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큰 딸에게 톡으로 동영상을 받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하니..
큰 딸에게 왠지 모르게 이용(?)을 당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동영상을 올리기가 힘이 듭니다.. 카톡 인증을 했는데도??)
어버이 날 방문 시에도 만들어 준 열무 국수 맛을 과장하더니..
단체 톡에도 예서가 열무김치를 잘 먹는다는 말을 수시로 하고..
평소 예서 사진을 보내라고 독촉을 해야 보내 주던 예서 사진도 자주 보내주더군요.
엄마와 딸 대화 내용입니다~
"이. 예. 서
밥은 빨리 먹어야 하나요,
천천히 먹어야 하나요? ㅡㅡ;;;"
"엄마,
밥은 기쁘게 먹어야 하는 거야."
어떻게 이런 말을?? 신통방통 한 녀석입니다~^.^
제가 지나가는 말로"열무김치는 남았니?" 생각 없이 물었더니..
"바닥이 보여용용~^^".. 음~평소 안 떨던 애교도 떨더군요.
마침 집 냉장고에도 열무김치가 떨어져서..
열무김치 두 단과 얼갈이배추 두 단을 구입했습니다(쪽파 포함)
열무와 얼갈이를 소금(소주 반 병 넣고)에 절여놓고 기다리는 동안..
각종 양념(배 생강 홍고추 마늘 양파)을 곱게 간 후 감자를 삶아서 으깬 후 양념에 같이 넣고 채에 걸렀습니다.
열무 김치에 감자를 넣는 이유는 열무가 부드러워 지기도 하지만..
여름철에 잘 쉬지도 않고,또 시원한 국물맛과 감칠맛을 돗 군다고 합니다.
양념 반은 열무김치를 담그고, 나머지반은 물김치를 만들었습니다.
다음 날 우체국에 가서 택배로 보냈더니, 오늘 아침에 톡으로 동영상을 보냈더군요.
솔직히 열무김치 담그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열무도 3~4회 풋내 안 나게 조심스럽게 씻어야 하고..
양념도 믹서에 일일이 액젓을 넣어서 갈아야 하고.. 감자도 삶고 으깨고..
다 만든 양념을 채에 넣고 주걱으로 눌러서 곱게 걸러야 하고..
평소 요리나 반찬을 자주 하지 않는 제 수준으로는 상당히 고 된 노동입니다~^^
저 귀여운 녀석이 엄마에게..
"엄마 ~ 더 주세요" 재잘거리면서 맛있게 먹는 동영상을 보니..
모처럼 할아버지 노릇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먹거리를 보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녀석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해 준다 건 힘은 조금 들었지만, 즐거운 노동이었습니다.
변함없는 제 일상이 저 녀석으로 인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제가 공주님에게 의지를 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서 그동안 너무 둔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살면서.. 살아가면서 제 삶에 의미를 긍정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는 이제야 조금씩 알아 갑니다.
예서 공주님~
할배가 만든 열무 물김치를 "기쁘게 드신다고" 하시니..
그저 이 할배는 감사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할배도 오늘 점심은 감자 보리밥에 열무김치 넣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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