 지금 전라도로 놀러가고 있다."

아마 안 노인들끼리 버스를 전세내어 꽃 나들이 가는 모양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지금부터 차안의 분위기가
우리 노모께 얼마나 쏠릴지 상상이 갑니다.

"우리 큰 애가 전화가 왔네.. 내 놀러 가는 것 우애 알았을꼬.. "

하며 한동안 부러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그 이웃한 할머니들은 저녁무렵 죄없는
자기 자식들한테 전화하여 화풀이 할지도 모릅니다.

"야이 쎄 빠질 놈아 니 애미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화 한통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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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 빠질 놈 되기 싫어면 떨어져 계시는 부모님께
지금 바로 전화 하셔서 아주 쉬운 효도 한번 하십시요.







전화 한 통화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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