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자리를 잡고 나서..
어리바리 한 저에게 시골 생활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조언을 주신 분이 계십니다.
저 보다 나이가 한참 위시라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주말 집 언덕에서 칡뿌리 제거를 하는데.. 저 멀리서 형님께서 비닐봉지를 들고 오시더군요.
"이거~집사람이 주더라고.. 고들빼기여~".. (제가 사투리 흉내를 못 냅니다~^^)
"저어기... " 한참을 머뭇거리시더니.. "있잖아.. 트럭 좀 하루 빌리면 안 될까?"..
평소 신세를 지긴 졌지만, 무조건 "네" 할 수는 없어서 무슨 일이신지요 하고 여쭸더니..
"그게 말이여.. 모판을 날라야 하는데.. 다 들 바쁘다고 하네.. 날짜는 다가오고.. 무리한 부탁 해서 미안 혀~"
출발 전에 완전무장을 했습니다.
우선 장화부터 챙기고 평소 안 입던 옷을 입고, 포터 연료도 가득 채웠습니다.
벼 모를 키우는 하우스 안에 들어갔더니 후끈합니다.
모를 싣고 천천히 운전을 해서 논에 도착을 하니.. 군 복무 시절 모내기 대민봉사를 한 추억이 떠 오르더군요.
늘 짬밥만 먹다가 새참을 너무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은 인력 대신에 농기계로 하다 보니, 새참이란 말도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모판을 논 이곳저곳에 나르고 나니..
형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수고혔어~ 읍내에 가서 한 잔 혀~~"
"요즘 제가 약을 먹고 있어서 술을 못 합니다. 다음에 하시죠" 하고 뿌리치고 집으로 왔습니다.
읍내 두부집에 가면.. 두부전골을 시키면 최소 못 나와도 5만 원은 나 올 겁니다.
농촌은.. 정말 현금이 귀합니다.
언젠가 전기 요금을 내고 농협 근처 중국집에 갔더니..
동네 어르신 세 분이 식사를 하시더군요. 나올 때 그분들 식대까지 냈습니다.
반년도 지난 일인데.. 지금 까지도 그분들은 저를 보면 "아니.. 미안혀서 어쩌~"
제발 좀 그 이야기 그만 하시라고 했습니다...그렇더군요.. 짜장면 3 그릇.. 15,000원입니다..
친구들 만나면 최소 100,000원 이상 술 값이 나갑니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현금이 귀합니다. 물론 잘 사는 분도 많이 계시지만..
제가 사는 마을은 논이라고 해야 계단식 논이고.. 앞 산 꼭대기에 밭을 만들 정도로 아담한 시골 동네입니다.
이런 마을에서 큰 소득을 얻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 도착 후 차 내부를 보니 웃음이 나오더군요.
핸들 시트 바닥... 온통 진흙으로 가득하고..
집 입구에 들어서서 거울을 보니 완전 촌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차하고 세탁기 돌리고..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처음 해 본 모내기 준비 작업.. 장화를 신고 논에 들어가니 논바닥 감촉도 좋았습니다.
물론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힘은 들었지만, 어설프지만 촌사람 다운 촌사람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감자 캐는 것도 도와 드리려고 합니다.
뭐.. 무상으로 도와 드릴 수는 없고.. 형식적으로 감자 한 박스 정도는 ~~^.^
............(방금 전)
저녁 준비를 하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들깁니다.
에휴~ 어제 고생 많았다고.. 햇 열무김치를 주십니다.
저도 그냥 보내 드릴 수가 없어서 애들이 주고 간 고기를 드렸습니다...싫다고 하시는 걸..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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